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오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EPA=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막을 내리자마자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한 수십 건의 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대규모 피해가 났다.
프랑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30건이 넘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2천 명이 넘는 소방 대원들이 현장에 급파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번 화재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지역은 지중해와 인접한 오드, 에로, 피레네조리앙탈, 부슈뒤론 등 남부 일대다. 특히 유명 휴양지인 카네앙루시용과 생트마리라메르 주변에서는 불길이 민간 시설인 캠핑장과 항만 근처까지 빠르게 번지며 피해를 키웠다.
휴가철을 맞아 현지를 찾았던 수많은 인파가 화마를 피해 긴급 대피하는 혼란도 빚어졌다. 카네앙루시용 지방 정부는 성명을 통해 숙박 시설인 방갈로 281채가 불에 타 완전히 소실됐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과 자원봉사 소방대원을 포함해 1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7명은 매연을 흡입해 치료를 받았다. 당시 다급했던 상황에 대해 카네앙루시용 시장은 "휴가객들이 짐을 챙길 겨를도 없이 대피했다"며 "대다수가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 온 외지인들이라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대형 화재 여파로 인해 남부 지역의 교통망도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이달 2일 오후에는 페르피냥-리브잘트 공항의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으로 향하려던 여객기 운항이 전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같은 날 저녁에는 이웃 국가인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9번 고속도로의 특정 구간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4일 오전에 이르러서야 카네앙루시용 주변의 큰 불길을 잡고 확산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오드 주와 인접 구역에서만 축구장 1천330개와 맞먹는 약 950헥타르의 대지가 불타 없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때 순간 풍속이 시속 70킬로미터에 달했던 강풍이 잦아들면서 최악의 고비는 넘겼으나, 당국은 혹시 모를 재발화를 감시하기 위해 500여 명의 인력을 현장에 잔류시켰다.
기상 전문가들은 열흘 이상 지속된 이례적인 가뭄과 폭염 직후 밀려온 거센 바람이 이번 연쇄 산불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재 당국은 당분간 남부 지방의 대기 건조 상태가 지속되어 화재 취약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수목 지대 출입을 삼가고 불씨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