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만에 베이징 입성한 트럼프의 첫마디, "중국 문을 열어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이후 9년 만에 베이징을 직접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장벽 철폐를 최우선 요구 사항으로 내걸며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과 함께 고강도 통상 담판에 나섰다. 특히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번 회담에 동행했다는 점에서 양국간 군사채널이 복원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및 기술 갈등으로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틀간의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며, 이틀간의 정상회담 방문 기간 동안 기업 간 협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으려 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도착 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범한 탁월함을 지닌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중국 시장 개방을 첫 번째 요구 사항으로 못 박았다. 트럼프는 이어 “이 뛰어난 인물들이 중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의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것이며, 그것이 내 가장 첫 번째 요청이 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이 단순한 외교적 방문이 아니라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경제 전투'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베이징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국가 주도 산업 개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의 첫 요구로 시장 개방을 내세운 것은 이 같은 미국 재계의 누적된 불만을 정면으로 반영한 행보다.
[9년 만의 베이징 방문, 역대급 CEO 대표단]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는 “이번 방중에는 테슬라·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 블랙록의 래리 핑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등 17명의 미국 최고경영자가 동행했다”면서 “여기에 당초 불참이 예상됐던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알래스카에서 에어포스원에 합류하며 대표단의 무게감을 한층 더했으며, 메타의 디나 파월 맥코믹 부회장도 대표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CEO 라인업이 항공·농업·금융 분야의 거래를 위한 실용적인 추진력을 상징하며, 지속되는 긴장 속에서도 양자 무역에서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문을 우선시하는 전략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이에 대해 “이는 트럼프를 협상의 주도자로 내세우며 CEO들을 통해 시진핑과의 협상을 부드럽게 이끌고, 중국의 관세 이후 상호주의를 시험하는 구도”라고 해석했다.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연구책임자는 “동행한 금융 대기업들이 중국의 폐쇄된 금융 부문의 추가 자유화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마이크론 같은 첨단기술·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규제 장벽 속에서 보다 험난한 여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5B vs 3T', 무역과 기술 패권을 둘러싼 협상 구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의 의제 구조는 이른바 '5B 대 3T' 프레임으로 압축된다”면서 “미국 측이 제시하는 핵심 의제는 보잉 항공기 구매, 대두 등 농산물 구매, 에너지 구매, 금융 시장 개방 등 대규모 구매 협약과 관련된 5대 사안이며, 중국은 대만(Taiwan), 관세(Tariff), 첨단기술(Technology)이라는 3T를 핵심 요구로 맞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미국이 전략 산업에 부과하고 있는 고율 관세는 전기차에 100%, 반도체·태양광에 50%에 달하며, 고성능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도 엄격히 제한된 상태”라면서 “중국은 이 장벽들의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이 제시하는 구매 협약들과의 '맞교환'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짚었다.
NYT는 “중국의 목표는 기술·산업 경쟁력을 다지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시간을 버는 것이며, 미국의 목표는 구조적 개혁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데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며 “베이징은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대두 구매에는 응할 가능성이 크지만, 광범위한 구조 개혁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외교 정책 저널 Foreign Affairs를 발행)은 “2017년 트럼프 1기 방중 당시 서명된 2500억 달러 규모의 웨스트버지니아 양해각서가 해당 주 전체 GDP를 초과하는 수치였음에도 끝내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대규모 투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희토류, 협상판을 뒤흔드는 중국의 카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 중 하나는 단연 희토류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서 희토류와 핵심 자석 공급 제한 카드를 꺼냈으며, 현재 글로벌 희토류 정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90%에 달한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에서 첨단 무기를 상당량 소진한 미국은 무기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수급이 더욱 절박해진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지렛대로 활용해 다양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협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FR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 안정이라는 트럼프의 우선순위를 활용해 대만 관련 양보를 이끌어내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1년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이번 회담에서는 이 유예 조치의 연장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라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동행: 군사 소통 채널 복원 신호탄]
이번 방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동행이다. 미국 국방장관이 현직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함께한 것은 수십 년 만의 이례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양국이 군사적 위기 관리와 소통 채널 복원에 실질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난징대 국제학부 주펑 학장은 “헤그세스의 참석이 양국 군사 소통 메커니즘 구축과 위기 관리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근본적인 차이를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면 과제는 오판을 방지하고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헤그세스가 참석한 이상 중국도 최소한 동쥔 국방부장을 회담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당시에는 인민해방군 측에서 리쭤청 연합참모부 참모장만 배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번 군 인사 참여의 비중이 더 높아진 셈이다.
인민해방군 출신 저우보 전 대령은 “헤그세스의 합류가 군사 소통 채널 복원의 실질적 진전을 시사할 수 있다”면서 “위기 관리를 중시하는 양측 모두 어느 쪽도 충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2017년 설치됐다가 최근 수년간 중단된 연합참모부급 소통 채널의 재가동은 물론 새로운 채널 창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채널의 마지막 가동은 2023년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류전리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 간 화상 통화였다.
대만 무기 판매 문제 역시 군사 분야 협상의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저우보 전 대령은 “중국의 군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대응 수단도 늘어났고, 미국도 이제 대만 무기 판매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스인홍은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이 근시일 내에 계획 중인 대규모 대만 무기 판매가 잠시 유예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설령 그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공개되지 않을 것이며 구체적인 조건도 공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의 자오통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핵 전력 확장이 미국의 전략적 계산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버금가거나 이를 능가하는 주요 우려 사항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하면서 “양측이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면 이번 대화가 핵 문제에 관한 초기 공식 교류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이란, 회담장을 드리우는 지정학적 그림자]
무역 못지않게 지정학적 현안도 회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로, 중국은 대만이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의 원천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겠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대만의 무기들이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라는 점을 집중 강조하면서 중국의 우려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전쟁 역시 회담장을 짓누르는 변수다. 미국은 현재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촉구했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중국이 이란에 직접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대 스인홍 교수는 “이란이 이번 회담의 중심 의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도 이스라엘도 이란을 군사적으로 완전히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으며, 중국 역시 군사적 개입 능력도, 이 분쟁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영향력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거래형 외교'의 한계와 구조적 갈등의 지속]
이와 관련해 CNBC는 “전문가들은 이번 베이징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더라도 미중 간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양측 모두 긴장을 완화하고 국제적 사건을 방지하려는 유인이 있는 만큼, 정상 간 관계를 재확인하고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중국과의 완전한 탈동조화보다 공급망 안정과 관리형 경쟁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만 문제, AI 패권 경쟁, 첨단기술 통제,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본격적인 회담은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됐으며, 저녁에는 국빈 만찬이 예정돼 있다. 15일 오전 추가 회동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