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회의후 처음 얼굴 드러낸 시진핑, 수상한 중국]
중국이 수상하다. 일종의 여름 휴가인 베이다이허 회의후 처음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또 럼(To Lam) 신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면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보여준 행동은 그야말로 수상하기 짝이 없다. 분명히 시진핑 주석과 관련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20일,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감춘지 3주만에 얼굴을 드러낸 시진핑 주석이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 후 시 주석에 대한 의혹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중국내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뇌졸중이나 당내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문들이 있었지만 럼 서기장을 만나는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면서 모든 소문들을 불식시켰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시진핑 주석과 관련해 이렇게 소문들이 무성한 것은 중국의 1인 독재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번에도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에는 베이다이허 휴가 직후 인근 지역 시찰에 나선다든지 등의 형식으로 간간히 얼굴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무려 3주간이나 두문불출함에 따라 다양한 유언비어들이 중국 정가내에 떠돌아 다녔던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비롯한 핵심 정치인사들을 만나는 바로 그 장면을 중국 공산당 공식매체인 중국중앙TV(CCTV)가 생중계를 했는데 이 화면이 전혀 통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CCTV 라이브에 따르면, 베이징 천안문 광장 주변은 럼 베트남 서기장을 맞이하기 위해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졌다. 럼 서기장은 인민대회당에 도착하자 중국 어린이 퍼레이드의 환영을 받았으며, 시 주석과 함께 군사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 의전은 그야말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국가 원수의 표준적인 군사 의전이었지만, 이를 중계하는 CCTV 화면이 비정상적이어서 카메라 밖의 많은 관찰자들에게 추측과 의구심, 그리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핵심적 문제는 통상적인 의전 중계와는 달리 이번 행사에서 CCTV는 중계 카메라를 행사장 주변에 두지 않고 그야말로 원거리에서 최대한 줌인하는 형태로 중계를 했다는 점이다. 사실 시 주석의 얼굴이나 행동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인민대회당 밖 CCTV 방송 화면이 여러 각도로 전환하긴 했지만 내내 '원거리 렌즈'로 앵글을 잡았기 때문에 시진핑이나 럼 서기장의 클로즈업 영상은 거의 없었고, 양측이 대화하는 모습이나 행사 서명식에 참석하는 모습도 멀리서 바라보거나 시 주석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중계 방식에 대해 영상 및 사진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고 CCTV가 시 주석의 클로즈업 사진을 찍지 않은 이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후 AP 통신과 다른 언론이 시 주석과 럼 서기장의 클로즈업 사진을 공개하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 클로즈업 사진을 올렸지만, CCTV의 영상 공개에 대한 정치적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가오 유도 3분 30초 분량의 방송에서 클로즈업이 없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람들이 너무 작아서 돋보기로도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X'에 올렸다. 또한 “시 주석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 낮고 느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6월 4일 천안문 운동의 지도자 왕단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소문에 비추어 볼 때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식 언론이 시 주석의 클로즈업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진핑에 대해 떠돌았던 많은 소문들]
시진핑 주석이 베이다이허로 휴가를 떠나고 3주 동안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중국내 정가에서는 뇌졸중과 쿠데타 소문들이 무성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덩위웬은 지난 8월 12일 VOA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공산당 3중전회 후 시진핑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이 나돌았다”면서 “시진핑이 뇌졸중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역을 맡은 이가 시진핑 행세를 하고 있다는 설, 시진핑이 시찰을 나갔는데 그의 측근들이 시진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는 설, 시진핑의 선전 포스터가 제거되었다는 설, 베이징에 쿠데타가 일어나 시진핑이 사임했다는 설 등이 떠돌았다”고 적었다.
