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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난관에 부딪친 ‘일대일로’, 中경제에 심각한 타격 - 영국 싱크탱크 보고서, ”'일대일로' 세계 곳곳 난관“ - 일대일로로 2000조원 뿌렸는데 돌아오는 것은 디폴트 - 中 ‘일대일로’에 제동거는 미국
  • 기사등록 2021-02-09 15:16:05
  • 수정 2021-02-09 21: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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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대일로` 세계 곳곳 난관에 부딪쳤다“고 한 영국 싱크탱크 보고서 표지


[영국 싱크탱크 보고서, ”'일대일로' 세계 곳곳 난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약 15개의 주요 투자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영국의 비정부기구 해외개발연구소(ODI,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또 이 보고서의 내용을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7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ODI Economic Pulse Series’ 2번째로 “중국 코로나19 복구,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부 투자욕구와 시사점(China navigates its Covid-19 recovery – outward investment appetite and implications for developing countries)”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국 우한시에서 전 세계로 확산돼 왔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2019)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영토 넓히기' 전략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작년에 취소와 지연, 차단, 중단 등의 각종 어려움에 맞닥뜨렸다“고 했다.


즉, 15개 대형 프로젝트는 24억 달러(약 2조 6,964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추진 중인 6억8천만달러(약 7,639억 8,000만 원) 규모의 쿤즈비 수력발전소(Kunzvi Dam) 프로젝트도 포함됐는데, 짐바브웨 측이 1천만 달러(약 112억 3,500만 원)의 발전소 투자 이행금(계약금) 납부에 실패하자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中国出口信用保险公司, Sinosure) 측이 매우 좌절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짐바브웨 정부가 이미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중국은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면서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짐바브웨처럼 부채를 안게 된 경우, 그 대가로 다른 것을 요구하는 등 ‘부채의 덫(Debt-Trap)'에 걸려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가 아직 전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등 투자 불발 수치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11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적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미얀마, 나이지리아가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국경을 조기에 폐쇄했고, 코스타리카는 감염자 수가 많이 발생해 이동제한 조치를 하는 등의 영향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진척은 지지 부진하다“고 했다. 따라서 ”다른 프로젝트들이 필요한 자금이나 지원을 조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보고서 집필자 중 한 명인 레베카 나딘(Rebecca Nadin) ODI 글로벌 리스크 및 탄력성 담당 국장은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의 일부 유명한 프로젝트는 유행병보다는 부패와 정정 불안과 같은 전통적인 정치적 위험을 이유로 중단되거나 취소되었다”면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치적 위험은 다른 투자자들만큼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나 지정학적 요인 역시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호주, 인도, 루마니아, 베트남 등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차단된 경우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체로 중국과 직접적인 갈등을 겪거나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나라들이다. 일례로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가 프랑스 해운사 CMA-CGM과의 합작으로 해외 화물 터미널 인수 계획은 인도와 베트남 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아 보류됐다.


ODI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관료주의가 심해져 (승인이) 지연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이들 두 나라 간 갈등이 점증하는 가운데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프로젝트는 계약에서 합의된 환경 표준이나 기술 표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단되거나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중국과 중국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향이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에는 지역 사회 시위로 인해 한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고 연구 보고서는 밝혔다.


“호주에서도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바오토우 제철그룹(包頭, Baotou Iron and Steel Group)의 호주 법인의 투자를 막았다”고 이 보고서는 적시했다.


중단된 프로젝트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ODI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성 제약과 공사 지연으로 인해 프로젝트의 비용을 증가시켰을 것”이라면서, “중국 상무부가 중국산업은행과 함께 해외 진출 중국 기업들의 일대일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이 프로젝트가 계속되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악화된 경제 상황이 프로젝트의 위험성도 증가시켰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들을 축소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 보스턴 대학의 ‘중국 해외개발금융 데이터베이스’는 중국 양대 글로벌 정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와 수출입은행(Exim Bank)의 2019년 해외대출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출은 2016년 750억 달러였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40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월 초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1100여 개의 일대일로 협력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거의 10만 명의 중국 기술·공학 인력이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중화 패권주의 발상]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11월 중국공산당 전체회의에서 국가전략으로 채택됐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벨트(띠)라는 뜻으로 유라시아 내륙을 통과했던 육상 실크로드이고, ‘일로(一路)’는 하나의 길이라는 뜻으로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해상 실크로드다.


