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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포퓰리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수술조차 포기한 프랑스의 비극 - 찬성 0표의 충격, 프랑스 정치권은 재정수술을 포기했다 - 거리로 쏟아진 60만 명, 국민은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한다 - 한번 나눠준 사탕은 빼앗을 수 없다, 좌파 복지정치가 남긴 구조적 함정
  • 기사등록 2026-11-08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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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0표의 충격, 프랑스 정치권은 재정수술을 포기했다]


프랑스가 포퓰리즘의 덫에 빠졌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5%를 넘어섰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긴축 예산안은 의회에서 찬성 0표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부결됐다. 거리에서는 수십만 명이 임금과 연금 인상, 공공서비스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국민에게 고통스러운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나눠준 복지는 거둬들이기 어렵고, 당장의 표를 위해 미래의 재정을 앞당겨 쓰는 정치가 결국 국가의 개혁 능력마저 마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현실은 포퓰리즘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일, “프랑스 전역에서 노동조합과 학생단체가 대규모 시위에 나섰으며, 마크롱 정부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상황에서 시위대는 임금과 연금 인상,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위 전날인 4일 프랑스 하원에서 벌어진 예산안 부결 사태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가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의 세입 부문이 찬성 0표, 반대 458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국가 재정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안에는 단 한 명도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5.4% 수준에서 5%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었다. 이를 위해 연금소득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대기업 특별법인세 적용 기간을 연장하며, 공무원 급여 동결과 일부 복지지출 조정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긴축 조항들을 잇달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연금소득자의 세금 공제 축소안은 좌파뿐 아니라 강경 우파 국민연합(RN)과 중도우파 공화당까지 반대하면서 삭제됐다. 대기업 특별법인세 연장안 역시 우파와 집권 진영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면 좌파는 새로운 세금 부과를 추진했고, 국민연합은 청년 부부에게 최대 10만 유로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셋째 아이 출산 시 상환을 면제하는 혜택 등을 제안했다.


그 결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재정적자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질됐다. 의회 수정 과정에서 적자율은 GDP 대비 5.9%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중앙정부 예산 적자 역시 당초 계획보다 207억 유로 늘어난 1771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정치권은 자신들이 이렇게 뜯어고친 예산안조차 부결시켰다.


이것이 지금 프랑스 정치의 현실이다. 좌파는 복지 축소를 거부하고, 우파는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각 정당은 유권자에게 새로운 혜택을 약속한다. 결국 국가 재정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재정개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 된 것이다.


[거리로 쏟아진 60만 명, 국민은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한다]


프랑스 의회가 긴축 예산안을 부결시킨 다음 날인 5일, 파리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 시위 참가자를 약 60만 명으로 추산했다. 반면 좌파 성향 노동조합 CGT는 16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파리의 에펠탑이 폐쇄됐고 철도와 학교, 공공서비스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프랑스 전역에 경찰 약 7만 명이 배치됐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까지 벌어졌다.


시위대의 요구는 분명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과 연금을 올리고, 교육과 의료, 철도 등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작지 않다.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의료 인력 부족과 교육환경 악화에 대한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임금을 올리고 연금과 복지지출을 확대하려면 그만큼의 재정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결국 국가채무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 정치권은 세금 인상에도 반대하고, 복지 축소에도 반대하며, 동시에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고통 없는 해결책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비용을 미래로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포퓰리즘이 만들어내는 가장 위험한 악순환이다.


[한번 나눠준 사탕은 빼앗을 수 없다, 좌파 복지정치가 남긴 구조적 함정]


포퓰리즘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국민에게 혜택을 나눠주는 것은 쉽지만, 한번 제공한 혜택을 거둬들이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는 데 있다. 정치인이 복지를 확대하고 연금을 올리면 국민은 즉각적인 혜택을 체감한다. 정치인은 인기를 얻고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그 비용은 당장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부족한 재정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 현재의 유권자는 혜택을 누리지만, 그 부담은 미래의 납세자에게 넘어간다. 프랑스 복지국가의 역사는 이러한 정치적 유인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1981년 집권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복지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했다. 특히 1982년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개혁을 단행했다. 당시에는 사회적 진보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됐다.


물론 오늘날 프랑스의 재정위기를 미테랑 정부의 정책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후 우파와 중도 정부의 감세, 경기부양 지출, 성장 둔화, 고령화도 국가채무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복지 확대를 약속하면 표를 얻기 쉽지만, 복지 축소를 추진하면 표를 잃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 정부는 2023년 법정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개혁을 추진했다.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국민에게 이미 주어진 혜택을 축소하는 개혁이 얼마나 강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나랏빚 115%의 경고, 미래 세대가 포퓰리즘의 계산서를 떠안는다]


프랑스의 재정위기는 이미 국제 금융시장의 경고를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월 30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성장 둔화와 차입비용 상승, 재정적자 확대에 더해 정치권의 분열이 국가채무 안정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가채무는 2025년 GDP 대비 115.7%에서 2028년 약 12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이자지출도 2025년 GDP의 2.5%에서 2028년 3.3%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빚이 많아진다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면 교육과 연구개발, 국방, 미래 산업에 투자할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비 부담까지 증가하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오늘의 복지 확대가 내일의 성장과 투자 기회를 잠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프랑스처럼 이미 조세 부담이 높은 국가에서는 세금을 추가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출을 줄이려 하면 강력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힌다.


결국 정치권은 당장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빚을 더 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미루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국가채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유권자가 누리는 혜택을 미래 세대가 세금과 줄어든 공공투자, 제한된 정책 선택지라는 형태로 부담하게 된다.


프랑스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부채가 GDP의 115%를 넘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국가 재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그 일을 실행할 정치적 합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보다, 국민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먼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 포퓰리즘은 오늘의 표를 사고 미래 세대에 청구서를 보내는 정치다]


프랑스의 현실이 보여주는 것은 복지 자체의 실패가 아니다.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혜택을 약속하고,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정치의 실패다. 포퓰리즘은 국민에게 달콤한 사탕을 나눠준다. 국민은 환호하고 정치인은 표를 얻는다. 그러나 그 사탕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한번 나눠준 사탕을 줄이려는 순간 정치적 저항이 폭발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패배할까 두려워 개혁을 포기하고, 국민은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 결과 국가는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프랑스 의회의 찬성 0표는 이러한 정치의 무능을 상징한다. 좌파는 복지를 줄일 수 없다고 하고, 우파는 세금을 올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유권자에게 새로운 혜택을 약속한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표를 얻으려는 경쟁에 빠진 것이다.


프랑스의 진짜 비극은 나라에 돈이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구 하나 메스를 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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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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