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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외교의 大실패, “中 버리고 인도 택한 EU” - EU-인도, 8년만에 FTA 협상 재개, 中과는 협상 중단 - 다급한 중국, EU기업에 특전 내세우며 매력작전 시도 - 중국 외교의 참담한 실패 드러낸 EU-중국 갈등
  • 기사등록 2021-05-14 16:45:25
  • 수정 2021-05-15 07: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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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인도, 8년만에 FTA 협상 재개, 中과는 협상 중단]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그동안 진행해오던 중국과의 투자협정 비준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진행하며 중단 8년 만에 FTA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3월 EU가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하자, 중국은 유럽의회 의원 등에 대해 보복성 제재를 가하면서 양측은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


당시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유럽의회는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며 EU-중국 투자 협정 비준을 위한 노력도 중단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고 EU가 확인하고 나선 대목이다.


지난 4월 EU 고위층에 전달된 ‘EU-중국, 전략적 전망 보고서’는 “EU가 중국과의 무역에 있어 정치적 요소를 분리해서 접근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EU 내부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과 관계에 있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이 이제는 “분리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EU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권을 희생해가면서 경제 교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사실상 협상이 마무리되어 EU의회의 비준만 남겨 두었던 중국과의 투자협정 자체가 완전히 중단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이미 8년전에 중단된 바 있는 인도와의 FTA협상이 전면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EU정상들은 지난 8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인도 총리 모디와 화상 회담을 진행하며 중단 8년 만에 FTA 협상을 재개했다. EU정상과 인도는 향후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인도와의 FTA협상을 재개하게 된 이유는 바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견제와 위기감 때문이다.


EU와 인도와의 정상회담도 원래 대면회담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인도의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해지자 결국 모디 총리가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하면서 화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모디 총리가 EU 27개국 정상과 함께 회담을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와 인도 양측은 FTA협상 재개 외에도 별도의 투자 보호, 지리적 표시 합의에 관한 협상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지리적 표시’란 프랑스의 샴페인, 인도의 다르질링 차 등과 같이 명칭이 생산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유명 브랜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투자 보호와 지리적 표시는 EU의 핵심 이익이 존재하는 부분으로서, EU는 특산품 보호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EU와 인도는 유행병, 기후변화 모델링의 슈퍼컴퓨팅, 인공지능, 디지털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것에 합의했다.


[인도-EU간 협상이 가지는 의미]


중국과의 투자협정이 완전 중단된 상태에서 EU와 인도간 추진된 협상은 국제 정세에도 큰 의미를 던져 준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번 FTA 협상 재개에 대해 “EU-인도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FTA 협상 재개를 기대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매우 기대하고 있다”면서 “EU와 인도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EU와 인도의 무역협상 재개가 중국과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하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협상이라는 데 외신들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소위 ‘군사적으로 나날이 커지는 경쟁 대국’의 면모를 부각하면서, 서방국가들을 ‘경악’하게 했는데, 이런 점에서 EU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며 “중국에 대한 우려가 EU와 인도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EU가 신장 위구르 탄압을 문제 삼으며 EU-중국 관계를 악화시켜 EU-중국 투자협정은 EU의 비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인도 역시 국경 문제로 중국이 도발한 바 있는데, 이번 EU-인도의 협상 재개는 바로 그러한 ‘중국을 대체할’ 협력 대상으로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EU와 인도와의 무역협정은 정치적인 의의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지난해 한 유럽의회의 연구는 인도와의 무역 합의에 따른 EU 측의 잠재적 이익을 최대 85억 유로(약 11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영국의 EU 탈퇴 전 추정치다.


[다급한 중국, 긴급 SOS를 쳐 보지만...]


이렇게 EU가 중국에 대해 등을 돌리자 중국은 상당히 당황해 하면서 다양한 출구전략들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유럽의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줄 것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유럽 자본 유치 공작에 돌입했다.


