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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소련식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밤잠 설치는 시진핑 - 불안한 시진핑, 다시 당 중심 국정운영 강조 - 소련 붕괴때의 데자뷔? 시진핑은 두렵다! - 허무주의에 대한 척결을 강조하는 중국 공산당
  • 기사등록 2024-10-03 05: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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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진핑, 다시 당 중심 국정운영 강조]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민간기업 중심의 경제를 말하며 성장률 5% 달성을 강조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건국기념일 메시지에서 경제 대신 '강대국 건설을 위한 중국공산당의 지도 견지(고수)'를 강조했다. 이는 소위 국진민퇴(國進民退)의 국가 경영방식을 전혀 바꿀 의도가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만큼 지금 중국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일 시 주석이 전날인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75주년 중국 국경절 리셉션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 전면 추진은 신시대 당·국가의 중심 임무”라며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려면 반드시 중국공산당 영도(지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우선 지난해 74주년 국경절 리셉션 연설에서 “유효수요 확대와 경제 호전에 힘쓰고 대외 개방과 국내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반부 대부분을 채웠던 것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룬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진짜 의도다. 시 주석은 지난 26일 주재한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경제의 펀더멘털엔 결코 변화가 없지만, 현재 경제 운영에는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고 인정하면서 사실상 고개를 숙였고, 이를 계기로 각종 경기 부양책이 잇따라 등장한 상황이었는데, 이날 시 주석의 국정연설은 또다시 공산당 주도의 국정추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 준다.


특히 시 주석의 연설 가운데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당의 지도 견지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견지, '인민 중심' 견지, 평화 발전의 길 견지 등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당의 지도'를 가장 앞에 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설에서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당'(黨) 중심의 국정운영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경절 연설에서 '당'(黨)이라는 용어는 6번 등장했으나 올해는 무려 13번이나 등장했다. 또한 ‘영도’라는 단어도 지난해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4번이나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은 “시종 당이 전체 국면을 총괄하는 것과 당 중앙의 권위, '집중 통일 영도'를 견지하고 끈기 있게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을 추진하며 당의 자기 혁명으로 위대한 사회 혁명을 지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당의 기본 이론·노선·전략을 깊이 관철하고, 진일보한 전면 심화 개혁과 개방 확대,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체 인민이 공동 분투(노력)하는 가운데 개혁·발전의 성과를 함께 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소련 붕괴때의 데자뷔? 시진핑은 두렵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무엇이 두려워서 지금의 심각한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당 중심의 국가운영, 특히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국정운영을 강조하는 것일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 “시진핑 주석이 소련식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이미 소련제국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9월 말 노동자들이 천안문 광장에 과일과 꽃바구니를 닮은 18미터 높이의 구조물을 세웠는데, 이는 10월 1일의 공산주의 중국 건국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기념 구조물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와 조롱박이 달려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당의 통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모스크바의 소련 공산당은 74년 동안 집권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빅 브라더’라 불렀던 소련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가 75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련 붕괴 당시인 1989년 중국에서는 천안문사태가 발생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무자비한 탄압으로 시위를 진압했고 중국 공산당 체제를 더욱 굳건히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창건 75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든든한 반석 위에 서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시 주석이 연설에서 수시로 그동안의 번영으로 공무원들의 경계심이 약해져 소련식 부패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시 주석은 바로 ‘부패척결’이라는 카드로 잠재적 라이벌도 청산했다. 또한 1억명에 가까운 당원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2년간 지속적으로 부패 캠페인을 벌여왔음에도 시진핑은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듯 하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 특유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매우 혼란스러웠고, 그 이후로 경제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위기감이 고조되다보니 당내 회의에서나 심지어 언론들에서마저 소련 붕괴에 대한 언급들이 자주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이는 중국 공산당과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경고 차원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지만, 정작 이를 듣는 이들은 실제로 중국이 그러한 붕괴의 시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허무주의에 대한 척결을 강조하는 중국 공산당]


이코노미스트는 “소련 붕괴 30주년이 되던 지난 2021년말, 당 간부들은 전국적으로 내부회의를 소집하고 소련 붕괴와 관련된 5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하였다”면서 “이 시리즈에는 스탈린주의와 마오이즘의 공포에 대한 당의 비판을 의미하는 '역사적 허무주의'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이 시리즈는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가 1956년 스탈린의 인격 숭배를 비난하는 '비밀 연설'을 통해 허무주의의 불을 지폈다고 비난했다”면서 “그 이후로 소련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시리즈는 그 이후로 관공서, 국영 기업, 캠퍼스에서 계속 강제 시청하도록 했다.


그리고 2022년 10월, 시진핑 주석은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 “소련 붕괴가 여전히 중국 엘리트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우리가 경각심을 갖는 것은 옳지만 우리 중국 공산당과 같은 거대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장기 집권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시진핑이 언급했던 '거대 정당의 특별한 도전'이라는 문구는 이후 당 선전의 주요 주제가 되었으며, 중국 공산당이 소련 공산당과 같이 무너지지 않고 더욱 굳건하게 서기 위한 방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7월에는 국영 텔레비전이 공산당 붕괴 방지에 대한 2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는데 이는 모든 당원들의 필수 시청작이 되었다.


이후 시 주석도 ‘강건한 중국 공산당’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한마디로 소련이 무너진 것은 공산당내에 잘못된 허무주의가 파고들면서 자멸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 든든하게 중국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또한 자나깨나 당 내부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투철한 당원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어찌보면 공산당원이라는 우월한 명예를 가지고 당중앙인 시진핑 주석을 결사적으로 옹위하면 중국이라는 국가는 결코 위기가 찾아 오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1970년대 후반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을 시작한 덩샤오핑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도 또 소련의 역사를 언급했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덩샤오핑은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의 극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의 혼란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수호한 인물”이라 치켜 세우면서 “아무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시진핑 주석이 소련 공산당의 몰락을 말하면서 소련의 경제개혁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배신이고, 이것이 소련의 붕괴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고 비판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소련이 경제를 개방하면서 대중의 불만들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것이 소련의 몰락을 앞당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래서 경제와 관련해 개혁개방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은 민간기업에서조차 당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당 조직을 만들도록 한 것이며, 중국 경제도 민간이 아닌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조한 것이다. 시진핑의 ‘국진민퇴’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또 하나, 시진핑은 소련에서 공산당 후계자 문제 때문에 당의 체제가 혼란으로 빠져들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진핑은 공산당을 지키기 위해 아예 후계자 논의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버렸다. 그렇다보니 지금 중국에서는 시진핑을 이을 후계자 논의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하나 더. 시진핑은 소련을 망친 주범 중 하나가 시민사회단체라고 봤다. 그래서 시진핑은 시민사회가 아예 태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 또한 서방의 지원을 받는 NGO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다.


이렇게 시진핑이 심각한 경제상황 때문에 민간경제의 부활을 말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또다시 중국 공산당이 경제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공산당의 붕괴에 대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진짜 모르는 것이 있다. 중국 인민들은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본 사람들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국인들이 최소 수억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정도는 엄청나게 높다.


지금과 같이 철저한 감시사회로 이들을 억누르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또 그동안 공산당의 독재를 용인해 주었던 댓가가 바로 경제의 안정 때문이었는데, 이 조건이 사라진 중국사회가 과연 시진핑의 뜻대로 안정적으로 굴러갈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때 백지시위나 상하이 주민들의 반란성 시위를 봐 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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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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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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