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 중인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로이터 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미국의 동맹 경시 정책과 다변화하는 글로벌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갖추고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과도한 방위 의존도에서 벗어난 "지속 가능한 나토"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피력했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을 비춘 상황에서 나왔다. 유럽 안보 지형에서 미국의 전면적인 지원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안보 불확실성을 체감한 나토 지도부가 이를 자체적인 연합 방위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실질적인 계기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국들을 상대로 국방비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해 군 현대화를 이끌어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연한 외교적 화법을 구사했다. 이 날 뤼터 총장은 "난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그가 나토를 위해 하는 일은 매우 좋은 뉴스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아이젠하워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이루려고 했던 목표, 즉 미국과 유럽 간 국방비 부담을 균등하게 만드는 일을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31개 나토 동맹국들은 최근 2개년 동안 새로운 방위 계획과 군사 자산 투자에 총 2,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공언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추가적인 재정 투입 계획이 연이어 발표될 전망이다.
동시에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안보 무임승차론 비판을 달래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동맹 내부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뤼터 총장은 "지속 가능한 나토"를 거듭 강조하며 "더 강한 나토 안에서 더 강한 유럽으로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속내로는 미국 대선 결과나 정책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유럽 중심의 독자적인 군사적 결속력과 방위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나토의 군사비 증액 움직임은 단순히 미국의 압박에 기인한 것뿐만 아니라 고조되는 동유럽의 지정학적 위기 역시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기하는 실질적인 군사 위협과 더불어 고도화되는 반서방 연대 기류를 정면으로 정조준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에 거주하는 10억 명의 시민들을 "러시아의 위협, 중국의 대규모 군비 증강,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이 협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수호하는 것이 동맹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이자 의무라고 명시하며 방위비 증전의 당위성을 거듭 내세웠다.
아울러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 작전에 소극적이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현지 인프라 제공 등 유럽의 기여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 대륙을 대규모 군사 작전의 전진 기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 이란을 겨냥한 '장대한 분노' 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논박했다. 그 구체적인 증거로 루마니아가 미군 전투기 및 항공기의 원활한 이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가장 큰 민간 공항을 전면 폐쇄했던 사례와 지난 겨울 동안 유럽 전역의 군 비행장에서 최대 5,000대에 달하는 항공기를 유기적으로 운용했던 실적을 제시했다. 뤼터 총장은 방위비 분담 등을 둘러싼 일부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방과 미국의 동맹 기틀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