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가 던진 질문, “AI는 질주하는데 경제는 왜 뒤처지나?”]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첨단제조업에서는 미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의 삶과 직결된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내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첨단기술만으로 거대한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중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쑨리핑(孙立平)이 옛 소련까지 소환했다는 점이다. 소련도 한때 미국 경제 규모를 상당 부분 따라잡고 일부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섰지만 중앙집권적 경제체제의 침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방문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던져진 질문도 결국 하나다. AI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것이 중국인들의 지갑까지 채워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리위안(Li Yuan) 칼럼니스트의 분석을 통해 “시진핑 집권 아래 중국이 AI라는 시대의 핵심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중국 경제는 수십 년 만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이 두 현상이 반드시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 정부가 AI와 첨단산업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동안 소비와 고용을 살리는 데 필요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중국 경제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 중국 경제의 온도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8월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실업률은 18.9%로 1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7월 17.9%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뛰었다. 25~29세 실업률도 7.2%에서 7.5%로 상승했다. 첨단산업 육성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시장은 오히려 악화하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 역시 심상치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지만 소매판매는 고작 0.4% 증가했다. 1~8월 고정자산투자는 7.2% 감소했고, 부동산개발투자는 1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축 상품주택 판매액도 13.0% 줄었다. 공장과 첨단제조업의 생산능력은 계속 커지는데 이를 받아줄 내수와 투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급기야 인민은행 내부서도 “AI가 문제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한 것이 19일 나온 황이핑(黄益平)의 경고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황이핑은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AI의 급속한 확산이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강한 공급과 약한 수요’의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처방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를 살리고 가계소득을 높이며 재정난에 빠진 지방정부·금융기관·기업의 재무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AI가 생산성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소비할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면 생산과 수요 사이의 간극만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쓸 1위안, 소비·고용에는 못 쓴다”]
중국 내부 경제학자들이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인민은행 고문을 지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중국 경제가 지나치게 차갑게 식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일부 첨단산업만으로 경제 전체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놨다.
스탠퍼드대의 중국 경제 전문가 쉬청강(许成钢) 역시 더욱 직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정책 자원을 동원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가가 AI와 국유 첨단기술기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소비와 고용, 가계소득을 살리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짚었다.
더구나 AI는 철도·도로·주택 건설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자동화가 기존 일자리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실업률이 이미 18.9%에 이른 상황에서 국가의 자원이 고용과 소비보다 AI 생산능력 확대에 지나치게 쏠릴 경우 기술은 발전하는데 국민경제는 더욱 차가워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에 돈 쏟는데 지방정부 곳간은 말라간다]
더 큰 문제는 베이징이 새로운 성장산업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중국의 전통적인 재정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재정부가 18일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지방정부의 국유토지사용권 양도수입은 1조 375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28.6% 급감했다. 지방정부성기금 자체수입도 22.9% 감소했다. 부동산 침체가 단순한 건설업 위기를 넘어 지방정부의 핵심 재정기반을 직접 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토지양도수입 관련 지출 역시 18.5% 감소했다. 과거 지방정부는 토지를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토지를 개발하고 인프라를 건설하면서 경제를 돌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 순환구조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 1~8월 전국 정부성기금 수입은 19% 감소했고 지방정부성기금 자체수입은 22.9% 줄었다.
반면 피하기 어려운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사회보장·고용 지출은 6.5%, 보건의료는 9.2%, 채무이자 지출은 5.4% 증가했다. 반면 문화·관광·체육은 7.2%, 에너지절약·환경보호는 12.3%, 농림수리는 6%, 교통운수는 2.9% 감소했다. 재정 운용의 무게중심이 새로운 성장기반을 만드는 투자보다 사회보장과 의료, 기존 부채를 감당하는 방향으로 압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中 석학이 꺼내든 가장 불편한 단어, ‘소련’]
바로 이 지점에서 베이징의 저명한 사회학자 쑨리핑은 중국 지도부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례를 꺼냈다. 소련이다. 쑨리핑이 제기한 핵심은 간단하다. 첨단기술 강국과 국민이 잘사는 경제는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 소련도 한때 미국 경제 규모를 상당 부분 따라잡았고, 우주·군사·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경쟁하거나 일부 영역에서 앞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앙집권적 경제체제의 침체를 막지는 못했다.
쑨리핑이 오늘의 중국에 던진 질문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갈수록 정교하고 첨단화된 제품을 엄청난 규모로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제품을 누가 살 것인가? 살 사람이 없다면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한다. 기업의 이익이 늘지 않으면 임금과 고용도 늘기 어렵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는 다시 위축된다. 중국이 지금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생산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생산→기업이익→고용→가계소득→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의 순환고리가 약해졌다는 데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14억의 지갑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의 문제를 단순히 “AI에 너무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라고만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중국이 AI·로봇·배터리·첨단제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략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그 기술의 성공을 국민의 소득과 소비로 연결할 경제구조를 함께 만들고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5.2% 증가했는데 소매판매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고기술 제조업 생산은 16.7%나 증가했다. 한쪽에서는 첨단산업이 질주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인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금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더구나 중국은 해외시장에만 의존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과잉생산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내부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첨단제조업의 생산능력 확대가 또 다른 공급·수요 불균형 문제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황이핑이 AI의 발전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AI가 중국의 ‘강한 공급·약한 수요’라는 기존 불균형을 더욱 키울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Why Times Insight]
시진핑은 23~25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강세 억제 강도를 완화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3년 반여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중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AI를 비롯한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에서 세계의 시선은 미·중 무역과 AI 패권, 첨단기술 문제에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미국으로 가져가는 가장 어려운 숙제는 어쩌면 중국 내부에 있다. AI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것과 14억 중국인의 지갑을 다시 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AI·로봇·배터리·첨단제조업에서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그러나 국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는 것과 그 기술이 만들어낸 부가 가계소득과 고용, 소비로 흘러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바로 그래서 쑨리핑의 ‘소련’ 이야기가 무겁다. 기술은 강했지만 경제의 활력을 잃었던 소련의 경험을 중국이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진핑에게 던져진 질문은 하나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와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나라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술이 만들어낸 부를 국민의 소득과 소비로 연결하는 경제를 만들 것인가. 아무리 많은 AI 데이터센터와 로봇공장을 세워도 그것을 떠받칠 기업의 이익과 국민의 소득, 소비가 함께 살아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국의 문제는 AI를 못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AI와 첨단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도 그것을 살 중국인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이러한 경고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