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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과 맞장 뜬 리투아니아, EU를 흔들다! - 리투아니아, 중국 핵심이익 건들며 17+1회의 탈퇴 - 당황한 중국, 리투아니아 강력 비난, EU 달래기 나서 - 권위주의 국가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는 강단있는 외교 눈길
  • 기사등록 2021-05-25 13:14:11
  • 수정 2021-05-25 16: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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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中 선봉에 선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반기를 들고 나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도 280만 명으로 중국 인구의 500분의 1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이 중국의 147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중국에 맞서 어떤 나라보다 강경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이 나라를 겨냥해 장문의 기사를 쓸 정도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24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지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17+1 정상회의'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란즈베르지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이 지목한 ’17+1 정상회의'는 '중국-중부ㆍ동유럽 국가 간 협력체(China-CEEㆍCEEC)'를 일컫는 것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라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이다.


이 ’17+1 정상회의'는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중국 주도하에 중국이 동유럽 17국과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및 문화 교류를 논의하는 협력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란즈베르지스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17+1 정상회의'를 지목하면서 “'17+1' 협력체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킨다”면서 “이 협력체의 다른 회원국들도 탈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EU 27개국 회원국들이 중국을 상대하는데 단결이 중요하다”며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과 EU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리투아니아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의 갖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는데 그 핵심을 리투아니아가 걷어차면서 EU국가들 모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리투아니아는 덩치는 작아도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데다 ‘17+1’협의체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중국 입장에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리투아니아라는 작은 국가를 콕 찍어 중국도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중국을 향한 도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보안 검색 장비 업체 뉵텍(Nuctech·同方威視; 퉁팡웨이스)의 장비를 금지한데다가 지난 3월에는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이슈에서도 중국에 맞서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를 무시하면서 그런 외교적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리투아니아 의회는 지난 5월 20일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유엔의 신장 수용소 조사와 EU의 대중 관계 재검토를 촉구하면서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다. 리투아니아 국민들도 중국에 대해 감정이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수도 빌뉴스에서 홍콩의 반중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기까지 했다.


당연히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시위 때도 중국 당국이 불쾌감을 표시하자 오히려 란즈베르지스 외교부장관은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경고를 줬다.


[리투아니아가 강하게 반중정책을 펼치는 이유]


이렇게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가장 큰 이유는 소련 지배 체제에서 오랫동안 공산당에 시달려온 리투아니아인들의 공산당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방 언론들의 분석이 그렇다.


그렇게 공산당에 대한 반감이 국민정서에 깔려 있는데 그러한 감정이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 대해 정서적인 거부감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독일의소리(DW)는 “리투아니아는 약소국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대립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나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전통적인 외교정책 때문”에 “리투아니아가 권위주의 국가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들에서는 미국과 EU가 최근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자 이런 흐름에 맞춰 서방 강대국 편에 섰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러시아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리투아니아로서는 유사시 미국·EU의 도움 없이 버티기 어렵다”며 “중국과 대립하는 것은 서방에 다가가기 위한 실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적인 이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중국과 협력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리투아니아 외교부 인사는 최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해 자유주의적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어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17+1협의체에서 어떤 이득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불쾌감 표시하는 중국]


그야말로 중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가 EU 전체를 흔들면서 반중의 선봉에 서자 중국은 리투아니아에 대해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중국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는 24일자 사평()에서 “발트 국가인 리투아니아가 최근 여러 차례 중국 내정에 간섭하면서 신장, 대만 등 반중(反中) 이슈들을 부각시켰다”면서 “리투아니아가 17+1협의체에서 탈퇴하면서 다른 EU국가들의 탈퇴도 선동하지만 리투아니아의 그러한 선동은 전혀 먹히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별 영향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홍건(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작은 나라인데도 반중(反中) 이슈에 자꾸 나서는 것은 미국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도가 높은 리투아니아가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진 틈을 타 입지구축을 하려고 극단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리투아니아에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리투아니아는 중국 같은 대국에 맞설만한 나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신장 위구르인에 대한 학살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고, 그러한 주장은 신장의 사회 안전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리투아니아 측의 내정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투아니아가 자신들의 실수를 즉각 시정하고 전반적 상황에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중국과의 투자협정 비준 보류]


이렇게 리투아니아가 앞장서 반 중국 구호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투자협정 비준을 보류했다.


유럽의회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의 EU 인사에 대한 제재 해제시까지 EU와 중국 간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599명이 찬성, 30명이 반대, 58명이 기권한 가운데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됐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12월 30일 거의 7년 만에 투자 협정 체결에 합의했지만 지난 3월 22일 중국 신장 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상대로 32년 만에 인권 제재를 부과하면서 급격하게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EU의 조치에 대해 중국도 유럽의회와 인권위 소속 의원 5명을 포함해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에 대해 보복 제재를 가하면서 양측간 관계는 파국으로 흘러갔다.


[유럽은 리투아니아 편]


리투아니아의 거센 반 중국 흐름에 대해 유럽연합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리투아니아를 응원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란즈베르지스 외교부장관의 “17+1체제가 리투아니아에게 전혀 이익을 주지 못했으며 중국의 거센 드라이브에 각국의 입장이 달라 유럽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의 칼럼니스트 콘스탄틴 에거트도 지난 4월 5일자 “중국을 향한 도전은 위험하지만 똑똑하다’(Lithuania’s challenge to China is risky, but clever)”는 제목의 칼럼에서 리투아니아의 외교적 대응을 극찬했다.


이 칼럼에서 에거트는 “리투아니아의 외교 방향은 다른 중유럽 국가(헝가리 등)의 대(對)중국 우호 입장과는 분명 대조적”이라면서 “리투아니아는 다른 공산국가인 러시아와도 강력하게 맞서는 국가”라고 칭찬했다.


에거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한 권력에 왜 도전장을 내미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이는 리투아니아인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 나라를 잃은 후 강한 힘을 가진 나라와 상대할 때 자유를 향한 분명한 국가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가 대만에 대해 우호적이고 베이징에 대해 강력하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투아니아의 반 중국 외교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는다 하더라도 리투아니아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면서 “리투아니아는 과거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았을 때도 훌륭하게 극복해 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거트는 “리투아니아는 물질적 이익마저 포기하면서 날로 거세지는 중국 정권의 강압적 외교에 맞서고 있다”면서 “이러한 리투아니아의 용기있는 행동이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러한 리투아니아의 강단있고 용기있는 행동 때문에 17+1 협의체도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EU국가들이 중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을 전면 보류한 상황에서 중국이 모든 자존심을 꺾고 자신들이 유럽연합 국가에 대해 내린 제재 조치를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한 더 이상의 관계 진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의 행동들로 인해 중국의 본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환상도 많이 무너져 내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한 유럽의 흐름에 리투아니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ISM)의 중국 전문가 유스티나(Justyna Szczudlik)도 “17+1 체제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유럽연합 국가들의 중국과의 경제적 일체감 조성도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의 보도가 그렇다.


결국 리투아니아의 반 중국 외교는 중국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맷’도 “리투아니아의 대만 지지는 중국의 유럽 외교에 또 다른 타격”이라면서 이로 인해 “중국은 당분간 이 나라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중국의 본색이 전 세계에 드러나면서 갈수록 중국의 입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땅 인도와도 등을 돌리고, 미국과의 디커플링 상황에서 이젠 도피처였던 EU마저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의 외교로서는 커다란 수모이면서 치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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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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