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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9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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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갈라진 독일 A2 고속도로[AP=연합뉴스]

유럽 대륙 전역을 강타한 이례적인 6월 폭염으로 인해 도로가 파손되고 전력망이 마비되는 등 전반적인 사회 기반 시설의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남유럽에서 북유럽과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 극한의 고온 현상으로 유럽의 취약한 인프라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극심한 열기로 아스팔트가 용해되고 철도가 휘어지면서 육상 교통망에 극심한 차질이 발생했으며, 냉각수 문제로 원자력발전소 운영까지 중단되거나 출력을 감축해 수십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대규모 혼란이 빚어졌다.


수은주가 40도를 돌파한 독일에서는 속도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이 직격탄을 맞았다. 태양열에 노출된 아스팔트가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키면서 베를린 외곽 2번 고속도로와 함부르크 7번 고속도로, 바이에른주 93번 고속도로를 포함한 국가 기간 도로망 곳곳이 전면 통제됐다. 특히 동서를 관통하는 핵심 축인 2번 고속도로는 이 날 오후까지 폐쇄 조치가 이어졌다. 이에 독일 교통 당국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을 자제하라고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운행이 불가피한 운전자들에게는 고립 상황에 대비해 의약품과 식수를 반드시 지참하라고 당부했다.


대중교통의 중추인 철도 역시 전력 공급 시스템 오류와 기계 고장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온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6일 벨기에에서는 서유럽의 거점 도시들을 연결하는 유로스타 고속열차 2대가 선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 서 승객 수백 명이 장시간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저녁에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는 유로스타 노선 여러 편이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철도 전문가들은 고온과 직사광선이 선로 자체를 변형시킬 뿐 아니라,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신호시스템과 선로 전환기까지 영구적으로 손상시켜 전체 철도 네트워크에 심각한 과부하를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와 교육 분야의 피해도 가시화됐다. 프랑스와 스위스 당국은 원전 냉각수의 온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과열되자 원자로 가동을 전격 중단하거나 발전 출력을 대폭 낮추었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의 7만 가구에 야간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냉방 시설이 전무한 유럽의 대다수 교육기관은 단축 수업을 실시하거나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영국 전국교사연합(NASUWT)은 일부 학교 실내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아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들이 연이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공표했다. 불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에 직면한 프랑스 교사 노조는 정부의 대책 부재를 규탄하며 총파업 가능성을 예고했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완성차 제조 공장 근로자들도 작업장 내 폭염을 이유로 조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 같은 혼란의 배경에는 유럽의 독특한 건축 문화와 과거 기후 기준에 맞춰진 낡은 설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건물이 겨울철 보온용 단열재를 기반으로 지어져 여름철에는 내부 열기를 가두는 찜통으로 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래된 공동 주택이 밀집한 프랑스는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 때문에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기 어렵다. 여기에 에어컨 가동에 따른 막대한 전력 소비와 실외기 배출 열기가 도시 열섬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환경적 우려까지 더해져 가정용 냉방기 보급률이 극도로 낮은 실정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 정치학을 연구하는 파리 고등상업학교(HEC)의 프랑수와 제멘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왜 우리는 준비돼 있지 않은가'를 묻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유럽은 우리 자신의 취약성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 전역은 이 날 새벽을 기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쏟아진 후, 아침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극심했던 가마솥더위가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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