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 따른 경기불황, 대규모 감원사태 초래]
중국이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인해 대규모 감원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깊은 절망에 빠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소위 중국을 선도한다는 주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직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복지 관련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면서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침체 등에 따른 경기 불황 여파로 대규모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부 직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인터넷, 자동차, 금융업에 속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3대 전기차 스타트업 등을 포함해 총 23개 기업 중 14곳이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직접적 해고를 하지 않았던 나머지 기업들도 복지비 삭감을 통해 인건비를 줄였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전통적으로 일자리 창출원이었던 인터넷 부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마저도 대규모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알리바바는 지난 2022년 회계년도에 전체 인력 가운데 2만 명을 내보낸데 이어 2023년 회계연도에도 12.8%에 해당하는 2만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이는 알리바바 역사상 최근 10년만에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텐센트 또한 전체 직원의 2.8%인 3천명을 줄였는데, 해고 속도는 지금도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분기에는 630명의 직원을 추가로 감원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중국 당국에 의해 성장세가 강제적으로 꺾여버린 인터넷기업들이 이젠 더 이상 야심찬 사업 목표나 빠른 확장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싱크탱크인 중국정보경제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노동 가능 인구의 약 27%가 소셜 미디어부터 비디오 게임,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에 이르는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고용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이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 개발사 퍼펙트 월드(Perfect World)는 지난 6월 말 직원 감원을 단행했다. 2024년 1분기에 회사의 순이익이 112% 급감한 후 어쩔 수 없이 감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퍼펙트월드는 다른 업계 대기업들과 함께 비용 절감에도 동참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에는 바이트댄스, JD닷컴, 콰이쇼우 테크놀로지, 디디추싱, 빌리빌리, 웨이보 등 중국에서 비교적 잘 나가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 모두 정리해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요즘 잘 나간다고 말하는 전기차 업계도 대량해고의 대열에 합류했다. 3대 전기차 스타트업 리오토, 샤오펑, 니오도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 여파로 모두 인건비를 14∼25%가량 낮췄다.
이와 관련해 SCMP는 “대규모 정리해고와 급여 삭감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득에 대한 불안감을 주고, 내수 경기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한 당국이 바라는 내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들의 대량해고,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그렇다면 사실상 중국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들마저 왜 이렇게 대규모 해고 사태에 합류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상황이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고 동시에 미래에 댜한 희망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탠다드차타드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딩솽은 “경기 침체로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민간 기업들은 당연히 인력 감축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반면 국영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급여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당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성장률은 이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15일 발표될 올해 2분기(4∼6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당국은 1분기(1∼3월·5.3%)와 마찬가지로 5%대 성장을 자신하지만 해외 유명 금융사들은 부정적이다. 설사 당국이 2분기에도 5%대의 성장을 이뤘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러한 전망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고 불신에 빠져 있다. 현장에서 그러한 성장률 수치가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세계 시장을 뚫는 주력산업이라 말했던 자동차 및 태양광 산업들은 어떨까? 이들 제조업체들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독려로 인해 과잉생산 체제에 돌입해 있는데 문제는 치열한 가격 경쟁 속으로 빠져들면서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되는 어려운 굴레 속에 빠져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산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우선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21세기 비즈니스 헤럴드에 따르면 베이징에 본사를 둔 리 오토는 2023년에 인력을 62% 확대할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5월 이후 직원의 18%인 5,600여 명을 해고했다.
또한 광저우에 본사를 둔 Xpeng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 인원을 14.4% 줄였으며, 이 기간 동안 100억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Nio는 1분기 보고서에서 운영 비용이 전 분기 대비 2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소는 ‘2024년 1분기 연구 개발 기능의 인건비 감소’에 기인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022년 말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전기차 제조업체 3곳 모두 2024년 1분기에 전월 대비 35% 이상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다만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중 거대 기업인 BYD는 2023년에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전년 대비 23% 증가한 13만 명 이상의 인력을 늘렸다.
한편, 태양광(PV) 산업에서는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소재 제조업체인 중국의 롱기 그린 에너지 테크놀로지(Longi Green Energy Technology)가 전체 인력의 5%를 해고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전 분기에 9억 4,200만 위안(178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1분기에 23억 위안(43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47% 증가한 약 217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추가하여 작년에 전 세계 신규 태양광 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와의 경쟁과 수출 억제에 직면한 통웨이, 진코솔라, 롱이 등 태양광 부문의 중국 기업들은 모두 1분기에 수익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금융기관들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SCMP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요 기업이 국가 소유인 금융 업계에서도 대규모 해고 대신 대부분 보상과 복리후생을 삭감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국제자본공사(CIIC)는 2024년 1분기에 직원 관련 비용을 1년 전에 비해 43.4% 더 줄였다고 밝혔다. 동시에 시틱 증권, CSC 파이낸셜, 궈타이 주난 증권 등 다른 상위 증권 중개 회사들도 인건비를 줄였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 시진핑은 살릴 수 없다!]
특히 지금의 중국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부동산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 자산이 최소 70~80% 이상이 묶여 있는 부동산 산업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소비도 결코 일어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중국 경제 역시 암울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SCMP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모두 2023년에 직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개발업체인 보리(保利, 바오리)부동산(Poly Real Estate)은 작년에 직원의 16.3%, 즉 11,000명의 일자리를 줄였다.
또한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업인 녹지(绿地. 뤼디)홀딩스(Green Land Holdings)도 2023년 말까지 직원 수가 14.5%에 해당하는 6만 명이 감소했다.
이러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부채 한도를 부과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지난 2021년 이후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동산 수요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와 판매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 시진핑만 모르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중국 경제의 실제적 상황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로 되어 있다. 그러한 발언 자체가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불충(不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국 경제를 말하면서도 직설적 표현이 아닌 우회적 발언으로 현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는 9일, 중국 경제 정책 중대 결정이 내려져 온 '3중전회'를 앞두고 “경제 운영의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제 상황과 관련한 전문가·기업가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이 정도 발언만 하더라도 중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강성 발언이 나왔다고 할 수도 있다. 그것도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경제인이다 보니 그 정도 발언이라도 나온 것이다.
신화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리창은 “참석자들은 올해 복잡한 외부 환경을 맞아 우리나라(중국) 경제 운영은 지속해 회복·호전되고 있다고 봤다”며 “현재 적지 않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정책 효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참석자 발언을 들은 리 총리는 “현재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고, 경제 운영 중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큰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봐야 한다”며 “실사구시적으로 형세를 분석해 성과를 보면서도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도체제상 사실상 경제를 총괄해야 할 리창 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보면 그가 과연 중국 경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실제적으로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를 타개해 나갈 어떤 비전도, 또한 구체적 실천 방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화려한 말의 성찬만 넘쳐난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전역에서 해고와 인력 감축 추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소득 성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지출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내수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내수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중국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은 우선적으로 민간 부문을 위한 공정하고 지원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여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관건인데, 시진핑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그것이 진짜 문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