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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탄식, “공격외교, 유럽을 잃었다!” - 중국식 전랑외교의 대 실패, "중국이 고립되고 있다" - 다급한 중국,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SOS 보냈지만 실패 -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행사, 분위기 침울
  • 기사등록 2021-05-28 13:19:25
  • 수정 2021-05-28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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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강경외교, “유럽을 잃었다!”]


“중국이 유럽연합(EU)을 잃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인 7월 1일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한 달 여 앞두고 날아온 유럽연합(EU)발 악재가 중국 전역에 엄청난 충격파로 몰려오고 있다.


그리안해도 미국과의 대충돌로 인해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마저 등을 돌리자 중국 당국이 당혹감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냉혹한 외교 현실로 인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제 분위기가 위축될까 우려하면서 파문을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가 27일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상쇄하고자 7년여에 걸쳐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유럽연합(EU)와의 투자협정(CAI) 체결이 거의 성사될 것으로 알고 있었고, 실제 비준 절차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 모든 절차들이 지난 5월 20일 전면 보류되었고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말 유럽연합과의 투자협정이 성사되자 이를 “국제정치 분야에서의 엄청난 승리”라면서 “단순한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유럽연합이 별로 사이도 안 좋고 시큰둥한 관계였기 때문에 미국과의 디커플링에도 불구하고 그 빈틈을 유럽연합이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도 중요한 중국의 외교적 카드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닛케이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 베이징에 축하 메시지를 전할 서구의 지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놔 침울한 중국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중국이 지금의 이러한 외교적 상황을 뒤집을 만한 반전카드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다급한 중국, 여기 저기 협조를 구하지만...]


유럽연합의 반전으로 다급한 중국은 유럽내 몇몇 국가들에 SOS를 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지만 별다른 진전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 17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중국과 EU의 투자협정이 조속히 체결되고 발효될 수 있도록 이탈리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리커창 총리가 이탈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G7국가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했고, 두 나라가 오래도록 연대를 같이 해 왔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탈리아는 G20국가의 올해 의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중국은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도 SOS를 보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 상무부 성명을 인용해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25일 프랑스의 프랑크 리스테르 대외통상장관과의 화상 회의에서 “유럽의회의 비준 보류에 대해 중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 성명에 따르면 왕 부장은 "프랑스가 가능한 한 빨리 중국과 유럽연합과의 투자협정이 비준되고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대외통상부의 발표 자료에는 유럽연합과의 투자협정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다만 "두 장관이 중국과 유럽연합 간 무역 관계에 대해서 논의했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오히려 프랑스 측의 발표 자료에는 리스테르 장관이 왕 부장에게 “경제적 교류의 불균형을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 역시 중국의 정중한 중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중국의 간곡한 부탁마저 거절한 것은 그만큼 유럽연합내에 반 중국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유럽연합이 반(反)중국이 되었나?]


이렇게 유럽연합내의 분위기가 험악한 것은 사실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1월 영국의 BBC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하면서 유럽 사회에서 반 중국 분위기가 확산되자 유럽의회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유럽의회는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난 1989년 천안문광장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 중국 제재를 가했다.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강제 노동 등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공안(公安) 계통 고위 관료 4명을 제재한 것이다.


사실 유럽연합의 입장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의 교역국이고, 또한 이런 상황에서 투자협정까지 체결된다면 유럽연합 기업들도 중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를 맞았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그대로 덮어둘 순 없었다. 유럽 사회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여론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중국을 향한 제재를 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럽연합의 이러한 제재에 대해 중국도 발끈하면서 유럽연합에 역 제재를 가했다.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는 아무리 중국이 해명을 해도 이미 다양한 채널로 실태가 다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이를 무마하려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적반하장격으로 오히려 강경하게 맞대응을 한 것이다. 전형적인 전랑외교 방식이다. 중국은 결국 EU의 의회 의원 5명 등을 제재했다.


