
[로봇은 늘어나는데,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중국이 세계 최강 수준의 AI·로봇 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로봇이 공장을 돌리고,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전기차와 첨단 제조업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 경제의 현실은 정반대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판매는 급감하고, 부동산 시장은 무너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생산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사라지는 기묘한 현상 속에서,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온 ‘기술굴기’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1843년에 창간된 세계 최고 권위의 글로벌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최근 중국 경제를 분석하며 “21세기를 정의할 질문”을 던졌다. “중국이 AI와 로봇,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 전체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 남쪽 장시성 잉탄(鷹潭)의 첨단산업단지를 사례로 들었다. 이곳에서는 AI와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중국은 신에너지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나라 안에서는 부동산 시장 붕괴와 지방정부 부채 위기, 소비 침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첨단기술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국가 경제 전체를 구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지금 중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술굴기에 몰두한 중국, 소비를 잃어버렸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문제의 핵심은 로봇이나 AI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경제 전반의 균형보다 첨단산업 육성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수년 동안 중국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반도체, 전기차, 신에너지, AI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었다”면서 “그 결과 중국은 특허 수와 생산 규모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짚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함께 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과잉투자가 누적되면서 공급은 폭증했지만 수요는 따라가지 못했고, 기업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렸다”며 “민간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국유기업 및 전략산업과 경쟁하기 어려워졌고, 자금은 생산 확대에 집중된 반면 소비 진작과 사회안전망 확충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의 숫자는 이를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는 “4월 기준 적자를 기록한 산업기업 비율이 약 32%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는 2011년의 10%를 크게 웃돌 뿐 아니라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기록마저 넘어선 수치”라고 짚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기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발표는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 5월 “1~4월 산업기업 총이윤이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들이 큰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간극은 중국 경제 통계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철금속 제련업 이윤은 120% 증가했고 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은 110% 늘어났다. 반면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 이윤은 50.7% 감소했고, 철강업은 51.5% 줄었으며 자동차 제조업 이윤도 16.8% 감소했다. 즉 일부 첨단산업과 자원 관련 업종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을 뿐, 상당수 제조업과 내수 관련 산업은 이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소비다. 이코노미스트는 “로봇이 산업단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소비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5월 경제지표는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확인시켜 주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는데, 이는 4월 0.2% 증가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 나타난 월간 감소다.
문제는 감소 폭보다 내용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Caixin)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는 16.1% 감소했고 가전제품 판매는 15.6% 줄었다. 건축자재 판매도 13.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와 가전은 소비자들이 미래 소득을 낙관할 때 가장 먼저 구매하는 품목들이다. 이런 품목의 판매가 동시에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소비 심리 자체가 크게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노동절 연휴도 효과가 없었다. 로이터는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에도 소비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했다”면서 “정부의 소비재 교체 보조금 정책 효과 역시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 역시 지갑을 닫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은행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람들이 새로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소비를 늘리기보다 빚을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는 쪽을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진핑의 도박, 성공할 수 있을까]
존스홉킨스대학의 위안위안 앙(Yuen Yuen Ang) 교수는 “현재 중국이 전례 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현대사에서 경제 둔화와 지방정부 채무 위기를 동시에 겪으면서 첨단기술 산업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의 구상은 분명하다. “부동산과 건설 중심의 옛 성장모델이 무너진 자리를 AI, 로봇, 전기차,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이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새로운 성장엔진이 충분히 커지기 전에 기존 성장엔진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중 기술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잉생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첨단산업 역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고위험 도박(high-stakes gamble)”이라고 표현했다.
더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중국 지도부의 우선순위를 왜곡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가 첨단산업 육성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소비 침체와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 부채 같은 경제의 만성질환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진짜 위기는 생산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
중국 경제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생산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고 공장을 자동화할수록 더 많은 상품이 시장에 쏟아진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이 줄어든 가계, 미래 소득을 걱정하는 청년층, 빚 부담에 시달리는 중산층은 더 이상 예전처럼 소비하지 않는다. 공장은 돌아가지만 소비자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진핑이 기대하는 새로운 성장모델은 “더 많이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재 중국 경제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공장이 아니라 가계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 베이징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소비보다 생산, 복지보다 산업, 가계보다 국가 경쟁력 강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점점 더 뚜렷한 'K자형 경제'로 변하고 있다. 첨단 제조업과 수출 산업은 성장하지만, 내수와 부동산, 소비 부문은 계속 위축되는 구조다.
로봇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질문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과연 AI와 로봇이 무너진 부동산과 사라진 소비를 대체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답이 ‘아니오’라면, 시진핑의 기술굴기는 중국 경제를 구하는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