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재무 수장이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를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금융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신호를 보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 진행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일본의 경제 체질 개선 시도를 평가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시행된 경기부양책 덕분에 지속 가능하고 탄탄한 경제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상징하던 과거 틀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새로운 경제 기조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디플레이션 탈출 국면에 들어선 일본이 기존의 저금리 기조를 종료하고 금리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선을 지키면서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의 오랜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우에다 총재의 시장 감각을 높이 평가하며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혀, 중앙은행 차원의 적절한 금리 인상 결단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단행된 미일 양국의 엔화 매수 개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됐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폭락이 아시아 통화 전반의 동반 약세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격적인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많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 엔화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어,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처럼 엔화 약세가 지역 전체의 경제 불안으로 확산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했다는 취지다.
한편 다카이치 내각이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대폭 낮추기로 한 방침을 두고 미국 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감세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가 장기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결단은 다카이치 정권의 몫"이라면서도 "감세를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인지의 선택지 중에서 나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라며 감세 정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아울러 에너지 등 주요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산업 구조상,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