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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8 19: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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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자신의 위법행위 인정한 것
-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노무현은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책임’이라는 것을 졌다는 게 중요
-그래도 민주당이 정권 잡은 것은 노무현 때문 아니다. 보수가 그들을 흉내내는 것은 어리석어


▲ 2009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충무로역에서 시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알리는 호외를 보고 있다. 【뉴시스】


1. 보수에 노무현 같은 인물이 있는가


좌파들이라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서 아예 현실부정을 할까?

아예 그건 사실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결백하다고 믿을까?

물론 그렇게 믿는 소수의 열혈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그가 자신의 위법행위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좌파들도 모를 리는 없을 거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좌파라고 하는 정치 세력과 지지층, 시민들 사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내부적 비판이나 회의론이 거의 설 자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니까 그 방식의 옳고 그름,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어쨌든 본인이 선택한 방식으로, 그리고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책임’이라는 것을 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실제로 뇌물 수수 의혹건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질 수 있는 방법인지 따지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것이 어쨌든 대중과 지지자들의 눈에는 책임을 지는 형태로 인식됐다는 것, 그 현실이 중요한 것이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책임을 지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뇌물 수수 의혹과 막판의 검찰 수사, 그리고 서거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뺀 나머지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들에게 어떤 인물인가.


그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관, 역사관, 인간관, 세계관은 오늘날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대한민국 좌파 정치 세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들에게 일종의 ‘신’처럼 추앙되는 것은 어찌보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보수를 한번 돌아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우리에게는 누가 있는가.


누가 우리에게 정신적, 사상적 근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과오와 위법, 실정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는가.


오늘날 보수가 사분오열하면서 내부적으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이유는, 보수 정치인들이나 지지층들 때문이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2. 그래도 노무현은 우리의 길이 아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민주당과 좌파들이 선거나 각종 정치 이슈 파이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우상, 신격화된 인물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당과 좌파의 외연 확장을 어렵게 만들었고, 일반 대중으로부터 거부감을 갖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좌파의 결집을 가능케 한 구심점 역할을 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절대로 저들이 ‘노무현’으로 집권에 성공했고 선거를 이겼으며 중도층을 사로잡은 게 아니란 이야기다.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고 그 후로 정치권이 사분오열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거다. 41%라는 득표율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늘 이념 투쟁에 함몰되어 민생에 무심하고 현장의 유권자들을 외면한 나머지, 보수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나름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면치 못하고 지지율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게 바로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일부 보수(라고 말하기도 힘든 이들)는, 민주당이 마치 그런 것들로 인해 오늘날 정권을 잡은 것 마냥 착각하면서, 우리도 저렇게 따라해야 된다고 말한다.


상대편의 오랜 패인을 우리의 전략으로 가져오자는 것처럼 어리석은 게 또 있을까.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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