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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8개국·이란 '호르무즈 해협 공동관리' 구상 부상… ECSC 모델 주목 - 통행 수수료 부과 방식 제안 - 무력 개방 한계… "ECSC 모델" - 미·이란 동의가 현실화 관건
  • 기사등록 2026-07-2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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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해역에 정박한 유조선[AFP=연합뉴스자료사진]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의 핵심 뇌관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하기 위해 걸프 연안국과 이란이 해협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수수료를 거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런던의 싱크탱크 부르스&바자재단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걸프해역 주변국들이 이 수역을 지역 공동자산으로 규정하고 수역 유지·보수를 이유로 유조선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은 국제법의 틀을 준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란 측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걸프해역 연안 8개국(걸프지역 6개국, 이란, 이라크) 모두에 역내 평화를 유지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무력으로 해협을 열려는 미국의 시도를 실효성이 부족한 '시시포스의 형벌'에 비유하며 이번 제안에 주목했다.  


해당 제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철강과 석탄 공동생산을 규율했던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모델로 삼았다. 프랑스는 두 차례의 참혹한 전란을 겪은 뒤 독일을 고립시키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ECSC를 바탕으로 군수물자의 핵심인 석탄과 철강을 독일과 함께 생산했다. 이 시도에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가 동참했으며, 이는 훗날 유럽연합(EU) 형성의 결정적 토대가 됐다.  


부르스&바자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만겔리드즈 대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해양 안보, 환경 보전을 위해 이들 국가가 명목상 수수료를 집행하는 세상조차 상상할 수 없다면 지속가능한 역내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과연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통합안을 실현하려면 각국의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와 역사적 갈등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높지만, 군사력으로 해협을 강제 개방하려는 현재의 접근 방식 역시 뚜렷한 난제를 안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마라 칼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기뢰 제거 절차가 매우 느리고 고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작업에 투입되는 미군이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휴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기뢰 단 한 발만으로도 다시 봉쇄될 수 있으며, 이란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무장 고속정 작전을 발전시켜 해협을 민첩하게 차단할 역량을 구축했다. 이 같은 이란의 무력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면 2천여㎞에 달하는 남부 해안선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부르스&바자재단은 군사적 대응의 한계를 짚으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제벨알리항 등 걸프해역 대형 항구들이 이미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초국가 기구에 유사한 권한을 부여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매년 해협을 오가는 초대형유조선(VLCC) 600척을 포함해 해당 수역을 통과하는 VLCC 전체에 수수료를 매기는 안을 제시했다. VLCC가 해양 오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데다 운항사 입장에서 부과되는 수수료 부담이 미미하다는 이유다. 


이 구상의 성패는 결국 미국과 이란 양국의 동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해당 보고서를 전재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동량 및 에너지 수송로가 아니라 지역 협력의 기회"라며 "적절히 관리된다면 그 경제·재정적 이익은 지역 국가 사이에 더욱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다"는 시론을 발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의 무료 개방을 요구하다가 화물 가치의 20%를 수수료로 받자는 제안을 내놓은 뒤 철회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분석가들은 명확하지 않은 미국의 정책 목표를 구상 실현의 걸림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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