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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베이다이허 회의 종료, 시진핑 운명 어떻게 되나? - 시진핑 3연임 확정 분위기, 리커창 총리 역할도 부상 - 시진핑, 개혁개방 유지 및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 동의한 듯 - 리커창 총리의 자신있는 발걸음 눈길, 차기 권력 중심되나?
  • 기사등록 2022-08-19 04:35:56
  • 수정 2022-08-19 07: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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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최고비밀회의 베이다이허 회의 종료]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지도부가 지난 7월 31일 이후 종적을 감췄다가 16일 일제히 얼굴을 드러냈다. 이는 중국의 권력구도 및 미래방향을 결정짓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종료되었음을 뜻한다.


특이한 것은 보통 길어야 9~10일 걸렸던 회의가 이번에는 무려 16일 동안이나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논쟁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다이허 회의후 시진핑의 행보는?]


“시진핑 주석은 16일 오후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시를 찾아 랴오선(遼瀋)전투기념관을 시찰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17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동북해방전쟁의 역사와 랴오선 전투의 승리를 회고했다”고 신화사는 전했다.


랴오선 전투란 지난 1948~49년 화이하이(淮海, 화이허·하이저우), 핑진(平津, 베이핑·톈진) 전투와 더불어 국공내전 3대 전역의 첫 번째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를 통해 중국공산당(중공)군은 국민당군을 물리치면서 선진 산업지대였던 만주 전역을 차지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왜 랴오선(遼瀋)전투기념관을 방문했을까 하는 점이다. 베이다이허 회의를 마친 후 첫 번째 시찰 장소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론을 암시하는 중요한 무언의 메시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랴오선 전투 당시 동북 인민해방군 사령관은 린뱌오(林彪)였지만 마오쩌둥(毛澤東) 중공 중앙군사위 주석의 막후 지휘를 받았다. 그리고 이 전투를 기화로 국민당군은 힘을 잃게 되었고, 중국공산당은 내전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는 묘하게 이번 대만 사태와 맞물린다.


사실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 내내 시진핑을 괴롭혔던 것은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였다. 시진핑 주석이 이 문제에 대해 과잉대응이라 할 정도로 지나치게 군사적 무력시위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대만 문제로 수세에 몰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중을 표출한 것이라 봐도 된다. 시진핑 주석이 랴오선 전투기념관을 찾은 것도 펠로시 대만방문에 대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시위와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랴오선 전투를 사실상 이끌었던 마오쩌둥과 자신을 대비시키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마오쩌둥이 결국 국민당군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승리한 것같이 자신도 그리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날 또다시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꺼내 든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공동부유론의 뿌리가 마오쩌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중국 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기면서 사실상 수면 아래로 내려간 지 오래지만 이날 또다시 공동부유론을 꺼내들면서 자신을 마오쩌둥과 대비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의미있는 리커창 총리의 행보]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움직임이다. 리커창은 16일 오후 남부 선전(深圳)을 찾았다. 시진핑 주석이 북쪽으로 향한 반면 리커창 총리는 남쪽으로 간 것이다.


특이한 것은 그동안 관례로 볼 때 시진핑 주석이 제일 먼저 회의가 끝났음을 알리면서 등장을 하고 그 다음 권력 서열 순으로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었는데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동시에 얼굴을 대중에게 내비쳤다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선전의 렌화산에 있는 덩샤오핑(鄧小平) 추모비를 찾았다. 그리고 광둥(廣東)·장쑤(江蘇)·저장(浙江)·산둥(山東)·허난(河南)·쓰촨(四川) 등 성장 6명과 화상 좌담회를 갖고 하반기 경제 정책을 지시했다. 16일 오후 10시(현지시간)경 관영 신화사가 보도한 내용이 그렇다.


그렇다면 리커창 총리는 왜 하필 남쪽의 선전을 방문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이 개혁개방과 1992년 덩샤오핑 남순강화(南巡讲话)의 상징 도시이기 때문이다.


남순강화란 1992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덩샤오핑이 천안문(天安门) 사태 후 중국 지도부의 보수적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상하이,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등 남방 경제특구를 순시하면서 더욱더 개혁과 개방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 담화(谈话)를 의미한다.


