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름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전역을 습격한 기상이변 현상이 지속되는 요인으로 단순한 지구 온온화를 넘어 지구 대기 순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 대륙 서부 지역이 여름철 내내 기록적인 기온 상승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고온 기후가 연례화되는 기저 원인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프랑스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의 기온이 과거 평년치보다 2.8도나 솟구쳐 오르며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 등 이웃 국가들이 그 뒤를 이으면서 기열 현상이 서유럽 일대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후학계에서는 온난화의 가속화가 폭염의 발생 빈도와 기세를 확장시켰다는 사실에는 이견을 두지 않는다. 독일의 기후학자 슈테판 람슈토로프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현상은 기상 조건의 우연적 변동성과 기후 변화라는 거시적 추세가 결합한 결과"라며 "이 두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 올여름과 같은 기록적인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프랑스 본토의 경우 1947년 이후 집계된 54차례의 폭염 가운데 절반을 넘어서는 29회가 2011년 이후에 집중되었다. 특히 지난 6월 중후반부를 강타한 폭염의 발생 확률은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했을 때 무려 200배나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단지 온난화라는 단일 요인만으로는 올여름 서유럽에 유독 집중된 폭염의 재발 메커니즘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유럽 상공에서는 고기압이 특정 구역에 오랫동안 닻을 내리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기류를 막아서는 이른바 '블로킹'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기의 흐름이 갇히면서 상공의 열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거대한 뚜껑처럼 지표면을 누르는 '열돔'이 형성되어 폭염의 기간을 대폭 늘리는 구조다. 학계는 이러한 대기 정체 현상이 온난화의 직접적 결과인지, 혹은 대기 순환 체제 자체가 새로운 단계로 전이된 것인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아울러 북반구 상공을 수평으로 내달리는 제트기류의 약화 및 변형 역시 유력한 가설로 거론된다. 제트기류는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와 온대 지역의 따뜻한 공기를 갈라주는 장벽 역할을 수행하는데, 온난화 여파로 기류가 느려지면서 남북 방향으로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곡사 형태로 굽이친 기류가 특정 지점에서 멈춰 서면 유럽 상공에 막강한 고기압이 오랫동안 머무르게 된다. 기존의 기후 예측 모델로는 이 같은 복합적 이상 현상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정밀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열대 동태평양 영역에서 기승을 부린 엘니뇨의 여파가 서유럽의 기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당초 엘니뇨가 유럽 기후에 미치는 파급력은 미미한 수준으로 치부되었으나, 근래 들어 관측된 엘니뇨의 세력이 전례 없이 강해지면서 파장이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핀란드 기상연구소 소속 미카 란타넨 연구원은 "엘니뇨가 발생하는 여름엔 서유럽과 남유럽은 더 더워지는 반면, 북유럽과 동유럽은 더 선선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엘니뇨와 관련된 열대 기상 요인이 올여름 유럽 전역에서 관찰된 대기 순환 양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