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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1 13:56:01
  • 수정 2018-11-01 13: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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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정상회담 [아베총리 트위터]


[일본의 대화주의 외교]


  2018년 10월 23일은 일·중 평화조약 발효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은 이날을 기념하여 중일 정상회담을 갖기 원했다. 그러나 금년 10월 23일은 메이지유신 1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에서는 중요한 날이 아닐 수 없으며, 수상이 참석하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로 인하여 아베수상의 방중 일정이 조정되었고, 결국 26일에 조어대(釣魚臺) 국빈관에서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이 정상회담은 미·중간의 심각한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측이 요청한 것도 있지만, 실은 일본 측에서 오래전부터 상당한 공을 들여 준비해왔다. 아베 수상은 이번 정상회담에 일본 기업인 600여명과 관료 200여명을 대동하였다. 일본 수상의 이러한 외교행렬은 일본 외교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일본 측이 일·중 정상회담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이런 노력에 대해 중국의 시진핑은 평가하고 매우 흡족해 했을 것이다.


2018년 10월 26일 북경 정상회담에서 아베수상과 시진핑 주석. 2012년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열도 선박충돌사건 이후 일본과 중국은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에까지 치달았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 중 양국은 ‘대결’로부터 ‘협력’이라는 새로운 관계 정립에 이르렀다. 근본적인 이해관계 대립 속에서 양국은 무엇을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열도에서 선박 충돌 사건(2010.09.07.) 이후 심각한 냉각 상태에 있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당시 중국이 취한 무력시위나 갑작스런 히토류 수출 중단 등의 처사는 이치에도 맞지 않고 난폭한 것이었다. 1972년 이후 중국의 개방과 발전을 지속적으로 원조해온 일본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않고 눈물을 삼켰다. 중국이 경제와 국방 등의 면에서 일본을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일본 국민은 국가적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이때 일본의 식자층은 그 상처를 가슴에 새겨두면서 두 번 다시 똑같은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일본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중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은 근본적인 이해관계 대립 국가이다. 서로 동아시아의 주인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대립관계는 근대국민국가의 잔재가 남아있는 한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대화를 하고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화-교류-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국제질서 하에서는 국익을 증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현대의 국제질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은 새로운 대화와 교류를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ODA를 가장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일·중 정상회담에도 1970년대 이후 대 중국 ODA 파이프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은 보인다.


중국의 정치인들도 현대의 국제질서를 기본적으로는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번영이 있는 것이고, 또 세계를 상대로 ‘일대일로’라는 거대한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추진과정을 보면 미숙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이에 대한 논의를 여기서 할 여유는 없다.


여하튼 일본과 중국은 양국 간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양국은 함께 세계 속에서 다른 국제사회와도 경쟁하고 있으며,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이라는 이해관계를 같이 공유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일본은 이 토대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역시 A4를 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한·일 기본조약 붕괴를 추진하고 있나?]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일본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대 일본 관계를 보면, 이러한 자국의 상황과 처지를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국은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상대를 향하여 과거문제를 집요하게 재생산하면서 대화 분위기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아가 일본과 기존의 협력관계를 붕괴시키고, 심지어는 양국 간 기본조약조차 뒤집어엎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한·일간의 협력과 관계 증진은 북핵 문제해결과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미국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 천황 비판 이후 장기간 냉각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우려하여, 박근혜 정부 시기에 한·일 간의 대화와 협력을 종용하였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였었다.


그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간의 합의(2015.12)가 이루어졌고, 이어진 대화 분위기 속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2016.11)이 체결됨으로써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리기도 하였다. 이것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상황에서 그리고 현재의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한국에 있어서는 매우 긴요한 것이었다.


일본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 관하여 우리가 가지기 어려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또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협력관계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등장 이후 한·일 간에는 대화를 통한 새로운 협력은커녕 현재까지 쌓아온 양국 간의 협력관계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


그 첫 작업이 지난 9월 25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서 아베 수상을 만나 위안부 문제의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해체 불가피를 통고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사실상 뒤집어버렸다.


이어서 국방부가 제주도 국제 관함식(2018.10.01.)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을 금지하는 의사를 밝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욱일기의 게양의 자제를 재차 주문함으로써 일본 해상자위대의 국제 관함식 참석을 결국 막아버렸다. 이때 대다수의 일본국민들의 반응은 ‘당황스럽다’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엊그제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제 때 징용 피해자 각인에 대한 일본기업의 1억원 배상을 최종 판결하였다. 이 재판의 판결문을 분석한 일본의 식자층들은 이번 재판의 판결이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을 뒤집는 것으로, 나아가 한일관계의 법적기반을 붕괴시키는 조치로 받아들고 있다.


불과 1개월여 남짓 동안 1965년 이래 한일 간에 쌓아온 협력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매우 당황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또 무엇을 하려하는지에 대해 파악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상황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심각한 대응을 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한국정부의 장기적 안목에 입각한 종합적 대응과 해결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국내를 한발 떠나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 상황이 파악되는 장점이 있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출발 때부터 ‘적폐’청산을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그 ‘적폐’가 이전 정부에서 잘못한 과오들을 바로잡는 것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대 일본관계의 전개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간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왔다. 그 과정에서 1965년의 한일협정이 체결되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1965년의 협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의 제약도 있었기 때문에 불비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든다면, 위안부 문제나 징용 피해자 문제 등이 조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과 직접 관련된 개인들이 살아있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포괄적으로 그 문제의 타결에 동의하여 조약을 체결하였다. 즉, 우리 정부의 불비한 점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우리의 역사가 성립하고, 그 불비한 점은 우리가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가 간의 외교문제나 과거 역사까지도 적폐의 범주에 함부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나아가 지나간 역사에서 우리가 안고가야 할 부분까지 문제시하여 정치 문제화하고 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은 기껏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을 바로잡아 줄 것에 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 선을 넘어 외교 문제와 역사 문제로까지 확대시키고 있으며, 게다가 그것을 국내정치와 연결시켜 정치적 이익을 꾀하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접근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의식하고 추진하든 모르고 추진하든 간에, 지금 국내 정치의 연장에서 외교관계까지 뒤집어엎는 것은 지난 정부의 ‘적폐’ 청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중대한 외교관계는 그 국가의 본질과 관계되기에 그것을 뒤집어엎는 것은 그 국가를 뒤집어엎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 대한민국의 가장 약한 고리가 한일관계이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뒤집어엎음으로써 대한민국 뒤집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외교는 국익을 위해 그리고 국력을 장기적으로 증진시키는 한편 국가의 안전과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영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각도에서 제2기 아베정부의 외교와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다음 회에서 더 검토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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