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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국경절 성수기에도 지갑닫은 중국인, 경기 침체에 ‘소비 주저’ 뚜렷 - 中, 국경절 소비 진작 전력투구하지만 현실은 암담 - 중국 주식시장도 불안, ‘슈퍼반등’ vs ‘폭락 전조’ - 중국의 통화 정책 움직임은 경제를 개선하지 못할 것
  • 기사등록 2024-10-08 11:40:19
  • 수정 2024-10-08 12: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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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경절 소비 진작 전력투구하지만 현실은 암담]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소비부양책을 쓰면서 주식시장도 일시 반등하자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들이 나오지만 실제 소비 현실은 이와는 딴판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때 나타난 소비 위축 현상은 중국 경제의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한지 획실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중국의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관광객은 넘쳐나지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아, 기대와 다른 현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여행 데이터는 마치 회복세를 예고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최악’이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더 나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문제는 관광객 수가 늘었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경제적 불안이 지속돼온 탓에 지출을 꺼리는 현상이 뚜렷해져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소득자를 주로 겨냥한 중국 내 여행사 디어 보이지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관원루는 SCMP에 “관광객이 지속해 증가해 여행업이 활발한 회복세라는 주변 평가가 있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여행 성수기 시즌임에도 사업이 이렇게 암울한 적은 처음이며 심지어 과거의 비수기 때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고 말했다.


관원루는 이어 “중국 전역의 여행사들은 똑같은 실망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7일간의 국경절 연휴는 중국의 최대 관광 성수기로 과거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돈이 넘쳐날 정도로 풍성했는데, 올해는 너무나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하이난성 싼야 현지 여행사 직원 선첸위도 “올해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대부분 호텔이 객실료를 포함한 여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으나, 작년 대비 예약률은 60∼65% 수준이고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많은 관광객들이 여행 소비를 하는 듯 보여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이번 연휴 첫 사흘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과 철도·선박·항공 등을 이용한 이동자 수가 하루 평균 3억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관광지마다 입장권 예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팬데믹 직전 2019년보다 17.2% 증가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 소비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들 관영언론의 보도대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후이성 황산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실과 식당 바닥에서 떼 지어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으며, 홍콩 성도일보가 이를 지난 4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지난 9월 중순 사흘간의 중추절 연휴 기간에 중국 내 여행이 1억700만건으로 집계돼 2019년보다 6.3% 증가했으며, 이 기간 관광 지출도 510억위안(약 9조6천7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8% 늘었다”면서 “국경절 연휴 관광 소비 증가도 급증할 것”이라 낙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26일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경제 상황을 분석하면서 “국경절 연휴 때 내수를 진작시키라”는 주문도 나와 기대를 키웠다. 이러니 당연히 중국의 선전매체들이 총동원되어 중국 정부의 경기진작 발표 이후 실제로 중국내 소비도 늘고 특히 국경절을 기점으로 마치 중국의 모든 경제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관원루 COO는 “관광업 전문가들은 통계를 보지 않고 전망을 믿지 않는다”면서 “그걸 보면 현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로 관광업의 현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관광객 수는 늘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정작 여행와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그런 것이 중국의 경기 진작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내 여행업계 출판물인 트래블존(Travel Zone) 창업자인 장하오시는 SCMP에 “지난 여름 남부 구이저우·간쑤·산시·칭하이성과 닝샤 자치구,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들의 소비 지출이 낮아 여행관련 사업자들은 크게 실망했으며, 또한 해당 지역 경제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하오시는 이어 “경제의 최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중국 경제는 거시경제를 다루는 최고위층들의 감각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이번 황금 연휴기간 칭하이시의 객실 점유율은 30%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피부에 와닿는 중국 경제의 온도는 차디차다는 것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경제성장률 감소가 예상돼온 탓에 중국인들 소비가 점점 검소해지고 지출을 꺼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내년 1월 춘제(春節·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춘절은 전통적으로 매년 1월과 2월에 치러지며 매년 40일간의 춘윈 여행 기간이 포함된다 .


관원루 COO도 “팬데믹 기간엔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간주하고 (관광 관련) 사업체들이 최소 비용으로 운영해 견딜 수 있었지만, 최근 1∼2년새 (경제가 회복될 것을 전제로) 모든 비용을 다 써가면서 운영해온 탓에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윈난성에서 맞춤형 여행업을 하는 현지 여행사 직원인 춘샤오친은 “지난 여름 회사 매출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면서 “고급 호텔을 찾는 고객은 줄고 중저가 호텔을 찾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주식시장도 불안, ‘슈퍼반등’ vs ‘폭락 전조’]


어쩌면 지금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바로 증시에서 보여주는 수치일 것이다. 일단 겉으로 보면 경기 부양책 이후 급등을 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내국인 전용 주식시장인 상하이 A주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5거래일 만에 2748포인트에서 3336포인트로 21.4% 급등했다. 일주일간의 국경절 연휴를 앞둔 마지막 거래일(30일)엔 하루 거래액이 2조6000만 위안(약 494조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당연히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평가할만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2015년 단기 급등 후 폭락했던 장세가 이번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7일 “중국 주식의 세계적 상승세는 많은 글로벌 펀드 매니저와 전략가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JPMorgan, HSBC, Nomura 증권 등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중국 주식 시장 반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렇게 중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이 너무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중국 주식의 상당 수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계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의 루팅(陸挺)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SCMP에 “현재 시장 모멘텀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나타난 투자자 반응을 추적한 결과 2015년 급등락을 반복할 위험이 향후 몇 주 안에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지금 강세장에 들어가는 것은 괜찮지만, 베이징이 좀 더 냉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격 매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웨이보(중국판 X)에서는 “중국에서 전문 기관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날리는 개미투자자를 ‘베어도 금방 자라나는 부추’에 비유한 ‘부추 베기(割韭菜)’ 장세가 다시 왔다”는 지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개미투자자들은 지난 2월 주중 미국대사관이 공식 웨이보에 멸종 기린을 보호하는 활동을 소개한 게시물을 X와 페이스북에 올리자 댓글난과 담벼락에 중국의 주가 폭락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10만여 건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중국 주식투자자들은 “기린도 생명이 있고 나도 생명이 있다”며 미국 증권감독위원회 인원의 파견을 호소했었다.


[중국의 통화 정책 움직임은 경제를 개선하지 못할 것]


이런 가운데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4일, “중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면 획기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 움직임은 경제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 진단했다.


닛케이는 이어 “중국 경제 위기의 주요 요인은 부동산 시장 붕괴”하면서 “하지만 최근 당국의 경기진작 조치 이전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년 동안 이미 200베이시스포인트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부동산 침체가 높은 이자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또한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20베이시스포인트 조정은 최근의 인하 폭보다 두 배나 크지만, 중국 경제의 약세를 감안하면 여전히 특별히 공격적인 조치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단순한 통화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의 획기적인 진전이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부정적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이번 주에, 빠르면 8일경에 또다른 경기 진작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다시 진흥시키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체감이 없다면 중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부탁 한가지. 중국 경제를 판단할 때 중국 당국이 제시하는 수치만 보지 말라. 첫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국의 발표와 현장의 체감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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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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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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