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택가격 폭락, 추가부양책에도 불구 가속화]
어려운 중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당국이 다양한 부양책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이 최근 1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해 중국 당국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되살리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5월 중국 주택 가격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면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국가 보조금을 받는 주택을 제외한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4월 대비 0.71% 하락하여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신규주택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가치도 1% 하락하여 중국이 현재의 데이터 수집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중국은 지난 5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먹구름을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부동산 구조 패키지를 발표하여 모기지 규정을 완화하고 지방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도록 장려했다. 이후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중국 3대 대도시는 주택 구매자를 위한 대대적인 완화 조치를 시행하여 다운페이먼트 요건을 낮추고 더 저렴한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문제는 당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면서 사람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홍콩 CGS 인터내셔널증권의 중국 부동산 연구 책임자인 레이몬드 쳉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인 주택 가격은 이번 조치가 아직 주택 구매자들의 신뢰를 개선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중국 내 부동산에 대한 가격 하락세가 1년 전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국가통계국은 신규 주택 가격은 4.3% 하락했고, 중고 주택 가격은 7.5%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지수도 17일 2.4% 하락하며 약세장으로 접어들었고, 5월 중순의 고점 대비 무려 23%나 하락하는 충격적 결과를 가져왔다.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국 경제]
그렇다면 중국의 부동산이 당국의 엄청난 노력에도 이렇게 곤두박질을 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경제 자체가 둔화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지난 40여 년간 생활 수준이 상승했던 중국의 기업가들이 최근 들어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고통 가운데 빠져 있다”면서 “이제는 미래를 걱정하는 중국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의 경기 둔화는 인구 고령화, 시진핑 주석의 민간 부문에 대한 투자 위축 단속, 미국과의 무역 전쟁 심화, 부동산 침체 장기화 등 원인은 다양하다”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많은 소비재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미국과 대조적으로 많은 중국인의 경제생활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추정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도시 중산층의 주요 자산인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는 일부 도시에서 50%까지 하락했다. 또한 주식 시장은 비슷한 기간 동안 3분의 1 이상 하락했으며, 채용 플랫폼 자오핀(Zhaopin)이 조사한 직장인의 32%는 작년에 급여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중국의 오랜 호황을 이끌었던 남부 광둥성의 선전과 같은 중국 경제의 중추도시에서 실망감이 더 컸다. 광둥성은 중국 경제를 이끄는 화웨이 전자제품, BYD 자동차, DJI 드론의 본사가 모두 있을 정도로 중국 내 유명한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다.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거나 오피스 타워에서 기술 주식을 거래하는 등 더 나은 환경을 원하는 수백만 명의 이주민이 이러한 기업과 기타 기업을 찾아왔다. 현재 1억 2천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는 광둥성은 필리핀이나 일본과 비슷한 인구 규모를 자랑한다.
문제는 그렇게 중국의 경제를 선도했던 광둥성마저도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조직적인 불만 표출은 비교적 드물지만, 2023년 광둥성은 다른 어떤 중국 성보다 많은 시위가 발생했으며, 주로 임금 체불과 부동산 프로젝트 지연 등 경제 문제와 관련된 시위가 주를 이뤘다. 특히 지금은 거의 무너진 거대 개발 대기업인 중국 헝다(Ever Grande)그룹이 광둥성의 최대 도시인 광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폭락은 광둥성에 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광둥성이 이럴 정도니 다른 대도시가 어떠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지방 정부와 국유 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도록 장려하는 3천억 위안(410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포함하여 성장을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3대 동력'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가 그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대부분의 경쟁국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중국의 경제 모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중국은 인민들과 공산당이 거의 완전한 정치적 통제권을 갖는 대가로 안정과 더 큰 번영을 제공하겠다는 암묵적 거래들을 제시해 왔다. 다시 말해 중국 인민들은 거의 완전한 정치적 통제를 받는 대가로 인민들에게 안정과 번영을 제공할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암묵적 틀이 완전히 산산조각나고 있다.