이 담화는 1989~1991년 기간 중 정부가 실시한 긴축정책으로 경제가 경색되자 다시 한번 경제 개혁과 개방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당시에는 보수적인 베이징 지도부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나 지방으로부터의 호응이 커짐에 따라 그해 10월 개최된 제14차 공산당 대표대회 보고서에 거의 전문이 수록되었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천명하게 되는 기초가 되었다.


리커창 총리가 바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로 선전을 찾았고, 그곳에서 중국의 첨단경제를 이끄는 6개의 성장들과 화상대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리커창 총리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군중에 둘러싸여 있는 선전시찰 동영상은 즉각적으로 중국 전역에 엄청나게 퍼졌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덩샤오핑의 동상에 꽃을 꽂고 다시한번 개혁개방을 통해 굳건히 전진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날린 것은 정말 의미가 크다. 이런 차원에서 일각에서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원로의 지지를 끌어내 개혁을 20대 주제로 되살리는 데 성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다이허 회의 전후의 특이한 동향들]


그런데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특이한 동향들이 중국내에서 포착돼 주목을 끌고 있다.


⓵ 인민일보, 갑자기 개혁개방 강조


지난 13일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뜬금없이 1면에 “개혁개방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삼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시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는 “개혁개방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열쇠”라면서 “국유기업 개혁과 중국 경제의 대외적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15일자에서도 5면의 논평란에 “개혁개방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제목으로 ‘인민일보 평론부’ 명의의 논평문을 게재했다.


이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폐기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상당수의 정책들이 이에 역행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민일보에서 ‘개혁개방이 중국의 운명’이라는 식의 기사를 내놓은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 주석은 국유기업 중심의 경제론을 펼치면서 국유기업 강화론을 평소에 강조해 왔고, 공동부유와 내순환 경제 등 개혁개방과는 완전히 역주행하는 정책들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인민일보가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는 시점인 13일 1면 머릿기사와 회의 마지막 날인 15일 논평을 통해 개혁개방을 주창했다는 것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또한 이와 맞물려 리커창 총리가 선전으로 가 이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⓶ 시들해진 ‘제로코로나’ 정책


베이다이허 회의의 끝무렵인 지난 13일, 국무원 부총리인 쑨춘란(孫春蘭)이 코로나19가 확대되고 있는 하이난성을 시찰한 후 감염 확대와 관련한 일련의 지시를 내렸는데 그 가운데 주목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쑨춘란 부총리는 이날 코로나 관련 대책을 지시하면서 그동안 관련 발언때 반드시 강조하던 ‘제로코로나정책 견지(動態精零; 동태정령)’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상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도의 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 대책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용어이고, 베이다이허 회의 직전인 7월 28일의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한 바 있었기 때문에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쑨춘란 부총리가 이를 발언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화제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쑨춘란의 입에서 사라진 ‘제로코로나정책 견지(動態精零; 동태정령)’ 용어는 쑨춘란 부총리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과로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다.


[시진핑의 미래, 어떻게 될까?]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중국 권력 상층부내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시진핑 주석이 실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민일보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간하는 광명일보(光明日報)는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전 부교장인 ‘리준루(李君如)’의 “2개의 확립속에 계왕개래(继往开来)적으로 당대회를 맞이하자”는 제목의 글을 2면에 게재했다.


여기서 ‘2개의 확립’이란 “시진핑 총서기를 당의 핵심으로서의 지위 확립”, “시진핑 사상을 당과 국가의 지도이념으로 확립”을 뜻한다. 또한 계왕개래(继往开来)란 “지금까지의 것을 계승함으로써 미래를 연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광명일보가 이러한 글을 게재했다는 것은 이미 시진핑 3연임은 결정된 것이고, 이를 향해 나아가자는 소위 진군 발표를 공식적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론은 대체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굳히는 조건으로 개혁개방정책 유지와 제로코로나 정책의 폐기를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동시에 리커창 총리가 내년 3월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를 책임지는 뭔가의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오는 10월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중국 권부내에서의 권력투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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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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