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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허리를 부러뜨릴 수 있는 부동산 회사, ‘완커’를 주목하라! - 中 부동산 위기의 핵심에 서 있는 ‘완커' - 국유기업이 받쳐주는 완커의 생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완커의 몰락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 충격적일 것
  • 기사등록 2024-05-20 11: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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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위기의 핵심에 서 있는 ‘완커’]


중국 2위 부동산 회사 완커(萬科, Vanke)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완커가 무너지면 중국 정부의 경제 관리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 회사인 완커가 중국 경제에 주는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17일, 중국의 부동산 회사 완커가 중국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완커가 무너졌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자세하게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남부 기술 허브인 선전의 토지는 희소성이 높다. 그러다보니 지난 몇 년 동안 이곳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완커는 지난 5월 18일 19,000평방미터의 토지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그 가격이 7년 전에 비해 29%나 할인된 9억 위안(1억 2,500만 달러)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완커는 그렇게 엄청나게 낮은 금액으로 토지를 왜 매물로 내놓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완커의 경영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완커는 늘어나는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계속 팔아야만 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해야 하기 떄문에 가격도 대폭 할인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완커가 이 지경이라면 지금 중국의 부동산 업계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 업계의 상황이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가 본격화한지 벌써 4년이 지났디. 지금 중국에서는 부동산 대기업들의 몰락이나 붕괴는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한때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으며, 부채가 가장 많은 회사인 헝다(Evergrande)는 이미 2021년에 무너졌다. 또한 한때 중국 최대 개발업체였던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도 2023년에 그 뒤를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커는 달랐다. 지난해 11월, 비구이위안과 헝다가 속속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중국 당국은 완커에 대해서만 유독 대단한 신뢰를 보냈다. 이를 시장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였다. 어느 모로 보나 비구이위안에 비해 완커가 더 나은 점은 보이지 않았음에도 선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완커를 충분히 신뢰하고 있으며, 극한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필요에 따라 합법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방식으로 지원할 충분한 도구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지난해 1~10월 비구이위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7% 감소하는 동안 완커 매출 감소는 10%에 그쳤다. 3분기에는 3%대 금리로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20억위안(약 3567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완커에 대한 당국의 지지 표현은 기록적인 채무불이행을 초래하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부채 위기 속에서 드문 사례”라며 “헝다그룹이나 비구이위안이 유동성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지방 당국은 직접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올해 6월 만기인 6억달러 규모 채권 가격이 지난해 10월 35% 가량 급락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 모델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1040억위안(약 18조6000억원)에 달하는 완커의 현금도 그렇게 커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유기업이 받쳐주는 완커의 생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완커에 대해 이렇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완커는 국유기업인 선전 메트로가 전체 지분의 약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완커는 순수 민간 기업보다 국가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


작년 말에는 정부가 은행 대출을 장려하는 '우량' 개발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회사는 부채를 갚을 자금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차이나인덱스홀딩스의 리우슈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완커가 단기적인 어려움을 잘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시장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 완커(萬科)가 거액의 탈세를 자행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금 마련을 위한 완커의 시도에 초집중하고 있다. 일단 2024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하면서 17억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 채권이 약 310억 위안으로 3,200억 위안의 빚을 지고 있다.


[완커의 몰락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 충격적일 것]


지금 현재 상황으로 보면 완커가 과연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당국이 그렇게 비호하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완커가 만약 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민간 기업보다 위기를 잘 극복해 온 모든 국영 회사들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국영 회사마저 안전하지 못하다면 중국 경제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완커의 채무 불이행이 “중국의 허리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국가 자체에 대한 신뢰가 증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히 하락하는 토지 보유 가격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2017년에는 31억 위안에 이 땅을 매입했던 완커의 선전 경매 시작가는 22억 위안으로 책정되었다. 사실 선전은 중국내에서도 아주 핫한 지역이고 당연히 부동산 가격도 중국내에서는 최고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 그랬던 선전의 토지 가격이 이렇게 경매 초기 가격만으로도 30% 가까이 하락했다는 것은 지금 중국의 부동산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한 눈에 보여준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면적은 약 20억 평방미터로 우리나라(한반도)의 1/11에 해당되는 슬로베니아 국토 면적과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ANZ 은행은 이들 토지 가격이 약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이들 면적에는 비상장기업의 토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버틸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들 토지인데, 그 가격이 매년 상승하여 자산 가치를 높여 주었으며, 이들 토지를 담보로 엄청난 천문학적 액수의 대출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썼다. 그리고 대출 받은 돈으로 또다른 토지를 사는 토지 부풀리기를 관습처럼 해 왔다.


문제는 부동산 회사들의 토지 보유는 늘어났지만 동시에 부채의 규모도 함께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지난 2020년에 기업이 자산에 비해 떠안을 수 있는 부채를 제한하면서 잠재적으로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막았다. 이는 경제적 논리로 보면 현명한 조치였다.


심각한 것은 이렇게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도 없이 비탈길을 내려가던 자전거를 급정거하는 셈이 되면서 부동산 회사들의 경영 상태는 급전직하 쪼들어 들었고, 이로인한 부동산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 갔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땅값 상승이 멈추면서부터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위기는 본격화됐다. 토지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당연히 은행들에 담보로 제공한 실제 가치 역시 추락한다. 이로 인해 개발회사들은 더 이상 토지를 매입할 수가 없었고, 이렇게 개발회사들이 토지 매입을 중단하다보니 토지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젠 중국 당국이 어찌할 수 없는 하락의 사이클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개발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토지 가격이 다시 오르는 것이다. 그것도 불과 2~3년 전 가격, 곧 30% 이상 토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면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살아나면서 부동산 위기도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꿈이 과연 가능할까?


지금 중국의 부동산 회사들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토지들을 팔 수도 없다. 워낙 토지 가격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를 매물로 내놓은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년 회사에 대한 부정적 평판만 늘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커가 무려 30%의 손실을 각오하면서까지 토지를 매각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자금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고, 그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자금 회전을 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산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3월, 완커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Baa3를 철회하고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을 부여했다. 무디스는 향후 추가 하향조치도 검토 중이다.


카벤 창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등급 하향 조정에는 향후 12∼18개월 신용지표와 재정 유연성, 유동성 완충 장치가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완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자금 조달 접근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도 짚었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지난 4월 15일 “총체적 경영 상황에서 볼 때 현재 완커는 확실히 단계적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했고,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완커는 “회사는 경영 안정과 부채 감소를 위한 패키지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런 단계적 압력은 적절히 해소할 수 있다”면서 “우선 자구책을 세우고 스스로 리스크를 해소할 능력과 자원에 근거해 모든 진행 중인 사업을 전면 재검토·분류·정리하며 맞춤형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완커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완커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이유는 국영기업이 뒤를 받쳐주고 있어서다. 일단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완커 채권자들을 향해 부채 만기 연장을 촉구하고 대형 은행들에 금융 지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완커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또한 회사의 경영상 문제점들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국영기업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중국 당국이 끝까지 완커를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지원할지의 여부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후유증은 상당히 크게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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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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