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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9 13:43:06
  • 수정 2018-03-19 16: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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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사태? 한국 자동차산업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에도 비상벨 울리는 징후 뚜렷
-자작차/튜닝카 산업도 죽이고, 연속혈당측정기 써보고 사용후기 올린 소아당뇨 엄마조차 단죄하고
-구매력기준 소득은 일본과 같은데, 기업•정치•정부•사법•노조•대학의 역량은 너무 뒤떨어져

근 15년 만에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찬찬히 들여다 보다가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 나라는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가? 도대체 앞으로 뭘 먹고 사나?”


▲ 대한민국 잔치는 오래 전에 끝났다.


압축적으로 성장한 그 속도로, 압축적으로 쇠락하고 있다. 

산업과 기업이 질식하고 있다.

모든 가치 생태계가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다.


한국GM이 계륵 신세가 되어 백척간두에 선 것이야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기아차에도 비상벨이 울리는 징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2017년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725만 대로 목표 대비 100만 대 미달이다.

2014~15년은 800만 대를 넘겼고, 2016년에는 788만 대였는데, 2017년에는 725만 대로 추락했다. 2008년 같은 세계적 금융위기가 터진 것도 아님에도 그렇다.


현대기아차야 수퍼 갑이니 판매 부진에 따른 충격을 1차 협력업체(을)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차 협력업체는 샌드위치다. 2차, 3차, 4차 협력업체는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원청(현대기아차)이 저런 상태니 1차 협력업체는 그저 샌드위치가 될 수밖에 없다.


원래 덩치(매출과 고용 규모)에 비해 고정비가 높고 이윤율이 낮은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들은 매출 감소 폭탄, 통상임금 폭탄, 최저임금 폭탄, 각종 노동규제 폭탄, 공정거래 규제 폭탄, 현실을 도외시한 상속법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얻어맞았다.

아니나 다를까 M&A 시장에 나온 1차사 매물이 부지기수다.


중국의 추격은 너무나 거세고, 독일, 일본의 기술/부품/소재 장벽은 여전히 높다.

현대기아차는 상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기에 노후화된 경영리더십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토바이 메이커(대림, 효성)도 사실상 망하다시피 하였다.

당연히 소형 내연기관 기기(제초기 등) 산업도 그 뒤를 따르고. 업계 관계자 얘기에 따르면 이게 잘못된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단다.


일본은 (2000년 전후하여 규모가 안돼서 망한다던) 마쯔다, 스즈키 등이 여전히 펄펄 살아있다.


1948년 오토바이로 시작하여, 1960년대 초 자동차에 진출한 혼다는 얼마 전에 제트기까지 만들었다.

중국 등 신흥국 자동차 수요의 증대를 일본, 독일, 중국 업체가 대부분 쓸어담고 있다.

르노-닛산에 미쯔비시도 합류했다.


이들의 동맹은 각자의 강점을 더 살리는 동맹이다.

한국GM으로 변신한 대우처럼 GM이 두는 장기판의 말 같은 존재들이 아니다.

일본은 동맹이고 우리는 자회사로 합병된 것이다.

그래서 대우 브랜드가 사라지고 쉐보레가 붙었다.

물론 청산당하지 않고 이렇게라도 사는 것도 다행이다만.


우리는 경직된 법 규제와 자동차 문화로 인해 자작차/튜닝카 산업이 자라나지 못했다.

경직된 환경규제로 수십년 된 차들이 굴러다니지도 못한다(이게 굴러다니면 후방 연관 효과가 적지 않다. 수천 명이 이런 차 수리하고, 부품 제작하느라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 규제는 개인이 책임지거나 소비자/시장이 제어할 일을, 면피의식으로 똘똘뭉친 국가(관료)가 통제하려고 한 탓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해운 관련 규제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그래서 내 고향 삼천포와 제주를 운행하던 배가 없어져버렸다. 그 때문에 텅빈 거대한 부두 시설은 자동차 운전 연습장이 되어 버렸다).


몇년 전에는 공인인증서 업자들과 은행이, 최근에는 블록체인협회를 만들려던 사람들이, 가장 최근에는 의료기기법 24조를 휘둘러 연속 혈당측정기를 수입해서 써보고 온라인에서 소개하고, 사용후기를 올린 소아당뇨 아동 엄마를 단죄하려는 작태가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전기차 관련 규제를 보면, 중국의 규제는 산업/기업을 아는 빼어난 선수(관료)들이 만들고 고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제 품질 내지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

다른 산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는 전기차-자율주행차-차량공유서비스라는 파괴적 혁신이 등장하면서 테슬라 등 새로운 자동차 업체가 100개 가량 출현했다고 한다.


런데 한국은 감히 자동차 회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LG도 삼성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솔직히 내가 기업주라 해도 대규모 고용이 필요한 사업은 겁이 나서 하지 못할 것 같다.

시장의 변화 부침도 극심한데, 경쟁자는 강력하고, 한국에서는 한번 채용하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고, 언제 파업을 할지도 모르고(2~3년에 한번 정도 파업하는 것을 애교로 봐 줘야 한단다), 임금도 자유롭고 공정한 노동시장 수준의 2~3배를 주어야 하니, 정말 사람 고용한 죄를 너무 세게 묻는다.


그러니 GM의 군산공장 폐쇄 조치를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인수할 업체가 없으니 그 좋은 공장과 부두를 썩힐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본, 독일,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저변의 차이(폭과 깊이)가 너무 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숫자와 산업 저변의 차이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조 원이 넘는 한국의 R&D 예산이 얼마나 소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모든 예산이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선거는 예산 약탈자 선발대회처럼 되었다.


