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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휘청거리는 中 일대일로, 곳곳 파열음 - 중국식 천하주의 일대일로 휘청, 시진핑 위기로 번질듯 - 反中 호주, 中과의 일대일로 협약 파기 선언 - 일대일로 핵심국 파키스탄, 中 대사 향한 분노 폭발
  • 기사등록 2021-04-23 13:25:37
  • 수정 2021-04-23 15: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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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中과의 일대일로 협약 파기]


反中 선봉에 선 호주가 중국몽의 세계화 도구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겸 21세기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전격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빅토리아 주정부가 지난 2018년,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위해 중국 정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2건을 포함해 이란, 시리아 정부와 맺은 교육협력 MOU도 취소했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페인 외무장관은 “우리의 외교 정책과 맞지 않고 국익도 해친다”며 외국관계법(Foreign Relations bill)에 따라 4건의 MOU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두 협약은 중국 정부와 기업이 빅토리아주에 투자하고 주 역시 중국이 주도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인 외무장관이 거론한 외국관계법은 호주 연방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것으로 주정부, 주의회, 대학이 체결한 국제 협정을 검토하고, 거부권을 행사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확대 프로그램인 ‘일대일로’를 막기 위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주도해 제정했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당시 “다른 나라가 호주 지방정부와의 협정을 맺어 주권을 약화시키려 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법의 적용 범위를 대학까지 포함시킨 것도 호주내 대학에 퍼져 있는 공자학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호주 정부가 빅토리아 주 정부의 MOU를 문제 삼은 것은 빅토리아주의 대니얼 앤드루스 주총리가 유독 친중적인 정책을 펼쳐왔으며 일대일로 참여에도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이유로 일대일로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었으나 연방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호주 연방정부가 자국 지역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약을 파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토리아주는 남동부에 있는 주(州)로, 주 도는 멜버른이다. 빅토리아 주는 호주 8개 지방정부 중 최대 도시 시드니를 보유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이어 인구, 경제력 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어 당연히 호주내 다른 주에도 파급효과가 크다. 따라서 중국은 빅토리아주와의 MOU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해 왔다.


사실 호주는 지난 2018년 8월 반중 성향이 강한 우파 자유당 출신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 코로나 19 발원지 논쟁, 중국의 무역 보복, 중국을 겨냥한 미국, 호주, 일본,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 등을 거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결국 중국은 모리슨 총리의 반중 포석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호주를 향한 무역 보복에 나섰다.


[파키스탄에서의 반중 테러]


지난 21일에는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수용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눙룽(農融)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호텔 폭탄 테러가 발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중요한 것은 테러 발생 지점이다. 테러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는 일대일로의 거점인 과다르 항구가 있으며 일대일로 사업이 확대되면서 당연히 대중국 경제 종속도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에 대한 현지 주민의 불만이 거셌다.


그런 지역에서 중국 대사를 겨냥해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은 아주 의미가 크다. 셰이크 라시드 아흐마드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테러로 최소 4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눙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인 대표단 4명이 이 호텔에 투숙했지만 폭발 당시 외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말해 중국측 인사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이 주는 충격은 아주 크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중요한 축으로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에 불과했던 과다르 항구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 맞먹는 세계적 물류 허브로 키우겠다면서 지난 2001년에 파키스탄과 계약을 맺었지만 향후 40년간 항구 운영 수입의 91%가 중국에 돌아가고 파키스탄은 나머지 9%만을 얻는 철저하게 중국 위주의 일방적 계약이어서 파키스탄 내 비판 여론이 높았다. 더더욱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파키스탄 내에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중국 일대일로의 일방성과 더불어 일대일로 자체가 빈곤국을 사실상 ‘중국의 경제식민지로 만드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파키스탄을 방문해 중국 본토에서 과다르항까지 이어지는 철도, 도로 등을 개설하는 46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사업 역시 중국이 투자라는 명목하에 인프라를 건설해 주고 돈까지 빌려주기는 하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나오는 이득은 모두 중국이 회수해 가는 불리한 구조여서 사실상 그 나라 경제는 물론이고 땅까지도 중국에 차지해 버리는 불공정 구조이기 때문에 격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일대일로는 ‘채무 함정’이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과 빈곤 타파 및 성장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실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해당 국가들에서는 반발과 함께 분노가 거센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친 ‘일대일로’]