덩위웬은 이어 “실제로 베이징의 정치상황은 이상하고 중난하이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은 사실인 듯 보인다”면서 “시진핑과 관련해 여러 유언비어들이 나도는 것 자체가 시진핑에 의한 정치적 탄압과 터무니없는 통치를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덩위엔은 그러면서 “시진핑을 둘러싼 루머와 베이징의 정치상황을 확인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는 베이징 거리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는지, 보안군이 갑자기 강화되지는 않았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둘째로 외교적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살피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내에 정치적 급변사태가 일어났다면 당장 미국대사관의 움직임이 분명히 대대적으로 있을 것이란 의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서방의 주류 언론과 정보 기관이 시진핑의 건강 상태와 쿠데타 소문을 과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피라는 것이다.
덩위웬의 3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본다면 시진핑 주석이 실각을 했거나 권력에 변동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남는 의혹이 있다. 바로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이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럼 서기장을 만나면서 얼굴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29일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호르타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를 만난 이후 처음이다. 거의 3주간 동안 두문불출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별의 별 소문들이 무성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정치학 부교수인 좡자잉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루머의 핵심은 중국의 정치 상황을 점점 더 불투명하게 만든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이고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통치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좡자잉 교수는 이어 “후진타오와 같은 전 중국 지도자들은 잠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집단적 지도력'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소문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반면 시진핑의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권력과 불투명한 의사 결정은 그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과장된 추측과 소문을 낳았으며, 이는 현재 중국 정치국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잉 교수는 또한 “(전 중국 주석) 덩(샤오핑)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을 때 중앙집권적이지 않았고 일부 지도자가 가끔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추측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권력이 시진핑의 손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세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특히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낸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
사실 시진핑 주석이 잠적을 하거나 두문불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진핑은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하기 전인 2012년 9월 2주 가까이 잠적했고, 예고 없이 국제 지도자들과의 여러 차례의 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VOA에 따르면 2018년 8월에도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원회 당 건물 회의에 나타나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 지도력'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기 전까지 19일 동안 CCTV 뉴스 피드에서 사라졌다. 2022년 7월과 9월, 그는 다시 두 차례 '잠적'했다. 2022년 7월과 9월, 그는 두 차례에 걸쳐 10일 이상 '잠적'했다가 추측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대만 중부 자이에 있는 난화대학교 국제문제 및 경영학과 교수 쑨궈샹은 VOA에 “전통적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은둔'은 대부분 당내 정치적 분쟁이나 권력 이양 단계에 대처하기 위한 낮은 수준의 정치 전술”이라 지적했다.
쑨궈샹 교수는 이어 “이미 3선에 재선되어 종신 집권이 예상되는 시 주석은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어 이를 공고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쑨궈샹 교수는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회의 도중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중국의 경제난을 강조하고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들이 나왔다”면서 “시 주석의 '고의적 실종'이 반시진핑 진영에 상황을 이용하고 그 본질을 드러낼 기회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시 주석에 대한 또 다른 충성심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 3주 동안 장위안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시진핑을 장악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자마자 인민일보는 8월 9일 장위안이 쓴 ‘국방과 군 개혁을 지속적으로 심화’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여기에는 시진핑 주석이 20번 이상 언급되어 있어 루머를 정리하고 충성심을 보여주기에는 매우 민감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민감한 시기에 유언비어를 없애고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쑨궈샹 교수는 그러면서 “그(장위안)는 루머를 해소하고 중국 공산당 서열의 단결과 안정을 보여주기 위해 시진핑을 지지하는 공개 기사를 게재했니”며 “지도부(시진핑) 핵심에 대한 이런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사실 중국 공산당 내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쑨궈샹 교수는 또한 “중국 공산당의 불투명한 통치 때문에 대중은 온갖 소문과 부정적인 루머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면서 “시 주석 체제 하에서 앞으로도 비슷한 루머가 떠돌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렇게 시진핑 주석과 베트남 럼 서기장과의 만남과 관련해 아직도 많은 의문점들이 남는다. CCTV는 왜 그렇게 근접 촬영이 아닌 롱샷으로 시진핑의 자세한 동태를 숨기려 했을까? 시진핑이 말하는 장면이나 움직이는 장면들을 자세하게 볼 수 없도록 중계했을까?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우리 신문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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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19888-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