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우크라이나 드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구시대적 군사 교리를 강력히 비판하며 나토가 러시아 전력의 절반 수준을 확보하는 데만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재임 중인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키이우에서 개최된 자국 대사 회의를 통해 나토의 현재 군사적 한계와 미래 전략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 나토 체제가 미래의 분쟁 역시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시절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나토가 필요한 운용 기준을 충족하여 러시아 연방이 보유한 군사력의 최소 반절 수준까지 추격하려면 우크라이나가 거쳤던 과정처럼 12년에 달하는 긴 시간이 요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나토의 방공 시스템 및 선진 군사 기술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나토의 구동 방식이 나치 독일과의 전쟁 당시에 형성된 낡은 군사 원칙에 귀속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현대전을 직접 경험한 우크라이나군의 실전 역량이 오히려 나토 회원국들의 전력을 상회한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무인기 기술이 전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나토의 대응 및 적응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작년 에스토니아에서 진행된 나토의 '헤지호그 2025' 연합 훈련에서는 현대전의 변화된 실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수천 명에 달하는 나토 대규모 병력이 단 10명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팀에 의해 사실상 전멸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도 했다.
한편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정식 가입 전망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약 12년 동안 나토 표준 도입 실무를 직접 전담했던 경험을 언급한 그는 매년 가입이 임박했다는 식의 헛된 환상을 들어왔으나 현실적으로 가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나토 가입이 국가적 핵심 전략 목표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마찰을 고려하여 반대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가입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 상태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항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민적 영웅으로 거듭난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2024년 2월 전쟁 수행 방식을 둘러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보직 해임된 후 주영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론조사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그는 향후 정계 진출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올가을 대선이 성사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준 지난 5월 잘루즈니 대사를 키이우로 불러 선거 정국 대응을 논의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론 분열을 이유로 출마 자제를 요청했으나, 잘루즈니 대사는 국민적 기대를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대선 출마 의사를 확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선포된 계엄령에 따라 2019년 이후 차기 대선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