이미 우리 신문은 지난 2월 9일 “난관에 부딪친 ‘일대일로’, 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약 15개의 주요 투자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영국의 비정부기구 해외개발연구소(ODI,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기사 바로가기: [정세분석] 난관에 부딪친 ‘일대일로’, 中경제에 심각한 타격(2월 9일)

*영상 바로가기: [Why Times 정세분석 679] 난관에 부딪친 ‘일대일로’, 中경제에 심각한 타격


“중국 코로나19 복구,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부 투자욕구와 시사점”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이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영토 넓히기' 전략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작년에 취소와 지연, 차단, 중단 등의 각종 어려움에 맞닥뜨렸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나 지정학적 요인 역시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호주, 인도, 루마니아, 베트남 등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차단된 경우에 주목했다.


결국 중국의 일대일로가 과거 미국이 빈곤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지원해 주던 조건없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일대일로를 통한 지원을 매개로 하여 중국의 야심을 채우려 하는 그 저의가 돌출되면서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중국의 야심을 그대로 드러낸 이가 바로 중국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이다. 그는 ‘역사의 관성’이라는 책을 통해 ”앞으로 10년 중국이 급부상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패권을 양분하는 세계 구도가 정착될 것“이라 했는데, 바로 그러한 패권 장악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준비된 프로젝트가 바로 일대일로인 것이다.


사실 중국이 외국에 빌려준 자금 대부분은 2013년 이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차관이다.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 관련국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경영권을 장기간 갖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여 저개발 국가에 대한 중국의 침투가 점점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일대일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빚더미에 오른 주요 참여국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빚더미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들은 몽골과 미얀마를 비롯해 파키스탄, 스리랑카, 몰디브, 몬테네그로, 지부티 등이다.


그런데 중국의 일대일로 확장 야욕 때문에 무작정 투자했던 사업비들이 제때 회수되지도 않고 또한 개발도 지연되면서 되려 중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3% 수준에 불과한 아프리카 남부 국가 잠비아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각) 해외 채권단에게 4250만달러(470억원)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밝히며 코로나 이후 첫 디폴트(채무 불이행) 국가가 됐다. 이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중국이다.


잠비아가 보유한 해외 채무 120억달러(13조원) 가운데 30억달러(3조3000억원)를 빌려준 주요 채권국 중국은 결국 돈을 떼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거의 2000조원 가까이 일대일로 개발 명목으로 여기저기 뿌려댔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상당금액이 회수 불능 상태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는 곧바로 중국 경제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안해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가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대일로 투자국들에서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중국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위기가 단순한 경제뿐만이 아닌 정치적 위기로도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민주주의 연대와 함께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상황이라 중국의 처지는 더욱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천하주의 일대일로, 시진핑 위기로 번져갈 것]


사실 중국식 세계화 전략인 일대일로의 사상적 바탕은 ‘천하주의(天下主義)’다. 다시말해 시진핑 주석의 핵심 정치 아젠다인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했던 시기를 복원하겠다’는 국가 비전이고,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새로운 중국식 세계화를 뜻한다. 이 둘이 하나로 묶인 것이 바로 ‘천하주의’다.


‘천하주의’는 ‘중국식 코스모폴리타니즘’같은 개념으로 ‘인종 및 지리적 경계를 초월하는 문화와 가치 체제(a regime of culture and values)’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적으로는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공산당 중심의 중국 건설’에 매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일대일로를 통해 강했던 한(漢)나라, 융성했던 당(唐) 시기를 복원하자는 중국몽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천하주의의 1차 완성 시기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으로 봤고, 완벽한 총체적 마무리를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인 2049년에 맞추고 있다. 그때가 바로 세계 1위 패권국가로 중국이 우뚝 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일대일로를 바로 1차 목표 시기였던 올해 1단계를 마무리하고, 이를 도약대로 삼아 본격적으로 ‘중국의 세계화’를 이뤄가려고 했으나 곳곳에서 그 핵심 고리인 일대일로 사업이 파열음을 내면서 중국의 천하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흔들린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위기로 직결된다. 그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최대의 고비인 올해와 내년 2022년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주목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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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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