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국제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대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발송한 직접 대화 요구 서한이 국가 수반에게 정식으로 보고되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장에서 진행된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제(4일) 서면으로 보고가 이뤄졌고, 언론 보도 내용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라고 밝혔다. 크렘린궁 측은 푸틴 대통령이 해당 문서의 세부 내용을 이미 살펴본 상태이며, 이 날 진행되는 SPIEF 본회의 무대에서 종전 협상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이나 핵심 주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구체적인 심경 변화나 논평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섣불리 앞서나가고 싶지 않다"라며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이번 서한 전달은 오랜 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동유럽 전선의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상이 전격적으로 감행한 공개 제안에 따른 결과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지정해 발송한 공개 서한에서 "우크라이나는 직접적인 대화를 통한 전쟁 종식을 제안한다"라며 양국 최고 지도자가 배석하는 대면 회담을 가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양측의 직접적인 외교 채널이 완전히 차단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면 회담 제안은 전황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평가받는다.
양국 정상의 회동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오랜 기간 평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미국 행정부도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협상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대화 제안 소식을 접한 뒤 "그들이 만난다면 좋을 것 같다. 만나서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양국 정상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랜 기간 중단되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과 관련해 "현재의 중단 상태가 해소되고 접촉이 시작되기를 바란다"라며 "기존 채널을 통해 미국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둘러싸고 다소 일관되지 못하거나 모순된 발언들이 잇따라 흘러나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도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크렘린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보여주는 분쟁 해결 의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신뢰를 나타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미·러 정상회담이 다가오는 여름철 내에 성사될 확률을 두고 "이론적으로는 50%"라며 "성사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