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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4 03: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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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 14세 교황 [사진=바티칸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차기 평화 협상 장소로 바티칸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아하지 않은 선택"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이날 한 행사에서 바티칸 중재론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지 않은 선택지를 두고 정신적 능력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바티칸이 협상 장소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정교회 국가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이 가톨릭의 땅(바티칸)에서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조금 우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바티칸 자체도 이런 상황에서 정교회 국가들의 대표단을 초대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협상을 재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바티칸에서 다음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다음 주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티칸의 중재하는 회담에 대해 "훌륭한 생각"이라며 찬성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바티칸 교황청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 장소로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밝혔다. 바티칸을 품고 있는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를 환영했다.


서방 국가들이 바티칸의 중재를 반기는 데 반해 러시아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항상 최고위급과 다른 수준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제거하는 데 전념할 평화 회담에 준비됐다고 강조해왔다"며 "차기 협상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 협상을 위한 플랫폼에 대한 결정이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결정은 한 쪽이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양측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의 로디온 미로시니크 키이우 정권 전쟁범죄 감독 특사는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바티칸에서 협상이 개최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반드시 양측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바티칸을 서방의 일원으로 볼지, 중립 지역으로 볼지가 이러한 결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옐레나 포노마레바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교수는 이즈베스티야에 "바티칸은 서방 체제의 일원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며 "회담 장소를 바티칸으로 옮기는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의 후원자들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의 스베틀라나 가브릴로바는 "바티칸은 유럽연합(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하지 않으며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도 없다"며 "유럽에서 가장 중립적인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EU 제재 대상인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은 지난달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이는 바티칸의 중립성을 보여준 사례로 인식된다. 하지만 류비모바 장관은 레오 14세의 즉위식에는 '비행경로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러시아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의 전문가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지난 16일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측 대표단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장에 계속 남아 있던 상황을 러시아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고, 튀르키예가 지난 3년간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에 가까웠기 때문에 러시아도 협상 장소 변경에 관심을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을 체결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명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해 5월 만료됐는데도 계엄을 이유로 불법적으로 연장된 상태라고 주장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젤렌스키의 정당성 문제는 평화 협정을 체결할 때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심 무시힌 러시아 외무부 법무국장도 전날 타스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현 지도자'는 외부는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오래 전에 정당성을 잃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서명한 협정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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