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노동당 대표 취임한 버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새 대표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 입성하며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행보를 시작한다.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새 대표가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버넘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신임 수반으로 확정됐다. 의원내각제 구조를 채택한 영국에서는 별도의 전국 총선을 치르지 않더라도 의회 과반 다수당의 대표를 교체하는 절차만으로 행정부 수반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라 키어 스타머 총리가 먼저 버킹엄궁을 찾아 국가원수인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 의사를 공식 보고한 뒤, 찰스 3세 국왕이 버넘 대표를 접견하여 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수순을 밟는다. 국왕의 지명을 받은 직후 버넘 신임 총리는 이 날 낮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관저 앞에서 공식 취임 연설을 진행한다.
버넘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 승리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두 번째 총리이자, 21세기 들어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스타머에 이은 네 번째 노동당 총리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이후로는 7번째, 최근 10년 사이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6번째 바뀌는 셈이다. 사전 공개된 연설문 요약본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10년 만에 6번째 총리가 들어서는 국정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고 책임감 있는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금을 '반성과 결의의 시간'으로 정의하며 국가적 도전 과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실생활을 개선하는 효율적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전임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정권을 되찾아왔으나, 거듭된 정책 철회와 비전 부재, 인사 실패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영국개혁당에 참패하면서 2029년 여름 예정된 차기 총선 실각을 우려한 당내 강한 압박에 밀려 사임을 발표했다. 스타머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던 시점에 버넘은 지난달 18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원내에 진입했고, 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해 총리직까지 빠르게 꿰찼다. 이는 과거 당내 사퇴 압박을 받던 블레어 전 총리의 퇴진 후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경선 없이 당권과 권력을 승계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신임 버넘 총리는 스타머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익 영국개혁당의 세력 확장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와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복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공공재정 악화와 경기 둔화 속에서 물가 안정, 경제 활성화, 공공서비스 재건, 사회 통합이라는 난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버넘 총리는 주택, 수도, 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공 통제를 강화하는 중도좌파 본연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 친화적인 국정 운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맨체스터 제2총리실 신설을 추진하고 본격적인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