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움직였다]
북한 국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의 24일 중국 단둥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북정상회담의 중재자로 전면에 나서기 위한 사전 조율이었을 가능성 있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몸값을 높인 김정은을 다시 끌어안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정상회담의 연결고리까지 중국이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북한과의 관계를 키워온 러시아보다 회담을 성사시킨 중국이 외교적 성과를 가져갈 수 있다. 이번 방문의 전략적 의미는 기념관 헌화나 공장 참관을 넘어, 누가 미북 대화 재개의 판을 짜느냐에 있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북한 관영매체를 인용해 “김정은이 단둥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면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시진핑의 인사를 전달하고 김정은의 항미원조기념관 방문과 자동차 공장 참관에 동행했으며, 왕이 외교부장도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중국 측 설명은 역사적 우호와 경제협력, 전략적 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단순한 친선 행사로만 보기에는 참석자들의 무게가 크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상과 김여정 노동당 부장이 참석한 모습이 확인됐다. 또한 왕후닝이 주최한 환영 연회도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열렸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방문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물론 환영 연회 지시가 곧 미북회담 주선 지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Why Times가 주목하는 것은 그 조합이다. 중국의 핵심 지도부 인사와 외교 수장, 북한의 대미 외교 핵심 인물들이 다음 달 선전 APEC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을 논의하면서 미북관계와 향후 정상외교의 가능성까지 함께 점검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은 이미 미북회담의 주선자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선행 보도도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월 1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 주선을 도울 의향이 있다”면서 “베이징이 미북외교 재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중국의 중재 가능성은 이번 단둥 방문 이후 갑자기 등장한 추측만은 아니다.
본지의 판단으로는 단둥 방문을 이 흐름의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먼저 중재 의사를 내비쳤고, 이후 김정은과 직접 접촉해 북한의 입장과 요구를 확인하는 단계로 나아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 발표에 정상회담이라는 단어가 없더라도, 외교적 탐색은 비공개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적극 추진해 오던 미북정상회담이 회담 의제 문제, 곧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만나기 전에 김정은이 원하는 선물을 미리 확정지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미북회담 추진이 난기류를 만난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이 다시 그 불씨를 살리려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미북회담의 중재자로 나서 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고, 회담후 김정은이 받아가야 할 트럼프의 선물까지도 중국이 직접 챙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시진핑에게 중요한 것은 회담 참석자가 되는 것만이 아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나라라는 기존 지위를, 미국이 원하는 외교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키운 김정은의 몸값, 중국이 외교 성과로 가져가나]
중국의 계산에는 러시아가 빠질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이 북한의 과도한 대러 접근을 관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 이외의 지원 통로를 확보한 상황에서 베이징도 관계 강화에 나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북회담은 중국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더라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회담의 사전 조율과 개최 지원을 맡는다면 북한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장면에서 시진핑이 주목받게 된다.
그렇다고 지금 중재 주도권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가 회담을 어디까지 추진했는지, 중국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공개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본지가 제시하는 전망은 명확하다. 중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가까워진 현실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미북정상외교의 연결고리를 확보해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부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도 지난 8월 “중국이 트럼프의 호의를 얻으면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북 정상외교 재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에게 회담을 안겨주면, 시진핑의 협상력도 커진다]
중국의 중재가 성공할 경우 가장 큰 효과는 미중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과 협력하면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협력이 정상 간 신뢰를 높이고, 다른 현안에서도 대화를 이어갈 동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본지는 이 점이 시진핑에게 상당한 유인이라고 본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갈등을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이 필요한 상대라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이다. 미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다만 회담 주선의 대가로 미국이 관세나 수출통제, 대만 문제에서 양보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북핵 외교와 다른 현안의 협상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묶여 있다.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우선 대화의 접점과 정치적 신뢰다. 그것을 구체적인 경제·안보 이익으로 바꾸는 일은 다음 단계의 과제다.
[판문점 아닌 중국에서? 단둥 개최 가능성의 의미]
이런 관점에서 회담 장소도 중요하다. 미북회담이 중국 영토에서 열린다면 베이징은 경호와 의전, 이동과 실무 조율을 지원하며 성사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 회담이 끝난 뒤에도 중국은 자신이 제공한 역할을 외교적 성과로 부각할 수 있다.
현재 외신이 주로 연결하는 계기는 다음 달 선전 APEC이다. 단둥이 회담 후보지로 협의되고 있다는 확인된 보도는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본지는 단둥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에서 육로로 접근할 수 있고, 중국이 개최를 지원할 수 있는 국경 도시라는 특징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의 이동 일정과 경호, 회담 시설 등은 별도로 검토돼야 한다. 이번 방문이 곧 회담장 사전 점검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측이 이번 장소로 평양이 아닌 단둥을 선정했고,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차량을 타고 단둥을 방문했다는 것은 미북회담의 예행연습이라 추정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이재명 정부도 미북회담 추진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적극 관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고, 그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하려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중국의 뜻대로 단둥에서 미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이재명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특정 도시를 미리 찍는 데 있지 않다. 미북회담이 판문점이 아닌 중국에서 열리고 중국이 사전 조율까지 담당한다면, 회담 성사를 둘러싼 외교적 주도권도 베이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이다.
[Why Times Insight | 시진핑이 노리는 것은 ‘만남을 가능하게 한 사람’의 자리다]
이 구상의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이다. 로이터는 23일 한·미 관계자 등을 인용해 올해 미북회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응답이 없고 제재 완화 등 조건도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중재 의지를 갖더라도 북한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 교착이 중국에는 기회일 수 있다. 직접 접촉이 진전되지 않을 때 양측의 요구를 전달하고 접점을 찾는 중재자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본지는 단둥 방문을 중국이 그 역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다.
김정은 역시 중국의 구상을 일방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심을 함께 끌면서 미국과 만날 조건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관전 포인트는 회담 개최 발표만이 아니다. 중국의 중재 발언이 구체화되는지, 북한의 대미 메시지가 달라지는지, 실무접촉의 징후가 나타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시진핑의 지원으로 미북회담이 성사된다면,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으로 쌓아온 영향력과 별개로 정상외교 재개의 성과는 중국이 상당 부분 가져갈 수 있다. 그것은 미중관계 개선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의 단둥 방문에서 주목해야 할 속내는 바로 이 가능성이다. 중국은 김정은을 환대한 데서 멈추지 않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 나라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 수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