한국의 고교와 대학 교육이 산업 및 사회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도 다 안다.

한국 공무원의 낭비성 외유(해외연수나 유학) 행태도 그렇다.

한국 공무원이 하는 일에 비해 얼마나 높고 안정적인 처우를 누리는지 노량진 고시 폐인들과 그 가족, 친구들이 다 안다. 아니 모르는 국민이 없다.


중소기업이나 농업이 중요하다 하다면서, 국가의 보호육성을 처방으로 내놓는다.

우리 헌법의 경제 조항에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99%이기에 결국 모든 시장, 경제, 기업, 사업 영역에 국가는 보호, 육성(진흥), 인증의 금을 긋고, 벽 쌓고, 거미줄을 친다.


당연히 정부의 손은 그야말로 손대는 산업마다 질식시키는 거대한 마이너스의 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못된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녹색경제, 창조경제, 사회적경제, 블록체인, 제4차 산업혁명 같은 유행만 뜨면 날렵하게 무슨 사업과 협회를 만들어 예산과 인력을 늘린다.


한국의 산업 정책은 마당 전체를 시멘트 공구리 쳐놓고, 구멍 몇개 뽕뽕 뚫어 화초와 묘목을 심고, 거기에 물과 거름을 집중적으로 투여하여 키우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시멘트 공구리라도 엉성해서 전후 좌우로 뻗어 나갔는데 이제는 시멘트 공구리가 점점 치밀하고 단단해지니 그저 힘겹게 자랄 뿐이다.


묘목이 죽거나 자리를 옮기면 그 곳은 텅빈 채 남아 있다.

기존의 산업과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기존 고용 보호에 집중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청년실업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와 자칭 노동/진보가 시장과 기업을 바라보는 눈은 조선의 양반사대부가 화폐와 상공업(상인, 공인)을 바라보는 눈과 흡사하다.


노동-자본의 대립 프레임으로 세상을 재단한 마르크스주의 프레임과도 닮았다.


기본적으로 (노동과 을에 대한) 착취 프레임, 불법(부도덕) 프레임, 불공정 거래 프레임이다.

시장•기업•자본은 보수, 규제•노동은 진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분절화•파편화된 사회가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고,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속한 상위 10~20%의 이해와 요구만 대변하는 담론을 만들어낸다.


공무원도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도 자신의 존재 근거인 국민 전체를 모른다.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포진한 조직노동은 미조직 노동의 처지와 조건을 모른다.

단언컨대 한국GM 부평공장 사람들은 장기 실업자가 될 운명에 처한 군산공장 사람들의 피눈물을 모를 것이다.


한국의 갑은 을을 모르고, 을은 병을 모르고, 병은 정을 모른다.

제조업 종사자들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애환을 모르고, 근로자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모르고, 취업자들은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자들을 모른다.


결혼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결혼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을 모른다.

정규 교수는 시간강사를, 인서울대학 교직원/학생들은 지방대의 교직원/학생들을 모르고, 수도권 및 충청권은 나머지 지방의 애환을 모른다.


상위 10~20%에 속한 사람들은 그 아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고, 현 세대는 미래 세대의 삶의 조건을 너무 모른다.

한국 사회는 원래 파편화, 분절화된 사회였는데, 지난 20년 동안 이런 상황이 더 심화되었다.


이는 사회 통합 기능을 전제로 각종 특권, 특혜를 부여받은 노조, 정당, 법원(판사), 공무원, 정부,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통상임금 판결과 문재인 정부가 대차게 내지른 최저임금, 근로시간, 빠리바게트 직고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재인케어 관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분절화, 파편화된 사회 내지 사상/담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기본권 상향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권리의 보장 주체가 져야 할 의무,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권 상향은 곧 자본/기업의 의무, 부담 상향임을 잊는다.


그런데 공무원은 슬그머니 노동이 되어, 열악한 국민이라는 고용주에게 엄청나게 높은 의무, 부담을 부과한다.


이 나라는 권리에 따르는 책임/부담/의무 개념이 없다.

법봉을 휘두르는 자들은 복잡미묘한 경제사회 현실을 모르니, 법원칙과 상식에 반하는 온정주의적 판결을 쏟아낸다.


남북관계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데, 대화와 협상이 잘 안될 경우에 대한 대비(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 자체를 하지 않는다.

훈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임진왜란 직전의 1590~1591년 당시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완벽히 닮았다.


대한민국 잔치는 끝났다.

오래 전에 끝났다.


구매력 지수로 평가한 소득은 일본과 같은데, 국가 역량, 즉 기업, 정치, 정부(정책, 규제), 사법, 노조, 대학, 지식인/전문가 역량은 너무 차이가 난다.


이런 엄청난 불균형이 절대로 지속가능할 리가 없다.


외환위기 전에도 우리 역량에 비해 엄청나게 고평가된 원화가 있었다.

지금은 우리 역량에 비해 너무 흥청망청하는 사회가 있다.

조선 망국을 성찰하지 않았으니, 조선으로 회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위기의 핵심은 조선 선비나 아전 수준의 약탈적 마인드와 시장/기업에 대한 무지를 겸비한 자들이 청와대, 정당, 정부, 국회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간만에 자동차산업을 들여다본 소감이다.

대한민국은 1987체제의 철학, 가치, 제도, 정치지형을 때려부수는 혁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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