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갈등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백악관이 전 세계 40여 개국을 경유하는 중국산 제품의 불법 환적을 통한 고율 관세 회피 실태를 조명하며 고강도 단속 조치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현지 시간 13일 '거대한 환적 사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물품의 원산지 세탁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고율 관세 대상인 중국산 화물이 제3국에서 경미한 가공이나 단순 포장, 라벨 교체 등만을 거쳐 원산지를 거짓으로 바꾼 뒤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우회 수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다각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불법 우회 수출 위험에 노출된 나라들을 경제적 여건과 중국 공급망 체계와의 결합도에 근거해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캐나다, 유럽연합(EU),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 등과 함께 '1유형'(Tier 1)으로 지정됐다. 이 부류는 중국 연관 물동량이 상당한 데다 산업 체계가 고도화되어 있어, 방대한 정상 무역 거래 흐름에 불법 환적 물량이 교묘히 섞여 들어갈 우려가 큰 국가군을 뜻한다.
보고서는 우회 통로에 따라 발생하는 관세 차익의 구조적 문제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중국산 품목이 북미무역협정(USMCA)을 활용해 멕시코나 캐나다를 경유할 경우 관세율이 사실상 무세율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한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베트남 등의 경로를 거치더라도 중국 본토에 직접 부과되는 고율 관세율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아지는 효과를 노리고 불법 우회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험 사례로 국내 경기 반도체 벨트 지역이 집적회로의 주요 유통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이 피닉스,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등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거점 도시들의 생산 기반에 직접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미 정부 및 민간 기관의 추산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잠재적 불법 환적 거래액은 한해 최소 400억 달러에서 최대 3,030억 달러(약 57조 원~431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한 미 재정의 관세 수입 손실 역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백악관은 앞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기술을 도입해 화물의 운송 경로와 원산지 이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탐지형 국경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여 불법 우회 무역 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