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변학자, “4분기 성장률 급락 위험, 비상조치 필요“ 충고]
“중국 경제가 벼랑끝에 서 있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절벽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중국 내에서 나왔다. 특히 이러한 암울한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가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강한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이 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반드시 10조위안(약 1천916조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류상시 원장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지금 중국 내에서 시진핑의 정책 방향과 다른 내용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입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정협 위원이기도 한 류상시 원장이 사실상의 중국 경제를 위한 극약처방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그만큼 시진핑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만들이 많다는 것과 함께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대변하고 있어서다.
더더욱 류상시 원장의 이날 주장이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지난 8일과 12일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두 부처 모두 적용된 경기 부양책의 규모에 대한 추산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류상시 원장이 실제 투입해야 할 경기부양책의 규모까지 공개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를 직접 압박해 제대로 된 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새롭게 제시할 경기 부양책이 실제로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극약 처방이 아닌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류상시 원장은 특히 "현재로선 중국 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면서 "10조위안 경기부양책이 실현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중국 경제를 회복하려는 부양책이 단기 대응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길게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류 원장은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부채 증가를 우려한 신중한 정책을 펴왔지만, 이젠 국내 수요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채를 늘리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류 원장의 코멘트는 사실 최근 몇 년 새 부채와 적자 증가를 우려한 재정억제 정책을 펴왔던 중국 지도부가, 안팎의 여건 악화로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처한 가운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적자재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는 걸 짚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5.2%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역시 작년과 동일한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잡았지만 현실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1분기엔 5.3%로 출발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투자·외국인직접투자(FDI) 위축으로 2분기에는 4.7%로 꺾였으며, 3분기 성장률은 2분기보다도 낮은 4.6%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렇게 3분기에 성장률이 더 떨어지먼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내수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봉쇄를 거치며 누적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와 끊이지 않는 서방 진영과 무역 분쟁 등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담도 계속되는 중이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중국 경제가 3분기에 예상보다 약간 더 성장했으나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약한 소비가 걸림돌인 상황으로,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추가 부양책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라며 "연간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기 떄문에 류원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류 원장은 "중국 당국이 이전엔 부채에 대해 매우 신중했으나, 이제는 적자와 부채에 대한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며 "중앙 정부 부채는 늘리되 지방정부 부채는 줄이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그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0%와 260%이고 중국은 10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이 재정 적자율의 경우 3%를 경고선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증상이 심각하면 고용량의 약을 먹어야 낫는다"는 말로 중국 정부에 이전보다 더 분명한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류 원장은 또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 내 중소기업 어려움은 커지고 상장기업들의 재정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매출 증가 속 이익 감소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상시 원장은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2008년엔 4조위안(약 76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산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10조위안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SCMP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정부 부채”라면서 “중국 당국이 이전과는 달리 부채 증가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 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면서 경기부양책 마련에 동원된 국유은행 지원용 특별 국채와 지방 정부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용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딜레마, 국가 부채 확장으로 경기부양? 국가 무너질 수도]
그러나 이러한 정부부채의 확대에 대해 또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당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 수준이라 밝혔지만 그 부채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수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부채가 과연 얼마나 될지는 지방정부조차도 잘 모른다.
그런데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중국의 숨겨진 국가부채는 7조에서 11조 달러(약 9600조~1경5100조원)가 될 수도 있다는 추산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12월에 월스트리트은행들의 자료를 인용해 추정한 수치다. 골드만삭스의 경우는 무려 23조 달러(약 3경원)를 넘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성시와 지방정부가 수년 동안 확인되지 않은 차입과 지출로 인해 막대한 양의 숨겨진 부채를 축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산된 ‘부외(off-balance-sheet) 부채’ 중 4000억 달러(약 549조원)에서 8000억 달러(약 1097조원) 이상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부외 부채는 대차대조표 등 공식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부채를 말한다. 여기에는 도로, 교량을 포함한 기반 시설을 건설하거나 기타 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돈을 빌린 수천 개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가 발행한 회사채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정부의 부채를 계속 덮어두면서 경기부양책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지방정부의 디폴트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중앙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쓴들 제대로 먹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11월 초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지방정부들이 숨겨진 부채 규모를 제대로 공개할 리가 없다.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중앙정부가 추산하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지방 정부의 공식 부채는 40조1011억 위안(약 772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WSJ이 추산하는 금액의 50~8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만약 중국 정부의 수뇌부가 중국이 안고 있는 숨겨진 부채의 규모를 진짜로 알고 있다면 류상시 원장이 주장하는 대로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간 진짜로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중국 당국의 모호한 경기부양 대책, “광기만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소리(VOA)는 18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당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전형적인 '경제 광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VOA는 이어 “'미니 국무원'으로 불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재정부(MOF)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주식시장과 경제 전망에 대한 투자자와 중국인의 신뢰를 높이려 했지만, 이후 중국 주식 시장의 부침은 이러한 의견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당국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 확대 정책을 반복적으로 채택해 왔지만, 이제 이러한 정책의 실행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VOA는 이어 “대외 무역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의 길을 열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바주카포식' 부양책이 아니라 중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 대학교의 학자이자 오랫동안 중국의 경제와 정치를 연구해온 '위험 신호: 시진핑의 중국은 왜 위험에 처해 있는가'의 저자 조지 매그너스는 10월 13일 가디언에 “중국의 지도자들은 아인슈타인의 광기에 대한 정의, 즉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그러한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6년 동안 경제 성장 둔화에 놀란 중국은 경제 진흥을 목표로 일련의 경기 부양책을 채택했다. 2008년, 2015년, 2021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최근 발표된 '바주카포식' 조치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계속 실패만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그렇게 하다간 중국 공산당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이것이 중국과 시진핑이 안고 있는 한계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