물론 반대 의견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유비쿼터스 감시로 인해 조직적인 반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재의 경기 침체가 정권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인민들의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이 팬데믹 초기에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봉쇄 조치를 취했던 2020년 이후 중국의 경제 전략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그해 말,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기업에 대한 새로운 부채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와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했다. 민간 부문의 광범위한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규제 변화는 시 주석이 ‘공동부유’라는 캠페인의 요소로 이해하게 되었다.
시진핑의 이러한 ‘공동부유’ 개념은 명목상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불편한 수준에 도달한 불평등을 줄이는 등 정치적인 것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같은 민간 부문 기업가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시 주석은 지속 불가능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지방 정부와 부동산 기업의 차입을 억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중국의 자원을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소비자들이 더 많은 급여를 소비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저축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국가가 실업 보험과 의료 보험을 상대적으로 적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환으로 시진핑은 부동산 기업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는 '세 가지 레드라인'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는 한때 국내총생산의 24%에 달했던 부동산 부문을 냉각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100대 개발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는 지난 34개월 중 30개월 동안 감소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엄청나게 많이 공급되었다.
이런 결과로 광둥성에 본사를 둔 헝다그룹이나 비구이위안, 그리고 완커 같은 중국의 유명한 개발업체를 포함해 30여개 이상의 회사들이 채무 불이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건설업체를 직접 구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건설 노동자나 마케팅 직원 등 고용에 대한 명백한 결과 외에도 가계 재정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중국인은 주택 소유를 부를 창출하는 거의 확실한 전략으로 여겼다. 어떤 경우에는 결혼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고, 특히 육아를 돕기 위해 시댁 식구가 들어올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부부에게는 필수 조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진핑의 공동부유라는 이상적 정책 강행은 중국을 상상할 수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 부작용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실제로 위엔 시예(Yiwen Xie)라는 사람의 예를 들어 지금 중국 인민들이 어떠한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현재 매입 가격 기준으로 약 40%나 하락했다. 이는 그의 재산이 그만큼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경우 그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틸지는 묻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지금 중국은 그동안 시진핑이 말해 왔던 것처럼 “주택은 투기가 아니라 거주를 위한 것”이라는 개념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사라졌고 가격도 안정화됐다. 그러나 기존에 아파트를 갖고 있던 수많은 중국인들이 갖는 상실감과 이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작용을 불러왔다.
게다가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사실 부동산 거품에 의존하여 성장해 왔고 또 운영해 왔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사라진 지방 정부들은 이미 부도난 기업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몰락해 버렸다. 공무원들의 급여나 근로자 연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지방 정부들이 수두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2020년 광둥성 지방 정부의 수입 중 중앙 정부 이전금을 제외한 40%에 가까운 금액이 토지 판매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그렇게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산 수입이 사라졌을 때 해당 지방 정부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을지 상상이 간다.
중국을 잘 아는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부동산에 의존하는 경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상품과 서비스에 더 많이 소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가장 손쉬운 경제발전의 방법으로 부동산에 크게 의존해 오다가 돌연 어느 날 갑자기 그 기반이 붕괴되면서 중국 경제 전반이 다 엉망으로 헝클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정부는 전기차 등 첨단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산업구조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아예 국가의 모든 동력을 그러한 분야에 쏟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총력 수출을 외치는 시진핑의 정책에 대해 미국은 물론이고 이젠 유럽연합까지 태클을 걸고 나서면서 과연 시진핑의 그러한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져갈지 주목된다.
그리고 중국 경제의 진짜 문제점은 경제성장률 5%라는 지표가 아니라 중국 내 소비자들에 의한 수요 증가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고, 경제에서 사용되는 신용총량도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제에서 사용되는 신용의 총량을 추적하는 총금융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되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정말 간과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그동안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서방 경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정작 시진핑이 행하는 외교는 서방과의 단절과 대립, 그리고 배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의 경제 개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방 경제와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요인임에도 시진핑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공산당 정권의 안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진핑은 개혁개방으로 성장해 왔던 중국 경제를 완전히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진핑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진짜 문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