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설하며 中 구단선 지우기 나선 베트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우호국이라 장담했던 베트남이 되레 중국의 속을 쓰리게 만들고 있다. 이미 대 중국 무역에서 거리두기를 확실히 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사활을 걸고 수호하려 하는 남중국해 구단선내의 영토분쟁지역에 무려 21개나 되는 인공섬을 건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이 장악하려고 하는 아주 중요한 해상 교통로 중 하나인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이 중국의 지배력에 도전하고 나섰다”면서 “베트남은 4년 넘게 스플래틀리군도(Spratly Islands, 중국명 南沙群島)의 바위, 암초, 환초를 실질적인 베트남 영토로 만들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요새화된 인공 섬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스프래틀리 군도는 하노이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군도”라면서 “WSJ과 남중국해를 연구하는 분석가들이 검토한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바다 밑의 암초와 암반, 산호초 등을 매립해 군사적으로 강화된 인공섬을 구축해 여러 개의 항구, 대형 군용기를 수용할 수 있는 2마일(3.2km)길이의 비행장 활주로, 탄약 저장소, 중화기가 배치된 방어 참호가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는 전세계 해상 무역량의 30%, 연간 3조~3.5조 달러 규모의 물품이 통과한다. 또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시, 미 해군력의 주요 보급 루트이기도 하다. 더불어 대한민국에도 매우 중요한 무역통항로이다.
눈여겨볼 점은 베트남의 스플래틀리 군도 점유 지역이 중국이 의욕적으로 또 중국의 해상세력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요새화하려는 시도에 정면 대항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WSJ은 “베트남의 이 섬들에 대한 군사화는 중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남중국해에서 수행한 군사화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면서 “남중국해는 세계 무역의 핵심 통로이며,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의 중요한 재보급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베트남의 인공섬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2013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섬을 구축해 군사시설화한 중국에 대한 맞대응이자,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투사(投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베트남은 이 군도 내에 자국이 점유한 간조노출지(바닷물이 가장 빠졌을 때에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암초나 모래톱)와 암초 21곳에 모두 새 땅을 조성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에 7개의 인공섬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CSIS는 “지난 3월 현재 남중국해에 모두 8.9㎢ 규모의 인공 섬들을 조성했는데, 이는 중국의 16.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짚었다.
CSIS는 이어 “이 중에서 베트남이 구축한 가장 크고 정교한 인공섬인 바크 캐나다 암초(Barque Canada Reef)의 경우, 천연 석호(lagoon)가 보호하는 항만에 다수의 부두가 설치됐고, 3.2㎞ 길이 활주로와 탄약고도 건설됐다”면서 “현재도 추가 확장을 위해 바다의 흙과 모래를 파내는 준설선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CSIS는 “또 과거 몇 개의 건물만 있었던 샌드 케이(Sand Cay)도 수년 만에 대형 항만과 군사 시설을 갖춘 대형 해상 요새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중국은 베트남으로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와 북쪽에 있는 또 다른 분쟁 군도인 파라셀(Paracel) 군도(중국명 西沙群島)의 여러 지형을 강제로 빼앗았고, 이 전투에서 수십 명의 베트남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최근 중국은 2012년 필리핀으로부터 스카버러 암초를 빼앗았고, 이는 베트남을 포함한 역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자신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중국은 또한 베트남이 자국 영토라고 여기는 해역에서의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베트남 어민들의 파라셀 제도 접근을 방해했다”고 짚었다.
이후 중국은 파라셀 군도 전체를 점령해 하이난성 싼사(三沙)시의 행정구역으로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파라셀 군도에도 우디 아일랜드(융싱다오)ㆍ트리 아일랜드(수다오)ㆍ드러먼드 아일랜드(진인다오) 등 3개 주요 섬에 2.7㎞ 길이의 활주로와 격납고, 미사일 기지, 레이더 기지, 해안 방어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베트남 통일 이후 하노이 정부는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베트남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21개의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중국과 맞장을 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외에도, 2012년 4월에는 해상 봉쇄ㆍ접근 거부 등을 통해 필리핀으로부터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Reef)를 강탈했고, 2016년 이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효 지배하면서 필리핀군의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베트남이 인공섬을 개발하는 방법, “중국 알고도 못박았다”]
WSJ은 “베트남은 2021년에 스프래틀리 제도의 여러 암초와 바위 근처에 거대한 준설선을 보내 대규모 토지 매립을 시작했다”면서 “베트남은 또한 육지 굴착기를 사용하여 해안 가까이에서 자재를 끌어올려 섬의 면적을 확장했으며, 그런 다음 새로운 땅덩어리를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암석과 콘크리트 벽으로 보강했다”고 짚었다.
WSJ은 “변화의 규모는 샌드 케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몇 년 만에 몇 채의 건물이 있는 작은 섬에서 대규모 요새 항구와 기타 군사 시설을 갖춘 광활한 전초 기지로 변모시켰다”고 밝혔다.
WSJ은 이와 함께 “중국은 남중국해의 요새화된 섬들을 활용하여 본토에서 연료를 재보급하고 물자를 보충하지 않고도 선박과 항공기를 장기간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또한 수로를 가로지르는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레이더 및 기타 감시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SIS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의 부소장인 해리슨 프레타는 “베트남이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을 지시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전초 기지를 비슷한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캉 부(Vu) 교수도 WSJ에 “중국의 섬 건설은 동남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이해와 항해권을 위협했지만, 베트남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이나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베트남의 인공섬 건설에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베트남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베트남 준설선의 스프래틀리 인공섬 접근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이는 중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지키는 필리핀 해군 초소에 접근하는 보급선을 차단하고 물대포 공격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필리핀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본다.
이와 함께 중국은 현재 베트남의 해ㆍ공군력으로는 전면전 발생 시 이 인공섬들을 실질적으로 방어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그저 눈감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 마음이 편치는 안지만 이를 문제 삼을 경우 중국과 베트남간의 외교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그저 참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의 인공 섬 구축은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베트남 인공 섬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잠재적 방어벽’으로 간주해 공개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베트남은 이미 중국과 확실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미중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베트남이 중국과 확실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의 관세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했지만, 베트남은 그러한 제안에 동조하기는커녕 아예 대 중국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를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도착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율을 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중국은 시진핑이 떠나고 난 뒤 아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채널이 “시진핑 떠난 뒤 뒤통수 친 베트남, 대 중국무역 확실히 거리두기 나섰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3292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심지어 베트남은 무기 구매에 있어서도 러시아나 중국산이 아닌 미국산으로 라인을 바꿔 탔다. 이는 베트남이 지금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위산업 전문 웹사이트인 19FortyFive는 지난 4월, “베트남이 미국과 F-16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하노이는 록히드 마틴의 단발 엔진 전투기 최소 24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다른 미군 장비와 합치면 양국 간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 계약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9FortyFive는 이어 “베트남은 록히드 마틴이 최첨단 4세대 전투기라고 부르는 F-16 V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렇게 베트남은 확실하게 중국이 아닌 미국 편에 줄을 섰다. 중국 입장에서는 베트남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에 위치한 21개 섬을 매립해 군사요새화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 요새가 아닌 사실상 중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고, 언제든지 중국의 확장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은 경제를 포함해 심지어 군사면에서도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