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접경지역 북새통…다리 끊겨 아비규환 (비두르[네팔]=연합뉴스) 정윤주 촬영
네팔 산악 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 붕괴와 강 범람으로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진입로와 교량이 대거 파손되면서 수색 작업과 참사 현장 접근이 완전히 중단됐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라수와 지역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 상의 트리슐리 군사기지 인근 교량이 거대한 흙탕물에 쓸려 내려가면서 사고 수습을 위한 현장 접근이 막혔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56km 떨어진 비두르 지역의 이 군사기지는 피해 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자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기지에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위치의 다리가 끊기며 헬기를 동원하지 않고는 피해 현장에 다다를 수 없는 물리적 고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는 산악 지대의 빙하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보테코시강이 범람해 발생했다. 토사와 거대 물줄기가 하류 마을 전체를 덮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초래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와 실종자는 1,200명을 넘어섰으며, 실종자 800여 명 가운데 600여 명은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등 3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현지에 체류 중이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근로자 9명도 연락이 두절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피해 지역인 라수와 일대는 본래 카트만두에서 차로 6시간 이상 소요되는 험준한 지형이다. 비포장도로가 많고 경사가 심해 평소에도 접근이 쉽지 않았으나, 이 날 발생한 대홍수로 인프라가 파괴되며 이동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군사기지 일대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현지 주민과 외국인, 취재진 등이 밀려들면서 심각한 혼잡이 이어졌다.
트리슐리 군사기지는 부상 정도가 경미한 생존자들을 임시 수용하는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상자들은 카트만두 시내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기지 입구에는 군용차와 앰뷸런스가 연이어 출입하며 긴급 이송 작업을 진행했다. 네팔 군당국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된 절차에 따라 생존자와 방문객의 만남을 중개하고 있으나, 수백 명의 이재민과 가족들이 기지 주변에 몰려들어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됐다.
현장에서 구조된 안주 타망 씨는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며 "엄청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현지 주민 케삽 마하두수아라 씨는 산 위에서 쏟아진 토사물을 떠올리며 "정말 '몬스터' 같았다"며 "언덕 위에서 물과 흙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무서웠다"고 언급했다.
가족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경찰이 기지 주변에 설치한 간이 창구에 모여 실종자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며 소식을 기다렸다. 군당국은 밤이 깊어지자 기지 운영을 일시 중단했으며, 익일 오전에 접수를 재개해 생존자 확인 작업과 가족 상봉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