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미국발 AI 폭락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반도체 굴기' 자금줄이 증시와 함께 무너졌다 - 선거가 방아쇠를 당긴 AI 매도세 - 중국의 AI 거품은 이미 터졌다 - YMTC IPO 보류, '반도체 자립' 자금줄에 금이 갔다
  • 기사등록 2026-11-07 05:00:01
기사수정



[선거가 방아쇠를 당긴 AI 매도세]


미국 유권자들이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전 세계 AI 관련 자산이 다시 급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충격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의 AI·반도체 주가는 미국보다 먼저, 더 깊게 무너졌다. 상하이 커촹50지수는 넉 달도 안 돼 40% 떨어졌고 시가총액 약 4800억달러가 사라졌다. 중국 증권당국은 결국 반도체·AI 기업의 신규 상장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 그 여파로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의 330억위안(약 49억달러) 규모 기업공개(IPO)가 멈춰 섰다. 중국은 증시로 가계 자금을 끌어모아 반도체 자립과 AI 굴기의 재원으로 쓰려 했다. 지금 그 구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미국 증시가 AI 관련 폭락으로 2025년 4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맞고 있으며, 충격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면서 “전날 AI 산업 규제 우려로 S&P500 지수 시가총액이 약 3조달러 줄었고, 이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방향을 잡지 못했는데, 매도세는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증시 벤치마크 지수는 4% 가까이 급락했고, 유럽 스톡스600지수도 1.4% 내렸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처음에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이란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 낙관론을 압도했다”고 전했다.


이번 매도세의 출발점은 미국 정치였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와 주 정부를 사실상 휩쓸자 시장은 처음에 안도했다. 결과에 이의가 없었고,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배럴당 118달러까지 올랐던 유가도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여러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미루거나 제한하는 안건이 투표에 올랐고, 유권자들은 거의 모든 곳에서 빅테크에 반대표를 던졌다. 시장정보업체 클린뷰(Cleanview)에 따르면 미국에서 건설이 예정된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40%가 신임 주지사들이 건설 중단이나 일시 중단을 공약한 주에 몰려 있다.


충격은 기술주에 집중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5% 떨어져 1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100지수는 6.4%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번 주 월요일 이후 16% 가까이 빠졌다. 메모리 업종의 타격이 특히 컸다. 이 날 샌디스크(Sandisk)는 22%, 마이크론(Micron)은 17% 급락했다. AI 인프라 전문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도 10% 떨어져 5월 고점 대비 하락률이 70%에 이르렀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멀티에셋 책임자 트레버 그리텀(Trevor Greetham)은 "이러한 가치 평가 수준에서 AI 투자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 헤엄쳐야 하는 상어와 같다"고 말했다. 투자가 멈추는 순간 고평가된 구조 전체가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기업 투자 거래의 약 29%가 다른 AI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AI 기업에 들어오는 투자의 절반 이상도 다른 AI 기업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런 순환 금융은 위기가 오면 손실을 키우는 장치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의 AI 거품은 이미 터졌다]


미국 투자자들은 아직 "이번이 진짜 폭락인가"를 묻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그 질문의 답이 이미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6일 분석 기사에서 “중국 AI·반도체 대표주로 구성된 커촹50지수가 넉 달도 안 돼 40% 떨어졌고, 시가총액 약 4800억달러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는 10월 한 달 동안 8.5% 내려 2016년 1월 이후 가장 나쁜 월간 성적을 냈다. 중국 주요 AI 기업을 묶은 CSI 인공지능지수도 6월 고점보다 40% 가까이 떨어졌다. 하락은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Cambricon) 같은 국가 지원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했다.


