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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2 1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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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막말? 그래도 비속어나 허위 음해는 아니었다. 솔직히 추미애가 더 했으면 더했지
-탄핵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나와야한다. 한국당 중진들은 제발 좀 가만히 계셔줘야
-의전, 축사, 대회, 투쟁본부 등 쓸데없는 데 정력과 시간 낭비. 정작 중요한 일에는 게을러


솔직히 정태옥 의원의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이 어떤 도덕성 측면에서 이재명 당선자의 여배우 스캔들, 형수 막말보다 더 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경수 당선자는 또 어떻고?

조직적 댓글조작 범행의 주범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돈까지 오고간 정황이 있는 마당인데 김경수 당선자가 어떻게 정태옥 의원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특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될 피의자가 될 가능성도 크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번 지방 선거가 단순히 ‘도덕성’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

글쎄.

홍 대표의 말이 거친 건 사실이지만 비속어가 있었거나 허위 음해가 있었던건 아니다.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했다고 보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깜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조롱했던 집권여당 대표다.

그런데 언론은 ‘홍준표 막말’ 프레임만 계속 보도했다.


한국당 인물들이 너무 나이가 많다?

뭐 물론 한국당이 초선이라고 해도 장관 출신에 청와대 수석 출신에 좀 노티가 나는 건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면면을 보면 노장들이 꽤 많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결과만 봐도 한국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더 세대가 높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이념이나 정책이 잘못된 것 같지도 않다.

솔직히 자유한국당이 그 정도 스탠스를 취하지 않을 거면 애초부터 ‘보수 정당’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그다지 보수의 이념이나 가치에 아주 충실했던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국민들이 한국당의 공약이나 정책을 평가하고 그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표를 안줬다고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경제 침체와 고용 위기는 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그럼 뭘까.

무엇이 문제일까?

왜 한국당은 이번에 철저하게 버림 받았을까.


일단 이 정당은 국민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매력은 어떤 능력이나 방향성, 노력의 여부를 뛰어넘는 아주 말초적이고 직관적인 것이다.


그냥 싫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성격 좋고, 책임감도 있고, 능력도 좋고, 나름 생긴것도 멀쩡하고 상대방한테 지극 정성 잘 해줘도 싫으면 그냥 싫은 거다.

싫은 사람과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한국당은 국민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매력적이지 못한 가장 근본적 이유는 탄핵 때문이다.

이 정당은 ‘탄핵 당한 정당’이다.


아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수천 수만 번 읊조려봐도, 그래도 “너넨 탄핵 당한 정당이야”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우리 역시 탄핵된 정당으로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당이다.

탄핵을 부당하다고 말하고 여전히 승복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한국당은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방법은 사실 ‘없어지는’ 것일거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없앴다 다시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완전히 지지부진해져 버려서 이 땅에 보수 정당이 아예 만들어지지 못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탄핵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을 내세우는 방법 밖에 없다.

그 사람이 “나는 탄핵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일이잖아요? 우린 미래를 말해야 합니다”라고 해도 국민들이 ‘아,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할 수 있지’라고 할 만한 사람이 나와줘야 한다. 아쉽지만 소위 ‘한국당 중진’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 중엔 없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제발 좀 가만히 계셔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으로는 언론의 문제가 심각하다.

예전에 정치권에서 일할 때나 현재 언론계에 있으면서도 나는 아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정치권을 어슬렁거리는 수많은 기자들이 얼마나 좌편향, 좌경화돼 있는지.

그들은 한국당을 애초부터 ‘물어뜯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고, 민주당은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할 집단’으로 상정한다.


다 그렇다는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고 또 그런 경향성이 강력한 대세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한국당이 발버둥쳐도 언론이 왜곡해서 전달하면 국민들은 진실을 마주할 수가 없다.


같은 말도 누가 하면 ‘사이다’가 되고, 또 누가 하면 ‘막말’이 되는 이 말도 안 되는 편향적 잣대가 우리 언론계에서는 마치 ‘상식’처럼 대우 받고 있다.


그 상식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언론을 압도하는 진실로 승부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이 거부할 수 없는 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더 많이 찾아내야 하고 캐내야 하고 언론도 절대 반박할 수 없는 무기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을 써야 하고 정보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한국당은 너무나도 게으르다.

아니, 바쁘긴 바쁘다.

쓸데없이 바쁘다.

정작 본연의 업무, 의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게으르다.


수많은 재력과 권력을 쌓아두고서 그저 여의도에서 줄 세우기에만 급급해 진짜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의전, 축사, 무슨무슨 대회, 무슨무슨 투쟁본부 등등 쓸데없는 데 온갖 정력과 시간을 낭비한다.

정작 언론을 철저하게 부술 수 있는 ‘팩트’는 없다.

그런 건 어디 국정원 같은 데서 떨어지는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국당의 위기는 분명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당을 둘러싼 이 대한민국의 보수 시민사회, 그리고 시장경제 이념의 가장 큰 수혜자인 기업들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저 상아탑에 몸 편히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비겁함도 한 몫할 것이다.

다만, 한국당은 보수 진영의 ‘사령부’다.

사령부가 게으른데 야전 부대가 바삐 움직일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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