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봉쇄·통행료·재공습까지 거론, 트럼프의 계산된 압박]
미국과 이란의 첫 고위급 후속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을 향해 "입조심하라"며 사실상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초강경 경고를 날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닫으면 나라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는 발언에 이어 미국이 해협 통행료를 직접 부과할 수 있다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자칫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협상은 중단되지 않았고, 오히려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양측은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협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NBC News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에 ‘당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닫으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 빌어먹을 나라로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NBC News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면서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우리는 우라늄 농축 권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입조심을 해야 한다. 처신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 나라의 나머지 부분까지 다 차지할 것'이라고 맞받았다”고 밝혔다.
NBC News는 “경고는 위협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해 통과하는 원유에 대해 20%의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또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가 통행료를 걷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즉흥 발언이 아니었다. 휴전 일주일 만에 다시 불거진 위기 국면에서, 협상 시작 직전 미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던진 경고였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달랐다.
[휴전 일주일, 다시 불거진 위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휴전 이후 급격히 불안해진 중동 정세가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회 전문지인 더힐(The Hill)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는 미·이란 전쟁을 종료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한 잠정 합의였다”고 짚었다.
그러나 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한 다음 날인 20일 새벽 레바논 남부를 다시 공습했고, 이로 인해 16명이 사망했다. 이란은 이를 양해각서 제1조 위반으로 규정하며 즉각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첫 후속 협상이 바로 다음 날 예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란이 해협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든 상황을 좌시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의 경고는 협상 결렬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해협 봉쇄만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협상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장은 실제로 결렬 직전까지 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파장을 불러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 복귀를 거부하고 카타르와 파키스탄 중재단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수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ABC News는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의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위협에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이야말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선박 분석업체 크플러(Kpler)에 따르면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수는 5척으로 급감했다. 전날 26척과 비교하면 해상 물류 시장 역시 위기 가능성을 실제 위험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협상은 사실상 결렬 직전까지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협상은 깨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양측 모두 협상장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22일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열린 첫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긴급 연락 채널 구축에 합의했고, 양해각서 이행을 감독할 고위급위원회 설치와 60일 내 최종 합의를 위한 로드맵 마련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짚었다.
이란 역시 협상 성과를 강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한 완화와 일부 동결 자산 해제, 재건 사업 논의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양측 모두 협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안정과 중동 긴장 완화를 원하고 있고, 이란은 제재 완화와 경제 회복이 절실하다. 서로 필요한 것이 있는 만큼 협상은 위기 속에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진짜 변수는 레바논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정작 최대 위험 요소가 핵 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란이 해협 재봉쇄를 선언한 직접적인 이유 자체가 레바논 상황 때문이었다.
이란군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봉쇄 선언 당시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이 합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한 직후 다시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고, 이에 대해 헤즈볼라 역시 보복 공격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에는 레바논이 참여하고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별도의 갈등완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회담 직후 “첫 번째 실질적 시험은 레바논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위협은 협상 파괴가 아니라 협상 관리였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이 반드시 협상 결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는 협상 직전 최대 압박을 가한 뒤 상대방을 협상장에 묶어두는 방식의 협상술을 다시 한번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란 대표단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협상장을 완전히 떠나지 못했고, 결국 양측은 연락 채널 구축과 최종 합의 로드맵 마련이라는 성과를 내놓았다.
다만 진짜 위험은 협상장 밖에 있다. 미국과 이란은 핵 문제와 제재 완화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을 여지가 있지만, 레바논 전선은 양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서 다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문제 역시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는 워싱턴도, 테헤란도 아니다. 레바논이다. 트럼프의 위협이 최종 합의를 위한 계산된 압박으로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의 서막이 될지는 앞으로 60일 동안 레바논 남부에서 총성이 멈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