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난하이 6km 앞까지 진입…"누가 허가했고, 왜 막지 못했나]
중국 수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경량 경비행기가 중국 최고층 빌딩인 중신빌딩(中國尊·Citic Tower)에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사고 자체보다, 중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는 수도 방공망을 어떻게 이 항공기가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했느냐는 점이다. 베이징은 민항기조차 도심 상공을 우회하고 드론 비행까지 사실상 금지되는 중국 최고 수준의 통제 공역이다. 그럼에도 저속·저고도·소형 항공기가 중난하이에서 불과 6㎞ 떨어진 도심까지 진입했다는 사실은 중국 공산당이 자랑해 온 '철벽 방공' 신화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 NBC News는 지난 27일 "26일 오후 5시 55분 단발 2인승 경량스포츠항공기 한 대가 베이징 도심 차오양구 중신빌딩(中信大厦, '중국준'·中国尊, Citic Tower)에 충돌했다”면서 "조종사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지상에서 1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중신빌딩은 높이 528m, 지상 108층 규모의 베이징 최고층 건물로 중국 국유기업 중신그룹(CITIC Group) 본사다. CNN 역시 사고 직후 현장에서 대피하는 시민들과 대규모 경찰·소방 인력이 투입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명 피해 규모 때문이 아니다. 중국 권력의 심장부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고는 세 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미스터리 - 왜 중국 방공망은 경비행기 한 대를 막지 못했나]
베이징 상공은 중국에서 가장 통제가 엄격한 공역이다. CNN은 “민항기조차 도심 상공을 우회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올해 5월부터는 허가 없는 드론 판매와 임대, 비행까지 전면 금지됐다”고 전했다. CNN은 “인터뷰에 응한 베이징 시민도 베이징에서는 어떤 항공기도 마음대로 띄울 수 없다고 늘 들어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사고기는 도심 한복판까지 날아왔다. 뉴스위크는 “사고기는 등록번호 B-12PP의 단발 경량스포츠항공기 '아오로라(Sunward SA60L Aurora)'였다”면서 “이런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조종사 훈련이나 레저 비행에 사용되며, 베이징에서 비행하려면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은 물론 인민해방군의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데, 특히 이번 사고는 수도 저고도 공역 규제가 대폭 강화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발생했다”고 짚었다.
워싱턴 소재 항공추적 분석기관 PLATracker의 설립자인 벤 루이스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가 중국 방공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이징은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방공체계를 갖춘 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그 시스템은 전투기나 미사일 같은 군사 위협을 막도록 설계된 것이지 저속으로 움직이는 경량 민간항공기를 상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 문제는 그 항공기가 어떻게 베이징 중심업무지구 상공까지 들어올 수 있었느냐는 점”이라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사고기는 베이징 핑구구 스포쓰 공항을 이륙한 뒤 약 10분 만에 예정된 항로를 벗어났고, 이후 무선교신과 위치신호가 끊겼다. 이후 수십 분이 지난 뒤 베이징 도심 통제공역에 진입해 중신빌딩과 충돌했다.
바로 이 '공백의 시간'이 가장 큰 의문이다. 항로를 이탈한 뒤부터 충돌하기까지 중국 군과 공안 당국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중국어권 분석에서는 이 시간 동안 요격이나 차단 절차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확인된 것은 사고 이후의 대응뿐이다. NBC News는 “사고 직후 현장 주변이 대규모 경찰력으로 봉쇄됐으며 경찰이 시민들의 촬영을 막고 이미 촬영한 사진 삭제까지 요구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미스터리 - 조종사는 누구였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의 공백은 조종사의 신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만 발표했을 뿐 이름과 성별,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빈틈을 메운 것은 중국 SNS였다. 일부 중국어권 계정에서는 특정 인물의 이름이 거론됐고, 중신그룹 계열사 여성 임원과 동명이인이라는 주장까지 확산됐다. 그러나 BBC 중문판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사고 다음 날 해당 임원이 공개 행사에 참석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조종사의 신원과 배경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거의 없다.
[세 번째 미스터리 - 단순 사고인가, 의도된 행위인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고인지, 아니면 의도된 비행이었느냐다. 뉴스위크는 “중국 당국이 사고 원인은 물론 비행 승인 여부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며, 관련 게시물 상당수가 중국 SNS에서 삭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항공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는 “이번 비행이 평소와 달랐다”고 밝혔다. BBC 중문판에 따르면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언 페체닉 대변인은 “이 항공기는 평소 베이징 동부에서 훈련 비행을 반복했지만, 이번 비행은 기존 패턴과 달랐다(out of character)”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단계에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단순 사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경량 단발기는 저고도에서 엔진 이상이 발생하면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으며, 조종사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을 경우 항공기가 기존 진행 방향을 유지한 채 계속 비행하는 사례도 실제로 보고돼 왔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어느 한쪽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1987년 모스크바 '레드스퀘어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
이번 사건은 자연스럽게 1987년 소련에서 벌어진 '마티아스 루스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18세의 서독 청년 루스트는 경비행기를 몰고 소련 방공망을 통과해 모스크바 붉은광장 인근까지 비행했다. 소련 전투기들은 여러 차례 그를 포착했지만 민간 항공기 격추 규정과 지휘체계 혼선 때문에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소련 국방장관과 방공군 총사령관을 포함해 150명이 넘는 장성들이 해임·강등됐고, 이는 냉전기 최대 규모의 군 숙청으로 이어졌다.
물론 지금의 중국과 당시 소련은 상황도, 기술 수준도 다르다.
그러나 두 사건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던 수도 방공망이 느리고 작은 민간 항공기 앞에서 무력해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답해야 할 질문]
이번 사건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항로를 이탈한 뒤 무엇이 있었는지, 군과 공안은 어떤 대응을 했는지, 조종사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사고인지 의도된 행위인지 모두 중국 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미 분명해진 사실도 있다. 중국은 최근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중심으로 한 '저고도 경제'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저고도 항공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역 관리와 방공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오랫동안 자랑해 온 수도 통제 시스템의 신뢰성에 예상치 못한 균열을 남겼다. 중국 당국이 앞으로 어떤 조사 결과를 발표하든, 베이징 최고 보안구역 인근까지 경량 항공기 한 대가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비행기는 아무도 막지 못한 채 베이징 한복판까지 날아올 수 있었는가."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