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0년전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
전례없는 수준의 경제적 격변을 겪고 있는 중국이 특별한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결과’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가 나왔다. 이같은 경고를 한 이가 ‘대차대조표 불황’이라는 개념을 만든 이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방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노무라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구(Richard Koo)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인 불황은 경기 사이클의 변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간주되는 반면, ‘대차대조표 불황’은 높은 수준의 민간 부문 부채가 저축 증가로 이어져 가계 소비 감소와 기업 투자 감소로 인해 경기 둔화를 초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가계 또는 기업 등이 부채가 급증하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일본식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이 지금 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SCMP는 이어 “선진국 대부분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소비자들이 돈을 절약하고 많은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기 전에 정부의 주요 부양책 도입 여부를 기다리면서 소비자 물가는 1년 넘게 매달 1%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이 지금 자신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일본이 이미 겪었던 대차대조표 불황에서의 교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경우, 중국 경제의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험악한 꼴을 당할 수 있다고 엄히 경고한 것이다.
[대차대조표 불황을 만난 일본과 미국의 상반된 접근]
리처드 구는 우선 대차대조표 불황의 두 가지 잠재적 원인인 ‘높은 부채’와 ‘부동산 위기’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이 이러한 곤경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5.3%로 나왔지만, 무역 긴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제조업 주도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구에 따르면 일부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문제는 구조 개혁에 관한 것이지, 대차대조표와는 무관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약간의 통화 및 재정 부양책만 시행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같은 말은 30년 전 일본에서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되었을 때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전형적인 주장이었는데, 일본은 온갖 종류의 구조 개혁 정책을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그 혼란에서 벗어나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반면에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이러한 논쟁이 있었지만, 2년 만에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리처드 구가 쓴 책을 읽고 ‘대차대조표상의 불황’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은 재정 부양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통화 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존 판단과 달리 ‘재정 절벽’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사용하며 재정 부양책을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럽의 고위 정책 입안자들도 ‘대차대조표 불황론’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구조 개혁을 계속 추진했고 그러면서 몇 년을 낭비했다. 결국 유럽은 동일한 대차대조표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 미국보다 거의 두 배나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올바른 정책을 시행하면 불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황에 오랫동안 갇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리차드 구의 주장이다.
그렇기때문에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대차대조표 불황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관련 조치를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부양책 측면에서도 실패하고 있는 중국]
중국은 또 지금의 불황 상황에서 재정부양책도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차드 구에 따르면 대차대조표의 불황은 경제를 매우 빠르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부양책은 크게 하는 게 원칙이다.
자칫 부양책이 너무 작으면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하게 되고, 그 순간에 뒤늦게 더 큰 부양책을 쓰게 되면 처음부터 적절한 규모로 시작했을 때보다 비용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매우 심각한 고통을 겪도록 방치한 다음 이를 회복하려고 하면, 중국 경제의 규모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그 결과는 끔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국은 이 불황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경기 부양책이 있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이어야 할까?
이에 대해 리차드 구는 지금 중국 경제가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4조 위안(75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발표할 때는 매우 큰 규모의 패키지를 추천하고, 왜 지금 필요한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중국은 우선 미완성 주택을 완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리차드 구는 조언했다. 대규모 경기 부양을 하려면 돈을 투입할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파악하고 이를 설계하는 계획에는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이미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 돈을 미완성 아파트를 완공하는 데 사용한다면 경제에 돈이 더 빨리 순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최우선적으로 미완성된 주택을 모두 완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주택 구매자들에게 집을 인도하게 된다면 자신감도 높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계약금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30년전 일본에서 중국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 중국은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고령화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일본은 버블 붕괴 후 19년 동안 인구가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인구 감소와 버블 붕괴가 거의 동시에, 즉 2022년과 2023년경에 시작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상황은 30년 전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돈을 빌린 주택 구매자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류 도시를 제외한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는 매우 어렵다.
인구 감소는 주택 가격의 회복이나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때문에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당시에도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은 인구 감소가 국제수지 불황 및 디플레이션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더 깊은 절벽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이 일본에 비해 가장 큰 장점은 이미 많은 중국인이 대차대조표 불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아무도 이 질병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이 이점을 이용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친다면 경제가 붕괴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국민에게 이것이 대차대조표 불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민간 부문의 대차대조표가 회복될 때까지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시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계속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경쟁과 디커플링으로 훼손된 중국의 외부환경]
과거에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고려했던 많은 중국 기업가들은 이제 해외 시장이 예전만큼 개방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즉 '서구'는 전 세계 GDP의 56%를 차지하며 1인당 평균 GDP는 6만 달러이다. 그다음으로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가 있는데, 이들은 전 세계 GDP의 26%를 차지하며 1인당 평균 GDP는 1만 3,000달러이다. 즉, 서구의 1/5 수준이다.
그런데 중국이 디커플링을 당한다는 것은 사실 56%의 시장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26%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막막할 수가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안보우선 정책이 스스로의 문을 닫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디커플링은 중국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다시말해 중국이 작은 이웃 국가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서방 시장이 중국 제품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데 시진핑의 중국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들은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국가라는 점을 한껏 내세우면서 중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 정권이 안보 우선을 끝내 고집하면서 나아간다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매력 상실은 물론이고 중국 경제의 발목도 잡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마래가 달려 있다!]
리처드 구는 또한 “중국의 사회 구조와 유대감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상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면서 “사회 전체와 젊은이들이 어려움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금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다는 점인데, 이는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자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 버리면서 심각한 사회불안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리차드 구는 그런 점에서 중국의 미래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청년에게 미래가 없다면 중국의 미래 역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문제에 대해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전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국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앞날이 끔찍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