중국 주재 조르그 우트케(Joerg Wuttke) EU상공회의소 소장은 “중국측으로부터 전례없는 제안들을 받았다”면서도 “중국과 EU간의 충돌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샤퓌(Nicolas Chapuis) 중국 주재 EU 대사도 “중국이 최근들어 EU와의 관계 회복과 EU기업들의 중국 투자 확대를 위한 매력공세를 본격화했지만 EU의 전략적 판단과 정치적 토대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관련된 견해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면서 EU 기업들의 중국 투자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출신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부주임이 지난 6일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euractiv.com)에 "유럽은 중국과 미국이 분쟁을 확대하거나 심지어 세계를 분열시키지 않도록 상호 차이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을 돕고 설득할 책임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그는 "유럽은 중국, 미국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중-미는 글로벌체제의 유지 차원에서 유럽 국가들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요구할 필요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유럽연합이 미-중간의 갈등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서도 안되며 오히려 유럽이 미중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외교적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어찌보면 EU와 중국간의 갈등 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빠진 상황에서 탈출구가 없는 중국의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외교의 참담한 실패 드러낸 EU-중국 갈등]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EU와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게 된 것도 결국 중국의 전랑외교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EU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강제 노동 등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공안(公安) 계통 고위 관료 4명을 제재했을 때 중국이 이를 무마하려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적반하장격으로 오히려 강경하게 맞대응을 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의 인권 상황에 대해 EU를 설득하거나 해명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쉽게 표현하자면 EU가 신장 위구르 문제를 꺼냈을 때 화를 벌컥 내면서 EU 의회 의원 5명 등을 제재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고,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평판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28일 열린 EU 의회 회의에서는 30명 이상의 의원이 중국의 EU 의원 제재를 비판하기에 이르렀고 독일과 프랑스 등 9개국은 해당 국가의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 협정이 사실상 파기된 그 공백을 즉각 인도와의 협상을 통해 메꿔버렸다. 중국이 7년 넘게 공들인 투자협정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단한 외교의 실패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전랑외교는 이미 프랑스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주재 루사예 중국 대사가 프랑스의 중국 문제 전문가 앙투안 봉다즈를 직접 거론하며 “불량배”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 의원들이 대만 방문 계획을 내놓자 루사예 중국 대사가 지난 2월, 상원 알랭 리샤르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 당국과 어떠한 형태의 공식 접촉도 하지 말라”며 대만 방문 계획을 취소하라고 압박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이 서한을 받은 리샤르 의원이 발끈하면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했다. 그리고 중국 문제 전문가인 앙투안 봉다즈도 “중국이 프랑스 민주제도에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루사예 중국 대사가 앙투안 봉다즈를 가리켜 ‘불량배’라고 욕설을 퍼 부은 것이다.


그러자 정치인이 아닌 학자에 대한 외교관의 막말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프랑스내에서 일어나면서 루사예 중국 대사의 추방까지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 졌다.


이러한 전랑외교가 결국 EU전체 국가들에게도 부정적 이미지를 심게 하면서 급기야 사실상의 관계 단절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EU의 주중대사가 “발전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무력 위협과 보복 등 공세적으로 나서는 중국의 호전적인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에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한다”고까지 했겠는가?


이로써 중국이 오랜 시일에 걸쳐 미국과의 분리작업을 해 온 EU와의 관계는 사실상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시시때때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EU와의 관계를 다독였고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와 왕이 외교부장까지 유럽을 순방하며 미국과의 사이를 벌리려 했지만 결국 중국의 본색이 드러나면서 모든 관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있었다. 지난해 8월, 미국과 중국간 정면 충돌 속에서 우군을 얻기 위해 유럽연합(EU)을 찾아간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오히려 국제적 고립에 처한 중국 처지를 확인함과 아울러 공개적인 비판만 받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순방한 왕이 외교부장에 대해 4개 나라는 코로나19 책임론과 함께 홍콩보안법을 비판했으며, 중국 내 인권 침해문제도 강력하게 제기해 망신만 당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12월에 EU가 펴낸 ‘NATO 2030’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는 러시아처럼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과 야심을 확대해나가면서 민주국가들에 위협이 된다”면서 “중국의 존재가 유럽이 당면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중국은 감지를 했을터인데도 설마 EU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존재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오히려 EU에 대해 강공을 펼치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게 ‘탈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젠 중국의 친구라고 자부해 왔던 EU마저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인도가 급부상했다.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아직까지 중국의 최고지도부만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자신들이 최고인 듯 착각하면서 ‘중화사상’을 온 세상에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EU와의 결별, 그리고 인도의 부상은 앞으로의 세계 경제 판도에 아주 중요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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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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