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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27 10: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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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고 외교무대는 한반도, 그런데?]


냉전시대 미국 최고의 외교적 관심사는 늘 서유럽과 나토였다. 그 다음이 중동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항상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중대 사안이 발생해도 대서양과 인도양에 배치된 미국의 주력 항공모함은 움직일 줄 몰랐다. 적어도 트럼프 정권 이전에는 그러했다.


중국이 남사열도에 비행장을 건설해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충돌이 있어도, 그리고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연평도를 공격하더라도 그러한 사건들이 미국의 최고 관심사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외교의 중심무대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 년을 받아 일본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9월 23일, 필자는 매우 충격적인 경험을 하였다. 일요일이었던 그날 아침의 NHK 대담프로그램은 배경화면으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김정은 위원장 등 3명의 큰 사진이 배치되어 있었다.


▲ 9월 23일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 시작 장면의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좌·우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NHK]


일본 공영방송의 TV화면 하나를 가지고 너무 야단법석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이 화면이 오늘날 세계 외교의 중심 무대가 한반도, 아니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북한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가 현안 문제가 되어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G2라고 불리는 미·중 양국의 지도자 사진과 함께 배치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가 1-2년 된 문제가 아니라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요즘 세계 외교무대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실을 좀 더 중대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등장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현재의 세계질서 속에서 단지 꽤 비중 있는 국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 몽’이며, 그 구체적인 전략이 ‘일대일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의미를 파악하여 가장 먼저 기민하게 대처한 것은 일본의 아베 수상이었다. 아베 수상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으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우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곧바로 미국으로 달려가 그 구상을 밝혔다.


▲ 2017년 11월 6일, 일본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아베수상 트위터]


취임 이후 아시아순방 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6일 일본을 방문하여 아베수상과 정상회담을 하였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의 서막을 알리었다.


그날 아베 수상은 전 세계에 이렇게 선포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세계의 성장 센터입니다. 자유롭고 열린 해양질서의 유지와 강화는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서 사활적으로 중요하고, 일·미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향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일치하였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와 호주가 중심국으로 참가하고 서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의 차원을 넘어 21세기 전반기를 규정하는 다자협력에 의한 세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아베 수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11월 6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공식화야말로 21세기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초석이며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여하튼 인도-태평양 전략이 세계외교를 전체적으로 규정짓는 큰 방향이 됨으로써 가장 부상한 국가가 북한이며, 또 가장 급격하게 부각된 인물이 김정은 위원장이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의 성사 자체가 북한의 위상이 올라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는 큰 기회가 온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회담 초두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 지도자는 자신의 나라를 전진시키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중략)… 평화와 손을 잡고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인가. …(중략)… 어느 길을 그는 선택할 것인가”라고 끝을 맺는 약 4분간의 동영상을 보여준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하는 기회”라고 한 제안은 새길수록 의미심장하다.


여하튼 세계가 바뀌고 있으며, 한반도는 좋은 기회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반도의 중요성이 더해간다고 하여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잘 살리면 다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겠지만, 만약, 방향을 잘못 판단하여 엉뚱하게 대응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아베 수상의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기류도 꽤 높지만 외교에 관한 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왜 그런지 10월 26일의 중일 정상회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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