한마디로 일대일로는 유라시아·아프리카·인도양 지역의 저개발 국가들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데 있다. 그것도 단순한 경제적 영향력 뿐만 아니라 중국의 보다 거대한 세계전략, 전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은 ”앞으로 10년 중국이 급부상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패권을 양분하는 세계 구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역사의 관성’이라는 책을 통해 예측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패권 장악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준비된 프로젝트가 바로 일대일로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 1월의 보아오포럼에서도 육·해상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위안화를 결제수단으로 삼는 60여 개국 44억 명의 ‘범 중화경제권’을 세우겠다는 큰 그림을 품고 있는 일대일로를 전 세계에 다시한번 천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말까지 중국 외교부는 일대일로와 관련해 138개 국가, 31개 국제기구와 201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가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이러한 야심찬 계획이 바로 중국에서 비롯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운 관련국들을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이른바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게 한다는 우려도 나왔고, 이로 말미암아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 할 수도 있다는 보고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사실 중국이 외국에 빌려준 자금 대부분은 2013년 이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차관이다.


미국 AP통신은 지난해 4월 가나 재정부 자료를 인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진 부채는 1450억 달러를 넘는다며 이중 지난해 한 해 동안 갚을 수 있는 돈은 8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파키스탄, 스리랑카, 벨라루시는 중국에서 빌린 돈이 자국 GDP의 10%를 넘었다.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 관련국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경영권을 장기간 갖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여 저개발 국가에 대한 중국의 침투가 점점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일대일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빚더미에 오른 주요 참여국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 빚으로 인해 파산 직전에 내몰린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을 폐기하거나 재검토에 나서며 중국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는 것도 중국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빚더미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들은 몽골과 미얀마를 비롯해 파키스탄, 스리랑카, 몰디브, 몬테네그로, 지부티 등이다.


[中 ‘일대일로’에 제동거는 미국]


이러한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이 ‘부채 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라고 비판한다. 개도국에 통상이나 안보 이익을 얻고자 지원을 명분으로 선뜻 막대한 차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트너를 파산시키고, 의지를 굴복시킴으로써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전 연방준비제도, Fed·연준 의장)은 지난 1월 21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설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전 세계의 평화를 깨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미국이 표명했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기에 빠진 일대일로]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대일로 사업이 중국에게 꼭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크게 두 가지가 중국에게 상당히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하나는 중요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들이 좌초됨으로써 일대일로 사업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중국이 해외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이 투자가 계획대로 회수되지 못함으로 인해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케이스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월 26일 대표적 일대일로 사업이던 200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계획을 최종적으로 취소했다. 미얀마도 부채 우려에 서부 차우퓨 항구 건설 사업비를 기존 73억 달러에서 10억여 달러로 대폭 줄였다.


문제는 이 철도 공사는 일대일로 구상 중 핵심 사업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동부에서 서부 항구까지 668㎞ 구간을 연결함으로써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 수송로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좌초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일대일로로 인해 빚더미를 진 나라들에게서 반중시위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경제협력체”라고 강변하지만 주변국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심지어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가고 있다”며 “일대일로는 새로운 식민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다 문제는 중국이 계획했던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투자를 해야 하나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역시 일대일로 사업에 마냥 돈을 쏟아붓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채무국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일대일로에 투자된 자금의 순환이 여의치 않자 자국 내 부채 문제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리피니티브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중국이 투자한 전세계 프로젝트는 1590개로 투자 가치는 1조9000억달러(2104조원)에 이른다.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중국의 채무국 중 상당수는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데 전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회수나 순환 자체가 막혀 버리니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중국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중국이 거액을 빌려준 파키스탄, 탄자니아, 앙골라와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 선언을 한 잠비아와 비슷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면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중국의 가계, 정부, 비금융사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0%로 지난해 초 255%에서 급등했다. 이렇게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이 외부보다 내부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렇게 하다보면 일대일로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더 수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한답시고 2000조원을 뿌렸는데 돌아오는 것은 디폴트이니 중국의 일대일로도 휘청거리고 덩달아 중국 경제마저도 위태롭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국의 싱크탱크 ODI 보고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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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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