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첫날 블룸버그가 꺼낸 단어, '성장통']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이 등장했지만, 늦은 진입을 압도적 완성도로 만회하겠다는 기대에는 의문이 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품과 공급망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고, 새로운 화면에 대응하지 못하는 앱들도 사용 경험의 약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화면 내구성 논란, 구글 AI 기술 채택, 메모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애플의 경쟁력이 여러 방향에서 시험받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이 이제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받을 이유부터 다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23일(현지시간) 초기 구매자들에게 배송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틀간 실사용 리뷰를 내고 “듀오가 애플이 최근 몇 년간 내놓은 제품 중 가장 흥미로운 기기”로 평가하면서도 “앱 생태계가 하드웨어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목에 들어간 단어는 '성장통'이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은 신제품 첫날부터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는 회사였다. 그런 애플의 신제품이 '완성품'이 아니라 '발전 과정에 있는 제품'으로 소개됐다는 점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듀오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며 내놓은 제품이다. 갤럭시 폴드 첫 출시 이후 7년 동안 애플은 이 시장을 사실상 외면했다. 존 터너스(John Ternu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의 폴더블을 "저렴하고 조잡한" 느낌의 제품이라고 깎아내렸다. 시장에 먼저 들어간 경쟁자를 폄하하고, 뒤늦게 들어와 완성도로 판을 뒤집겠다는 것은 애플의 오랜 전략이다. 그러나 출고 첫날부터 그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그 전략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 균열: '주름 없는 화면'의 대가]
애플은 듀오의 핵심 셀링 포인트로 '보이지 않는 주름'을 내세웠다. 내부 화면에 나노텍스처 코팅을 입혀 빛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9월 공개 행사 직후 일부 매체는 주름을 손으로는 느낄 수 있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호평했다. 그러나 정식 출고를 앞두고 초기 물량을 손에 넣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웨이보 사용자 '캉(Kang)'이 올린 영상에서 힌지 위쪽 디스플레이가 손가락 압력에 눌려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사용자는 해당 부위를 누르면 주름이 생길 수 있으며, 여러 대를 시험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IT전문매체 노트북체크는 “화면을 만지지 않을 때는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으로 쓸면 눈에 띄고 촉감으로도 느껴진다며, 접었다 펴기를 반복할수록 주름이 짙어지는 폴더블의 특성상 장기 내구성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하드웨어 특성도 '애플다운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다. 블룸버그 리뷰에 따르면 듀오의 외부 화면은 5.4인치로 과거 '미니' 모델 수준이다. 그런데도 티타늄 프레임 탓에 무게는 아이폰 18 프로 맥스보다 무겁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쓴 삼성 갤럭시 Z 폴드 8이 주머니에서 더 가볍다. 내장 냉각 챔버가 있지만 발열은 18 프로 맥스보다 심했다. 위젯이나 홈 화면 아이콘이 잠시 사라지는 버그, 기기 방향을 늦게 인식하는 현상도 보고됐다. 리뷰어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1세대 제품의 전형적인 결함 목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 균열: 애플의 진짜 해자(垓字)가 비었다]
애플이 하드웨어 경쟁사들을 압도해 온 진짜 무기는 칩이나 디자인보다 앱 생태계였다. 개발자들은 iOS용 앱을 가장 먼저, 가장 공들여 만들었다. 그 결과 '아이폰에서 안 되는 앱은 없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그런데 듀오에서는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듀오의 앱 상황을 '엉망'이라고 표현했다. 듀오는 아이패드 앱이 아니라 아이폰 앱을 돌리는 기기다. 애플 자체 앱은 두 화면을 온전히 활용하지만 타사 앱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왓츠앱,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같은 대형 앱은 이미 최적화 업데이트를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앱은 쓸 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화면 공간을 크게 낭비한다. 실제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앱은 내부 화면에서 크기가 조정되지 않은 채 열려 측면에 빈 막대가 남는 경우가 많다.
애플은 출시 전부터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애플은 물밑에서 개발자들과 협력해 외부·내부 화면에 맞게 앱을 최적화해 왔다. 그런데도 출시일에 공백이 남았다는 것은 애플의 생태계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다. 과거 노치 도입이나 화면비 변경 때도 비슷한 혼란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하드웨어의 혁신 속도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따라오지 못하면, 애플이 가진 '수직 통합'의 우위는 약점으로 바뀐다. 기기를 바꾸는 순간 생태계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듀오는 그 연결 고리가 느슨해졌음을 보여준 첫 사례다.