이 폭락이 중국 경제 전체에 더 위험한 이유는 AI 업종에 대한 의존도에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 종목은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시가총액의 42%, 거래대금의 57%를 차지한다. AI 업종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신규 상장 시장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9월 이후 상장한 14개 기업 가운데 9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 밑에서 거래를 마쳤다. 불과 몇 달 전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Unitree) 공모에 공모 물량의 8000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도쿄신킨자산운용의 전략가 사와무라 가즈키(Kazuki Sawamura)는 "현재로서는 AI 관련 주가 상승세가 끝났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핵심은 하락세가 투자 심리 악화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지 여부"라고 말했다. 중국 쪽에서 이 질문은 더 무겁다. 중국 AI 기업들의 기대 수익은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와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에 크게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YMTC IPO 보류, '반도체 자립' 자금줄에 금이 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YMTC의 모회사 창장춘추홀딩스(CCSH)가 상하이 증시 상장 절차를 잠정 보류한다고 직원들에게 내부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CCSH는 8월 커촹반(과학혁신판)에 상장을 신청했고,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전략적 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할 계획이었다. 현지에서는 상장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이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최근 투자은행들에 반도체·AI 기업의 IPO 진행 속도를 늦추라는 비공식 지침을 내렸다”면서 “신규 상장으로 주식 공급이 늘어나 시장이 더 짓눌리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라 짚었다.


YMTC 상장은 단순한 기업 한 곳의 자금 조달이 아니다. 330억위안 규모의 이번 공모는 창신메모리(CXMT)와 SMIC에 이어 커촹반 역사상 세 번째로 크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2750억~3300억위안(약 56조원~67조원)으로 예상됐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CCSH는 조달 자금 가운데 208억위안(약 4조 2천억원)을 기존 양산 라인을 더 높은 세대의 3D 낸드로 바꾸는 데, 122억위안(약 2조 5천억원)을 연구개발에 쓸 계획이었다. 상장이 미뤄지면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확보 일정에도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다.


YMTC는 2016년 칭화유니그룹과 후베이성 정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이 함께 세운 사실상 국가 프로젝트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 이 회사를 수출 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장비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증시는 베이징이 쓸 수 있는 핵심 자금줄이었다. 최근에는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을 타고 실적이 급증했다. CCSH의 지난해 매출은 632억위안(약 12조원), 순이익은 142억위안(약 2조 9천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 333억위안(약 6조 8천억원)을 올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이익의 두 배를 넘겼다. YMTC는 중국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가계 저축을 AI로…베이징 '슬로우 불' 구상의 좌초]


이번 폭락은 시진핑 지도부의 금융 전략에도 정면으로 타격을 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하락이 가계 저축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해 AI 붐의 재원으로 삼고, 완만하게 오르는 '슬로우 불(slow bull)' 장세를 만들려던 베이징의 노력에 차질을 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 뒤 중국 당국은 막대한 가계 저축을 '국가 전략 산업'의 주식으로 옮기려 해왔다. 커촹반은 그 통로였다. 그런데 이 통로를 통해 들어온 돈이 고점에 물리면서 당국은 신규 상장을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로터스자산운용의 홍하오(洪灝, Hong Hao)는 로이터에 “”이번 하락으로 상장을 추진하던 많은 기업의 계획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차입 비용이 높아 회사채 대신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온 중국 AI 기업들로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상하이와 홍콩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딥시크(DeepSeek)와 문샷AI(Moonshot AI)의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2023년 8월 증시 부양을 위해 신규 상장을 억제한 전례가 있다.


[Why Times Insight; '국가 주도 AI 자본주의'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중국의 AI·반도체 전략은 세 개의 기둥에 기대 왔다. 국가 자본이 초기 투자를 맡고, 커촹반이 민간과 가계 자금을 끌어들이며, 세계적인 AI 수요가 실적을 받쳐주는 구조다. 이번 사태는 이 셋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증시가 꺾이자 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상장을 막았고, 그 결정이 다시 전략 산업의 자금줄을 묶었다. 시장 안정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위에서 설계된 시장이 충격 앞에서는 오히려 더 경직된다는 점이 드러났다.


더 큰 위험은 미국에서 온다. 미국 데이터센터 규제로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늦춰지면, 올해 YMTC와 CXMT의 이익을 끌어올린 메모리 공급 부족도 예상보다 빨리 풀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폭발적 실적'은 실력보다는 경기 순환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증시 자금, 실적, 기술 투자가 서로 맞물린 구조여서 한쪽이 무너지면 나머지도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한국에는 엇갈린 신호다. 단기적으로는 미국발 메모리 주가 급락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부담이다. 반면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기술 투자가 늦춰지면 낸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맹추격하던 압박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수 있다. 결국 이번 폭락이 투자 심리의 일시적 냉각에 그칠지, 중국 반도체 자립 일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이어질지는 YMTC의 상장 재개 시점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IPO 정책 변화가 가늠자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89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