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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대 식량 위기, 대 혼돈에 빠진 북한 - 식량 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北주민의 민심이반 - 외부에서 식량지원하더라도 분배 투명성 요구할 것 - 개방할 수도 없고 봉쇄할 수도 없고... 김정은은 딜레마
  • 기사등록 2021-07-05 13:37:35
  • 수정 2021-07-05 15: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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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최대 식량 위기 맞은 북한]


북한이 최대의 식량 위기를 맞고 있다. 아예 김정은부터 선전매체들까지 대놓고 식량 위기를 거론할 정도다. 북한의 식량난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고, 이제까지 북한이 이렇게 나온 적은 없었기 떄문에 도대체 어느 정도의 위기이길래 이렇게 까지 나오는가 하는 궁금증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면서 "현 난국을 반드시 헤쳐나가겠다"며 스스로 식량난을 인정한 바 있고, 지난 6월 29일의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낸 배경에 코로나19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심각해진 식량난에 대처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거나 코로나19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겨 확진자가 나온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들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北 김정은이 정치국 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낸 이유?(7월 1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905] 김정은이 정치국 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낸 이유?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당 세포비서 대회에선 이례적으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고, 최근 김정은의 체중 감량도 식량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3일에는 북한 노동신문이 ‘식량을 위한 투쟁은 조국을 위한 투쟁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식량을 위한 투쟁은 조국을 위한 투쟁이며 전선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쌀은 더없이 귀중한 밑천이고 재부"라며 "쌀이 많아야 국가의 자존과 자립을 견지하며 어떤 격난 속에서도 인민 생활을 안정·향상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신문은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고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다른 기사에서도 "지금의 조건이 불리하다 한들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시기나 전후 복구건설 시기에 비기겠는가"라며 "소극성과 보수주의, 기술 신비주의를 불사르며 대담하게 생각하고 실천한 전 세대들처럼 형식주의, 요령주의, 패배주의를 비롯한 그릇된 관점을 철저히 뿌리 뽑고 올해 농사가 결속되는 그 날까지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길래 저렇게 난리를 칠까?]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 위기가 도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저럴까?


일단 북한이 스스로 지난 1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552만t이라고 했는데, 이는 지난해 657만t에 비해 약 100만t이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식량 부족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보여진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수척해진 김정은이 북한의 기근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 부족은 계속되겠지만, 북한의 현재 상황은 1990년대 후반 발생한 기근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국이 추가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내부적인 위기 대처 능력과 외압을 감안할 때 북한 내부 상황이 조만간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식량난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위기를 부풀리는 이유?]


그렇다면 현재의 식량난 수준이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이 극히 어려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렇게 김정은부터 북한 지도부가 흔들릴 정도의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일까?


다시말해 김정은이 식량 위기를 직접 말하면서 심각성을 강조하고 간부들을 질타까지 하면서 북한 지도부를 대혼란으로 빠지게 만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북한 주민의 민심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북한 주민의 민심 표현 노출도가 과거 1990년대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의 MZ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2030세대의 김정은에 대한 반감과 4050의 노장청 세대들까지 먹고사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김정은 지도부에 대해 상당한 불만감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김정은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같이 적당히 숨겨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예 김정은이 대놓고 식량 위기를 말하고 이를 정면 돌파하려 한다.