[AI 균열: 시리의 두뇌를 구글에 맡기다]
듀오의 결함이 ‘1세대의 성장통'이라면, AI 분야의 상황은 구조적 후퇴에 가깝다. 애플은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지만 핵심 기능은 잇따라 연기됐다. 결국 애플은 연간 10억 달러를 구글에 지불하고 제미나이 맞춤형 버전으로 차세대 시리를 구동하기로 했다. 이는 AI 경쟁에서 뒤처졌음을 인정한 드문 사례로 평가됐다.
조직 개편도 이어졌다. 애플은 시리 개편 지연과 더딘 애플 인텔리전스 업데이트 속에 2025년 AI 경영진을 교체했다. AI 총괄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의 자리는 비전 프로 개발을 이끈 마이크 록웰(Mike Rockwell)이 넘겨받았다. 터너스 CEO는 타임 인터뷰에서 시리에 제미나이 기술을 쓴다고 해서 애플이 제품 통제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운영체제, 칩, 앱스토어를 모두 직접 통제하며 '끝에서 끝까지' 경험을 설계한다는 것이 애플 혁신의 본질이었다. 그런데 차세대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꼽히는 대화형 AI의 핵심 엔진을 최대 경쟁사인 구글에 맡긴 셈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iOS 양쪽에서 기본 AI 엔진 지위를 확보했다. 반면 애플은 그 엔진 위에 브랜드를 씌우는 처지가 됐다.
[원가 균열: 메모리 업체가 아이폰 가격을 정한다]
외부 의존은 AI에만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용 D램 공급이 줄었다. 팀 쿡(Tim Cook) 전 CEO는 CEO로서의 마지막 실적 발표에서 이 상황을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했다.
수치는 심각하다. 아이폰 에어와 17 프로에 쓰인 12GB LPDDR5X 모듈 가격은 2025년 초 약 30달러에서 70달러 안팎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테크인사이츠는 현재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아이폰 18 프로를 약 270달러(약 36만원)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아이폰 부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10%에서 2027년 최대 4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6.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뼈아픈 것은 협상력의 상실이다. 애플은 한때 세계 최대 메모리 구매자 중 하나로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가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제 애플은 메모리 시장에서 조건을 정할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업황 침체기에 단가를 강하게 압박한 탓에 마이크론이 증설 여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듀오의 시작가 1,999달러(약 265만원)는 애플 역사상 가장 비싼 아이폰이다. 이 가격에는 '혁신 프리미엄'뿐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원가 압력이 함께 담겨 있다.
[반론: 줄 서는 소비자, 기록적 실적]
위기론에는 반대 근거도 분명하다. 듀오의 수요는 폭발적이다. 16일 사전주문이 시작되자 몇 분 만에 물량이 동났고, 정오 무렵에는 모든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1월 25일로 밀렸다. 애플은 성명에서 사전주문 수요가 "그야말로 특별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듀오 판매량이 기존 전망치인 2027 회계연도 1,400만 대, 매출 280억 달러(약 37조 1천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수요 폭증의 이면에는 공급 부족이 있다. 배송 지연이 예상 밖의 강한 수요 때문인지, 제한된 공급 때문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메모리 대란 속에서 애플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뷰어들조차 2,000달러(약 265만원)짜리 1세대 제품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는 '이번엔 건너뛰라'고 조언했다.
[Why Times Insight]
애플의 혁신 신화는 두 가지 전제 위에 서 있었다. 첫째, 애플은 늦게 들어와도 '완성형'으로 시장을 재정의한다. 아이팟, 아이폰, 애플워치가 모두 그랬다. 둘째, 애플은 칩부터 운영체제, 앱 생태계까지 모든 층위를 직접 통제하며, 그 통제력이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만든다.
아이폰 듀오와 그 주변 상황은 두 전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듀오는 7년 늦게 들어왔지만 시장을 재정의하지 못했다. 주름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완화'였고, 앱 생태계는 하드웨어를 따라오지 못했다. 통제력의 측면에서는 더 근본적인 후퇴가 진행 중이다.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AI의 두뇌는 구글이, 아이폰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좌우할 메모리 가격은 한국과 미국의 메모리 3사가 쥐고 있다. 애플은 이제 자신이 설계하지 않은 핵심 요소들을 조립하는 회사로 변해가고 있다.
폭발적인 사전주문은 반론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제품이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브랜드 자본은 혁신을 대신할 수 없고, 소진될 뿐이다.
24년간 하드웨어를 이끈 엔지니어 출신 터너스 CEO 체제의 첫 대형 제품이 '하드웨어는 인상적이지만 나머지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혁신의 선봉에 설 수 없는 시대에, 애플은 가장 익숙한 무기로 가장 낯선 전쟁에 나섰다. '혁신 신화의 종언'은 애플의 몰락을 뜻하지 않는다. 애플이 시장을 이끄는 회사에서, 시장의 흐름에 적응하는 거대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매출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그러나 신화는 숫자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