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약한 거인’ 중국의 역설, 쇠퇴하는 권력이 세계에 더 위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담판을 벌이는 지금, 중국이 세계 패권 경쟁에서 진정으로 두려운 존재인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 질서가 위협받고 중국이 세계 1위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오랜 낙관론은 현실과 거리가 멀며, 오히려 쇠퇴기에 접어든 중국의 '취약한 권력'이 세계 안보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친중론자들은 크게 각성해야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가 쓴 “중국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 그게 문제다(China Is Much Weaker Than It Seems. That’s the Problem)”라는 오피니언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떠나는 날 게재됐는데, 이번 방중을 둘러싼 지정학적 논의에서 가장 도발적인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렛 스티븐스는 이 글에서 트럼프가 베이징을 방문하는 바로 이 시점에, 중국에 대한 서방의 통설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할 때, 장기적으로 볼 때 시간이 미국의 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지만 불행히도 그것이 바로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이는 미국이 영국 제국 쇠퇴기의 영국처럼 우왕좌왕하는 현상 유지 국가이며, 본질적인 전략·경제 경쟁자(당시 독일, 지금 중국)에 대응하지 못한 채 주변 전쟁(당시 남아프리카, 지금 이란)에 힘을 낭비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정반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잘못된 통념들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다”고 브렛 스티븐스는 꼬집었다. 한마디로 그동안 미국이 쇠퇴하는 구질서의 수호자이고, 중국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상승 세력이라고 주장들을 해 왔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다.
브렛 스티븐스는 이어 “하지만 과거 미국을 위협했던 소련, 일본, 유럽연합(EU) 모두 결국 실패했던 것처럼 중국 경제는 결코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일까? 이에 대해 브렛 스티븐스는 “역사는 가장 생산적인 국가 자산이 정치적 자유와 개방 시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더 자유롭고, 더 개방적이며, 더 경쟁적일수록 더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이념적 낙관론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균열은 수치로 확인된다. 중국 기업 부채는 2019년 이후 두 배로 불어난 반면 매출은 30%밖에 늘지 않았으며, 국유 또는 혼합소유 기업이 중국 최대 기업의 약 60%를 차지한다. 시진핑 주석이 로봇공학·전기차·배터리에 막대한 국가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은, 독일이 세기 초 재생에너지에 거대한 도박을 걸었다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이라는 부메랑을 맞은 사례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는 것이 스티븐스의 분석이다.
[부채·인구·자본 도피: 중국 경제의 세 가지 균열]
사실 중국 경제의 취약성은 다층적이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충격파를 남기고 있다. 경제 전반에서 좀비 기업 비중은 2018년 5%에서 2024년 16%로 급증했다. 중국의 붕괴된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충격파가 잦아든다 해도 재건 과제는 벅찰 것이며, 이는 중국 경제 역동성의 주요 축을 교체하는 작업뿐 아니라 깊게 상처 입은 주택 소유자들의 재정적 안정감을 되살리는 일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재정 위기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국제통화기금은 공식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의 채무 규모가 약 8조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2025년에 걸쳐 약 440조 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하며 지방의 빚을 중앙으로 이전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 전체의 재정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구 구조도 위기다.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순 해외 이민의 증가는 장기 성장 동력 자체를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기업인들을 떨게 만드는 자의적 법치, 군 수뇌부의 반복적인 숙청이 빚어내는 내부 불신,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공격적 외교 노선까지 더해진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균형 있게 구사해야 위대한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하버드대 학장)의 오래된 통찰에 비춰볼 때, “오늘의 중국은 너무 딱딱하고 유연성이 없는 '부서지기 쉬운 힘(brittle power)'을 갖고 있다”는 것이 스티븐스의 진단이다.
[쇠락하는 강대국의 위험한 도박]
그렇다면 왜 이런 중국이 오히려 더 위험한가. 스티븐스는 이 역설의 핵심에 쇠락하는 강대국이 갖는 특유의 충동을 놓는다. 상승하는 강대국은 기다릴 수 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의 중국이 그랬다. 그러나 하강 국면에 접어든 강대국은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도박을 감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궤도로 돌이킬 수 없이 편입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침략을 결행했듯, 시진핑 역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선택지의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화권 언론들이 주목한 회담 전야의 전망도 이 맥락과 교차한다. 트럼프가 방중 직전 대만해협 전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단순한 협상 레토릭이 아니라, 대만 카드가 실제 위기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반도체·희토류·대만·이란까지 얽힌 초복합 위기 상황에서, 두 정상은 어느 한 분야의 대타협보다는 충돌 방지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우려 사항은 있다. 무역에서는 온건하게 타협하되, 동맹 방어에서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전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가 대만에 대한 1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약속을 이란 문제나 희토류 공급 등의 반대급부와 맞바꾼다면, 스티븐스는 그것이 회담 실패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으로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우리 채널의 관측이기는 하다. 동맹 신뢰성은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공백은 쇠락의 위기감에 몰린 베이징이 가장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틈새이기 때문이다.
[결론: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스티븐스는 마지막으로 미국의 본질적 강점을 상기시킨다. 빌 클린턴이 첫 번째 취임 연설에서 말했듯, 미국의 잘못된 것들은 미국의 옳은 것들로 고칠 수 있다. 현재의 행정부가 만들어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다. 정치적 자유와 자기 교정 능력의 부재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중국 경제가 조만간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부상론’은 이제 허구임이 드러났다. 역사는 가장 생산적인 국가 자산이 정치적 자유와 개방된 시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국가가 보조금을 쏟아부어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산업 정책’은 일시적으로 성과를 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 비효율과 부패를 양산할 뿐이다.
현재 중국의 대형 기업 중 약 60%가 국영 또는 혼합 소유 기업이라는 점은 중국 시장의 경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유로운 경쟁 대신 당의 지시에 따르는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이른바 ‘유령 도시’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의 자산 가치 하락과 지방 정부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의 공포 정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법치주의가 사라진 자리에 당의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서면서 기업가들은 투자를 멈췄고,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군 내부에서 반복되는 숙청 작업은 중국 지도부의 자신감이 아니라 오히려 편집증적인 불안감을 상징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이미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인 셈이다.
진정한 강대국은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힘(Hard Power)뿐만 아니라 타인을 매료시키는 힘(Soft Power)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오로지 위협과 강압뿐이다. 유연하게 휘어지지 못하고 딱딱하기만 한 ‘취약한 권력’은 임계점에 도달하면 산산조각이 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공산당이라는 낡은 외피가 현대 사회의 역동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부에도 여러 갈등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강점은 잘못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에 있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스스로를 고칠 능력을 상실했다.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외부를 공격하거나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외적 팽창에 단호히 맞서면서도, 그들 내부의 모순이 자연스럽게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인내와 강한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결속만이 거대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세계 질서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결국 문제는 '중국이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약해지는가'가 되고 있다. 쇠락의 속도와 그 과정에서 베이징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가, 베이징 회담의 결과보다 세계의 미래를 훨씬 더 오랫동안 규정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