식량난을 대충 얼버무렸다가는 민심의 반란이 통치의 안정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특히 민심의 분노는 김정은이 주창하는 ‘자력갱생’ 이라는 핵심 돌파 주제마저 뒤흔들어 버리면서 내부결속을 와해시킬 가능성이 있어서 김정은이 더욱 초조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책임 전가를 통한 간부들의 대 숙청”이다. 다시말해 북한의 최고 권부에 대한 대대적인 처벌과 인사 혁신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진정시켜 보려는 포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당분간 북한 권부내에서는 대대적인 숙청과 함께 대 혼란이 조성되기는 하겠지만 이를 통해 일단 민심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금 상황에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자칫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불신을 받는다면 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이 코로나 방역 문제까지 꺼내들면서 책임자 문책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식량난도 사실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설프게 국경봉쇄를 풀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도 일어난다면 북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 상황으로 확대될 것을 김정은은 정말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에 전염병까지 퍼진다면 이는 아무리 철권통치의 김정은이라도 민심 이반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식량 지원을 받거나 또는 국경 봉쇄를 풀면서 중국과의 교류를 다시 활성화시킨다면 장마당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경제도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을 터인데 그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이는 당장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백신 전달 작업을 위한 국제기구 직원의 입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다. 아직까지 국경을 풀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도 보고서를 통해 “3, 4월 농사철 필수용품 그리고 건설과업 달성을 위한 건설자재 수입으로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필수품목 수입 후 국경봉쇄 기조 지속으로 5월 교역규모가 올해 1, 2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고 방역시설이 완비될 때까지는 당분간 현재 수준의 국경봉쇄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도 지난 6월 21일 대북협력 관련 국제회의에서 “북한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의 변이가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해 국경봉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뤼셀 자유대 유럽문제연구소(KFV)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는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다시 개방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북한 내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SCMP에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 외곽에 사는 사람들, 다시말해 평양 이외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물건이 부족한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혼돈에 빠진 북한 지도부]


북한 내부의 위기 확산의 책임을 김정은이 북한 최고 지도부에 전가시키면서 북한 권부는 대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제 누가 어떻게 숙청당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의 부정부패, 기강해이를 지적하며 긴장감을 조성하자 간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당 최고위직인 상무위원까지 과감하게 경질하자 북한 내에서는 또다시 김정은식 공포통치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이 지난 1일 사설을 통해 “간부가 된 것을 타고난 팔자처럼 여기면서 당성 단련을 게을리하고 혁명화 불도가니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사상적으로 부패 변질해 나중에는 당도 인민도 몰라보는 ‘반당 반혁명’의 길로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한 데 이어 4일에도 ‘당 결정은 뼈가 부서져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충신의 모습은 시국이 좋을 때보다 어려울 때 뚜렷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러한 노동신문의 잇따른 경고는 지난 6월 29일의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이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핵심 간부들을 대거 경질하는 등 문책성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 있다.


그런데 사실 김정은의 숙청을 통한 공포통치는 이미 예고되었고 사실상 진행중이었다. 이미 지난 1월의 8차 당대회에서는 고위급 간부들의 비리 감찰을 전담하는 부서인 ‘규율조사부’를 설치했고, 지난 1월 임명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은 공개 비판을 받고 한 달 만에 교체됐다. 또 박태성 당 선전선동 비서 겸 부장도 임명 2개월 만에 사라져 실각·숙청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전례 없이 당 전원회의를 3차례 개최한 것도 결국 북한내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편이었고, 위기 대응에 대한 김정은의 지도력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간부들에 대한 숙청도 단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는 지난 달 29일의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온 인민에게 마치 보란 듯이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등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임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숙청이 앞으로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 내부의 식량난 위기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민심 이반을 진정시키기 위한 책임전가성 숙청을 계속 단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숙청이지만 앞으로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처형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책임을 물어 농업 담당 비서를 공개적으로 총살했고, 2010년에는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당 재정부장을 처형한 바 있는데 그러한 전례를 따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공포통치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을 불러 일으키면서 또다른 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포통치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 손을 벌릴까, 계속 봉쇄하면서 자력갱생 외칠까?]


이러한 최악의 위기상황에 김정은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까?


당연히 최근들어 찬양이라도 하는 듯이 적극적 우호관계를 외치는 중국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중국도 이에 대해 호의적이다.


그런데 식량 지원을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이 인도적 분야에서의 대북 제재 예외 문제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식량지원을 한다 하더라도 국제기구에 의한 분배감시 조치가 뒤따를 것인데 이를 과연 북한이 수용할 것인가의 난제도 있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일회성 지원이 아닌 북한의 농업과 보건분야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들을 북한이 수용할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심각한 것은 북한이 “혼자서 고립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윌슨센터 진 리 선임연구원은 “지원 자체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선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북한 마음대로 지원품을 전용하도록 조건 없이 구호품을 넘기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부의 지원을 받자니 체면이 깎이고 지금 상태로 계속 봉쇄를 하자니 북한 내부에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이 벌어지면서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과 안정성까지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위기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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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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