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끊임없는 흑해 항만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외교 및 수출 전선이 마비되며 곡물 출하량이 기존보다 30% 이상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우크라이나 최대 농업인 협동조합인 전우크라이나농민협의회(UAC)는 성명을 통해 남부의 핵심 수출 기지인 오데사 항만의 월간 곡물 선적 한계선이 종전 600만 톤 수준에서 400만 톤 규모로 대폭 축소되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곡물 출하 물량 중 90%에 육박하는 양이 오데사 주에 위치한 3대 주요 항만 터미널을 거쳐 넓은 바다로 나간다.
농산물 해외 판매는 무력 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국가 재정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외화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 전 세계 밀 생산 및 수출 비율의 약 6%, 그리고 옥수수 전체 거래량의 약 11%를 차지하는 비옥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수확물들이 이 항구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간다.
최근의 전황은 오데사 일대 항구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집요하고 폭력적인 군사 공세가 주를 이룬다. 이 날 계속된 포격과 미사일 공습 탓에 산지에서 곡물을 긁어모아 항구에 내린 뒤, 선박에 싣고 보관하는 수출 유통망의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치명적인 가동 불능 상태에 직면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현지 농업 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구체적인 물류 지표 역시 이 같은 악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현지 철도 물류 집계 당국이 발표한 운송 동향 보고서를 보면,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오데사 항만 부두로 진입한 곡물 전용 화물 열차 편수는 전주와 비교했을 때 11%가량 급감했다. 화물 반입이 정체되면서 항구를 통해 최종 수출길에 오른 선적 물량 자체도 일주일 만에 17% 가까이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두 내 하역과 보관을 담당하는 핵심 기간시설들도 하나둘씩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 날 기준으로 오데사 항만에 자리 잡은 13개의 대규모 전문 곡물 하역 터미널 가운데 4곳이 안전상의 이유와 시설 파괴 우려 등으로 곡물을 새로 사들이는 매입 대행 업무를 무기한 중단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최대 농산물 전문 교역 기업인 커널홀딩스 또한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흑해 초르노모르스크항에서 진행되던 대규모 곡물 하역 및 선적 작업을 일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여기에 더해 최근 전선이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의 주된 곡물 유통 통로인 아조우해 해상 교통로를 향해 정밀 타격을 확대하고 나섰다.
양측의 핵심 항로 타격 경쟁이 본격화되자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식료품 가격 폭등을 가리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이 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단 하루 만에 3% 넘게 치솟았다. 유럽 원자재 시장의 밀 현물 거래 단가 역시 공급 대란 우려가 확산하며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