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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7 18: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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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연립정권이었다고 봐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구성을 보면 이 점이 명백해진다. 김대중 정권을 구성하는 축은 3가지였다.


첫째, 오랫동안 김대중을 지지하고 따랐던 호남 및 동교동계
둘째, DJP연합으로 상징되는 김종필과 박태준, 임동원 등 산업화 세력 일부
셋째, 김근태와 이해찬 등 진보 운동권 출신들


▲ 2009년 1월 1일, 신년인사회에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


비록 누가 좀더 큰 비중을 차지했느냐를 놓고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저 3가지 이질적인 요소가 김대중 정권이라는 우산 아래 함께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저렇게 3가지 이질적인 요소를 다 쓸어모았음에도 김대중 정권은 소수파 정권이었다. 조중동 등 제도언론과 보수파의 반격이 있을 때마다 정권이 눈에 띄게 흔들거리곤 했다. 영남의 반DJ 정서는 그런 저항의 근원지 역할을 했다. 이회창이 대선 실패에도 야권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반DJ 정서에 힘입을 것이었다.


이런 연합은 노무현의 집권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애초에 호남과 동교동계는 노무현의 첫번째 타겟이었고, 김종필과의 절연은 그 전에 이루어졌다. 산업화 세력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남은 것은 운동권 출신들인데 그나마 그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던 김근태는 노무현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가 경원시하던, 특히 김근태 입장에서는 운동권 기준으로 83학번 정도에 불과한 노무현이 참 같잖았을 것이다.


남은 것은 PK운동권 출신과 이해찬 그룹 정도. 소수파라던 김대중 정권에 비해서도 다시 6분의1 내지 10분의 1 정도로 정권의 기반이 축소됐다. 노무현이 대한민국 주류 교체를 외치며 웬갖 허접한 학생 운동권 출신들을 정권 내부에 끌어들인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소리 들어가면서 좌파 성향 교수나 지식인들,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준 것도 그 배경을 따져보면 바로 이 지점으로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었다. 처음에는 이를 갈면서 김대중 정통성의 회복과 호남 정치의 복원을 외쳤지만 결국은 친노좌파의 이념적 영향력 아래 모두 휩쓸려 들어갔다. 여기에서 노무현의 자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희정이 친노를 폐족이라고 칭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정상적인 정치 일정이 진행됐다면 노무현과 그 일당은 역사적 평가를 받아서 정치 무대 뒷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 환담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 (2008년 9월 9일)


하지만 노무현의 자살로 폐족이라던 친노가 느닷없이 민주화와 진보, 개혁의 상징자산을 몽땅 독차지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노무현이 호남과 김대중 정치의 정당성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노력했던 영향력도 컸다.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한민국 전반을 장악한 영남패권의 힘도 작용했다. 결국 김대중의 연립정부 정신을 무너뜨리고 호남 정치의 물줄기를 좌파로 돌려 김대중의 원래 정신에서 결정적으로 멀어지는 계기가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지금 호남 정치인들은 큰 관점에서 친노 좌파의 아류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냥 써먹기 좋은 돌격대 정도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호남 출신들을 중용한다고 하지만 실권을 가진 인물은 드물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남 출신 국민의당 정치인들조차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한심하다. 친노는 여전히 호남의 등골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아먹고 있다. 일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거기에 동조한다.


나도 안철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평소 써온 글을 봐온 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치는 점이 아니라 선이라고 내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이 편과 저 편을 가르는 선을 긋는 것… 이게 정치의 처음이자 끝이다.


지금은 어디에서 선을 그어야 할까? 특히 호남 정치인들과 당원, 유권자들이 주목해야 할 선은 어디인가? 친노좌파와 갈라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이것이 모든 정치 행위의 우선이 되어야 한다. 좌파 어젠다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라면 나부터 나서서 문재인 정권을 위해 뛸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공무원 증원,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반 대기업 태도, 친 노조 행보, 탈원전, 사드를 둘러싼 기회주의적 태도까지 문재인 정권은 나라 망하는 길로 직행하고 있다.


좀 정신 차리자. 특히 호남 출신 정치인과 유권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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