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집무실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서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왼쪽)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및 관련 파생제품에 최저 수입 가격을 적용하고 15%의 추가 관세를 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핵심 첨단 소재에 대한 대규모 수입 규제 포고령을 최종 확정했다. 수입산 물량의 과도한 유입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반도체 및 태양광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재편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할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당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미국 정부는 해외산 저가 제품의 덤핑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최저 수입 가격(MIP) 기준을 구체적으로 책정했다.
원료 형태인 폴리실리콘은 1㎏당 21달러, 원통형 덩어리인 잉곳과 웨이퍼는 1㎏당 100달러로 정해졌다. 태양광 전지는 와트당 0.22달러, 모듈은 와트당 0.38달러가 각각 최저 수입가로 적용된다. 포고문에는 "폴리실리콘 잉곳 및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수입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며 해당 조치가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기타 관세, 세금, 수수료, 징수금 및 부과금에 추가해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한국은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과 함께 15%의 관세를 물게 됐으며, 영국은 10%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미 행정부는 자국 내 생산 역량이 심각하게 저하된 점을 신속한 규제 도입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리실리콘은 미국의 반도체 및 태양광 전력 공급망 안보를 뒷받침하는 기초 소재"라며 이번 조치가 미국 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결정임을 밝혔다.
포고문에는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2005년 50%에서 2024년 2%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담겼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점유율도 1990년 37%에서 2024년 1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관세 정책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실제 발효 시점을 4개월 뒤로 연기한 것에는 정치·외교적 여건을 고려한 전략이 반영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당 시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중국과의 허술한 무역 협상으로 씨름하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와 9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포고문은 미 상무장관에게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수립할 권한을 부여했다. 미국에 제조시설을 신축, 개보수, 확장하겠다고 약속하고 2029년 1월 20일까지 공사를 시작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 부과 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해 온 한국 기업들의 면제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공장과 OCI의 텍사스주 공장 투자를 제시하며 관세 제외를 당부해왔다. 앤디 박 한화큐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에 "오늘 백악관의 결정은 미국 태양광 에너지 제조업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폴리실리콘부터 완제품 패널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을 미국 내로 이전하겠다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진전하는 데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