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유화학 단지[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정부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발생할 수 있는 원유 공급망 마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일부 대형 정유 시설의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현지시간 12일 블룸버그 통신은 정통한 관계자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중국 정제유 관리 당국이 최소 두 곳 이상의 대형 정유 공장을 대상으로 정제 시설 가동률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끌어올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중동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무력 충돌 위험이 재차 머리를 들고 있는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그동안 용인해 왔던 이란산 원유 거래에 대한 제재 예외 조치를 전격 철회함에 따라,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수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 3월에도 이란 관련 분쟁 초기 단계에서 국내 연료가 고갈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비롯한 주요 정제유 품목의 해외 수출을 전면 제한한 바 있다. 이 날 이후 4월을 전후로 중국 정부는 국유 정유 기업에 한해서만 당국이 승인한 특정 국가로의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선별적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일부 소강상태를 보이자 규제를 서서히 풀기 시작했으며, 이달 초에는 정제유 수출 쿼터를 새로 배정하는 등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당국은 정제유 수출에 대해 여전히 쿼터 제도를 적용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7월 수출 물량과 관련해 추가적인 증액이나 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내부적으로 정제유 소비 추세가 구조적인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도부가 에너지 안보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형 정유사들의 생산 공정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석유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유업계의 이 같은 가동률 상승 기조가 아시아 지역 전반의 정제 마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실제로 아시아 시장의 휘발유 가격과 두바이유 가격 사이의 격차를 나타내는 정제 마진은 지난 3월 말 이후 이미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정제유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 역내 다른 정유 기업들의 영업 이익과 수익성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