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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7 1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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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중국 바로 옆에서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친미노선
-중화 사대주의 때문에 개화 반대했던 사대당, 위정척사파 성리학자의 보수주의 벗어나야
-자유·평등·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보다 왕정 문화에 미련 갖는 86세대가 조선 귀족정치의 후예

(5) 2030세대와 40대

 

2030세대가 자유한국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가 보기에 2030세대는 민주당도 별로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86세대도 그들에게는 어디서나 자기들을 가르치려는 꼰대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직장에서 일은 많이 안하고 자기들보다 2배, 3배씩 연봉을 받아가는, 영어도 잘 못하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잘 다룰 줄 모르는 직장 상사들이기도 합니다.

 

6, 70대가 후진국 사람이라면 86세대 4, 50대는 중진국 사람, 2030세대는 선진국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 문화적 차이가 엄청나게 큽니다. 2030세대는 철저한 개인주의자들이고 실용주의자들입니다. 요즘 청년들이 쓰는 말 중에서 ‘한남’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한우, 한돈, 한남… 한국 남자라는 말인데요, 지난 몇 년 사이에 제 친구와 제 아내의 친구의 딸들이 여러 사람 외국 남자들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왜 한국 처녀들이 한남과 결혼하기를 꺼리는가? 한남들이 가사노동을 잘 안하기 때문입니다. 마마보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남편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홍준표 대표는 “밥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밥은 여자가 하라고 하늘이 정해준 거라고 대답을 하셨죠?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 정말 많이 득표하신 겁니다. 그런 말씀까지 하셨는데 말입니다. 2030세대 여성들은 홍 후보를 바로 한남의 아버지, 최악의 시아버지 감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부탁을 드립니다. 전 당 간부들이 페미니즘 교육을 받으세요. 개과천선하시는 모습을 보이십시오. 선진국 사람으로 거듭 나시기 바랍니다.

 

40대 인재를 많이 발굴하여 내년 지방 선거 후보로 내세우십시오. 86세대가 지나치게 정치화된 세대로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30대부터 국회의원도 하고 지도자 행세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5살이나 10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 밑에서 보좌관 노릇을 해 왔습니다. 이제 그들이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1974년생을 예로 들면 44살입니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또래가 전부 보좌관, 실무자 노릇을 하면서 늙어가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들 40대의 억눌린 에너지, 힘을 불러일으켜서 86세대의 독점 구조를 뒤집어엎으십시오. 그것은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서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입니다. 기왕 야당이 된 김에 자유한국당이 바로 그것을 하십시오. 그러면 청년들의 호응을 받을 겁니다.

 

(6) 신보수주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당의 새로운 이념으로 ‘신보수주의’를 내세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보수’를 자처하게 되었습니까? ‘보수’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만약에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예를 자처한다면, 여러분이 ‘보수’라고 하는 자기 정체성 규정과는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한민당이라는 보수 세력의 반대를 물리치고 공산당 출신 조봉암까지 끌어들여 농지개혁을 밀어붙일 때 이승만이 보수였습니까? 윤보선 후보가 집요하게 빨갱이라고 몰아붙여도 그에 굴하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의 박정희가 보수입니까? 제가 알기로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자칭 타칭 보수라고 불린지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보수라는 말의 뜻은 친미노선을 지킨다는 뜻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 점을 상기하셔야 합니다. 친미노선은 독립협회 이후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세계 최대의 나라 중국 바로 옆에서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어렵게 발견한 노선입니다. 지도를 펼쳐서 보십시오, 북경에서 티벳의 거리와 우리나라의 거리를 비교해보십시오, 서너 배는 더 됩니다. 또 티벳 가는 길은 얼마나 험난합니까? 그런데도 청나라 턱 밑에서 우리나라는 독립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채택한 것이 사대주의 외교입니다.

 

제가 10년 전에 ‘대청풍운’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강희제를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처럼 훌륭한 황제로 묘사하는 작품이고, 다분히 티벳과 대만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어용 영화라는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 장면은, 대만의 정성공이 청나라에게 휴전을 청하면서 대만을 조선과 같이 인정해달라고 하는데, 청나라가 이를 불허하고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치르면서 끝내 점령해서 직할 영토로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조선은 형식적으로는 제후이면서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인 나라였습니다(그것이 바로 시진핑이 말하는 번속국이죠). 그런데 이런 중화제국이 무너지면서 우리 조상들은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 노선을 찾아서 고민하였고,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독립협회 시절부터 친미노선을 확립하였던 것입니다. 120년 전, 그러니까 1897년에 세운 독립문이 바로 친미노선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그래서 친미노선은 보수의 노선이기는커녕 문명개화파, 진보파의 노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에는 두 번 친미노선이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1920년대 독립운동에 3.1운동 세대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크게 흔들렸습니다. 3.1운동은 친소노선을 대안으로 제시하여 결국 우여곡절 끝에 분단을 자초하고 북한이란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수만 명의 86세대가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면서 흔들렸습니다.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문명과, 자유, 평등과 인권이라는 가치보다는 동아시아 중세 절대 왕정 시대의 문화에 미련을 가진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흐름인 것입니다. 그들이야말로 대한제국의 멸망으로 끊어진 조선 귀족 정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지금 보십시오. 그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어쩌면 완고한 성리학자 양반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들의 사상과 언어가 위정척사파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습니까? 반일과 반미를 선동하고, 은연중에 친중, 친북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저는 자유한국당이 스스로를 보수라는 울타리에 가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 보수라는 정체성이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학자들이 외국 책에서 보고서 하는 이야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영국에서 보수정당의 뿌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귀족 정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수라고 불릴 수 있는 흐름은 중화제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해서 개화를 반대했던 사대당, 위정척사파 성리학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맥은 조선, 대한제국의 멸망과 함께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유한국당이 ‘신보수주의’에 머물지 마시고,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설마 80세가 넘고 판단력이 흐려져서 이기붕이라는 아첨꾼의 말만 듣던 이승만을 이어받으시려는 것은 아니죠? 독재자로 전락한 말기의 박정희를 계승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들에게 쫓겨나거나 모든 국민들이 물러나라고 외치는 가운데 측근에게 죽임을 당한 이승만과 박정희를 계승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그 분들의 집권 초기 모습은 결코 어떤 의미에서도 단순한 보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승만은 농지개혁으로 자영농이 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서 국회에서는 소수였지만 직선제로 개헌하여 2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박정희는 군사정변을 일으켰다는 원죄에도 불구하고 빈농들의 지지를 받아서 1963년 선거에서 신승(辛勝)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시 건국 이전으로 돌아간 듯이, 마치 초기화된 듯이 불평등이 심화되어 국민이 분열되고, 이런 상태로는 과연 통일 대업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이 시점에 필요한 이승만과 박정희는 초심(初心)의 이승만이요, 박정희이지, 나중에 장기 집권한 독재자는 아닐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지난 8월 24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특강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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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젊은 시절의 필명은 김철순. 1992년에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4년에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라는 감투를 쓴 적도 있다. 2008년부터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2017년부터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제3의 길 공동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좌파논어>,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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