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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7 15: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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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를 입에 달고 사는 호남 혐오주의자들과 분명히 갈라서야 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수백년 전 일도 아닌데 북한군 개입설이 먹히겠습니까?
-거대한 태양이 월식으로 가려지듯, ‘한국전쟁’이 5.18을 덮지 못합니다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와서 말씀을 드리게 되다니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주영 의원님?) 기왕이면 여당일 때 불러주시지요. 그랬으면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셨을 텐데요. 저를 부르신 취지는 쓴소리를 듣자는 데 있는 것으로 알고, 제가 오늘은 조금 마음대로 떠들겠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먼저 미안한 말씀이지만, 저가 자유한국당을 잘 모르고 특별한 애정도 없다는 것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바로는 가장 위험한 것은 저에 대해서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진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저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깊은 고민 없이 따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저야말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야기가 있으면 골라 취하시기 바랍니다.

 




(1) 호남 혐오

 

먼저 여러분에게 정말 간곡하게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호남 혐오’와 선을 분명하게 그어달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펄쩍 뛰실 겁니다. 이정현 의원이 대표를 한 적도 있다고, 손을 휘저으면서 말을 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호남 혐오주의자들의 정당으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바로 그런 극우적 성향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입니다. 싸우고 갈라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편으로 봅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당을 86세대의 정당이라 하고 청와대는 주사파가 장악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여당이나 청와대가 수긍하겠습니까? 아마 웃을 겁니다. 또 무슨 시대착오적인 종북몰이, 메카시즘을 하려고 그러느냐고 할 겁니다. 일부 그런 경력 가진 사람 소수가 있지만, 수십 년 전 일이라고 하겠죠. 그러나 여러분 역시 그들의 해명을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들은 서로 싸워서 갈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통합진보당이라도 있어서 역할 분담을 잘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호남 혐오주의자들과 싸우십시오. 제발 그들과 일선을 확실하게 그어주십시오. 류석춘 혁신위원장님, 아무리 일베에 기특한 청년 보수논객들이 많아도 그렇지, 일베를 하라고 하시지 마십시오. 일베에는 호남 혐오주의자들이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라고 비하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준길 대변인,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새삼스럽게 또 5.18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고, 헬기 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하더라도,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도 함께 밝혀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여 흡사 자유한국당이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하였을 가능성이 티끌만큼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이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발 호남 혐오, 호남 차별주의자들과는 철저히 투쟁하십시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저는 그 당시 이미 결혼을 한 성인이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수백 년 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 경험한 일이고,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일입니다. 그런데 새삼 우리가 모르는 대단한 일이라도 발견되었다는 말입니까? 저는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 같은 경우를 정신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믿는 사람들과 싸우고 그들과 일선을 긋지 않으면, 어떤 혁신을 하고 어떤 이벤트를 하고, 아무리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를 하고, 전 정권의 핵심을 다 몰아내더라도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저는 국민의당 평당원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다고 자부합니다. 지금 호남에는 이념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남이 언제까지 중앙정부가 주는 보조금이나 따와서 먹고 살아야 하느냐, 호남도 산업을 발전시키고 공장을 유치하자, 그 ‘민주화의 성지’라는 말도 지겹다, 호남이 무슨 장례식장이냐, 세월호가 목포항에 들어오니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다 취소하고, 새만금에 기업이 투자를 하려니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하는데, 그런 친노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에게 언제까지 지역 여론을 대변하게 할 거냐, 그런 밑바닥 민심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국민의당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징후였습니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호남 민심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 같은 데 흥미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깊은 역사의 성찰에서 나오는 진정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사실을 말하면 많은 경상도 사람들 그리고 중산층들, 어린 학생들이 악마 전두환을 몰아내자고 투쟁할 때 못 본 척하면서 돈벌이에 열중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들 대학교 1학년, 2학년 학생들, 82학번, 83학번, 이런 친구들이 전두환이라는 악마 같은 독재자를 상대로 목숨 걸고 투쟁을 하면서, 스무 살에 책 몇 권 읽고서 대단한 혁명가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고, 그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여당과 청와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건방지고 무식한 86세대들이 아닙니까? 오늘날 우리가 보는 친노 좌파가 이런 단순하고 독선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당시에 모른 척하고 돈벌이에 열중하여 중산층이 된 선배 세대에게 있는 것 아닙니까?

 

이제 전두환의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바로 보수가 책임이 있음을 깊이 성찰하고, 전두환 등을 옹호하는 사람들과는 일선을 긋고, 그들이 새누리당이라고 하든, 무어라고 하든 딴 살림을 차리라고 내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자유한국당에 미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김문수 지사님, 보셨습니까? 아직도 안 보셨다고요?) 물론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200명이 죽고, 6.25 한국전쟁은 200만 명이 죽었으니 6.25가 1만 배 큰 사건입니다. 하지만 태양은 달보다 400만 배 크지만 달과 비슷한 크기로 보입니다. 달보다 400만 배 멀리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가진 영향력을 결코 무시하지 마시고, 깊이 연구를 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지난 8월 24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특강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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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젊은 시절의 필명은 김철순. 1992년에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4년에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라는 감투를 쓴 적도 있다. 2008년부터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2017년부터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제3의 길 공동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좌파논어>,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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