이는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EU의 의회 의원을 제재했다는 것은 결국 EU의회 자체를 제재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EU 전체 국가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장 4월 28일 열린 EU 의회 회의에서는 30명 이상의 의원이 중국의 EU 의원 제재를 비판하기에 이르렀고 독일과 프랑스 등 9개국은 해당 국가의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제에 아예 중국과는 모든 관계를 단절하면서 그 대안으로 인도와의 FTA 협상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리투아니아가 17개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와 중국과의 협의체인 ‘17+1 체제’를 탈퇴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결국 중국의 사활을 건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7+1 체제’가 중요한 것은 비교적 중국과 가까운 사이인 공산국가 출신의 동유럽국가들과 비교적 우호적인 중유럽 국가들과의 연합체를 통해 중국이 유럽지역에 진입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17+1 협의체’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가 그 판을 다 깨 버린 것이다.


문제는 또 중국이 그러한 리투아니아에 대해 의회 의원 1명을 포함해 유럽인 10명에 대해 보복 제재를 가했다. EU 의회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등에의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중국식 전랑외교는 곧바로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왔다. EU 의회 의원들이나 리투아니아 의원들이 중국 땅에 안가면 그만이지만 중국의 그러한 공격적 외교로 대변되는 전랑외교는 EU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면서 급기야 ‘중국 보이콧’으로 확산되게 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의 대응 또한 문제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리투아니아의 ‘17+1 협의체’ 탈퇴에 대해 사설을 통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리투아니아는 중국 같은 대국에 맞설만한 나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5월 21일 “리투아니아가 자신들의 실수를 즉각 시정하고 전반적 상황에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에 리투아니아는 물론이고 유럽연합은 또 분노했다. 리투아니아의 분노는 단지 그 나라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의 공동운명체인 발트 3국, 곧 에스토니아와 리트비아에게 곧바로 전이된다. 이들 국가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에 의해 강제 합병된 국가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합병했던 그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런 러시아와 밀착관계에 있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던 차에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막 대하니 공동의 분노로 확산되게 된 것이다.


또 이들 발트 3국의 분노는 곧바로 유럽연합 전체 나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17+1협의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악재들만 넘쳐 나는 중국 외교]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외교에 악재들은 계속 쌓여만 간다.


우선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독일의 정치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9월 독일연방의회 선거후 사임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는 중국과 유럽연합간의 투자협정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녹색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유럽에서 비빌 언덕이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호주와의 무역 갈등도 극에 달해 있다. 중국과 호주간의 문제 역시 중국의 공격적 외교, 곧 전랑외교가 원인이었다.


또 하나 더 생겼다. EU와 일본이 손을 맞잡고 중국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스가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우리는 동·남중국해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현재 상황을 바꾸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시도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과 EU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결속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의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과 이달 초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명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간의 정상외교는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까지 들고 나왔다.


중국과는 정상외교라는 말을 전혀 꺼내지 않는 미국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는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회동을 갖게 된다. 이 만남이 중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왜냐하면 중국에게는 또다른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은 그야말로 중국에게는 ‘외교적 고립’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등 G7국가들과 인도, 호주 등이 중국을 멀리서 쳐다 보기만 하고 있고, 그동안 친 중국 노선을 걸어왔던 필리핀마저도 서서히 반 중국 방향으로 길을 잡고 있다.


지금 중국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일단 ‘전랑외교’를 전면 중단하면서 ‘소프트 외교’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는 시진핑의 외교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그렇게 방향을 틀지도 못한다.


7월 1일의 중국 공산당 100주년 행사에 내년 2월의 동계 올림픽을 넘어 내년 가을의 당대회를 통해 장기집권으로 가야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외교 실패를 인정했다가는 모든 것들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전랑외교를 밀어 붙였다가는 더 큰 도전이 중국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래저래 시진핑의 잠 못 드는 밤은 앞으로도 쭈~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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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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