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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 두테르테의 분노, “시진핑과의 우정, 이젠 끝났다!” - 아직도 휫선리프 해역에 진 치고 있는 중국. 필리핀 분노 - 다시 가까워지는 미국, 필리핀 보호 약속 - 아직 남은 카드, 필리핀의 미국 지원 요청
  • 기사등록 2021-05-16 21:10:48
  • 수정 2021-05-17 03: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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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두테르테, “시진핑과의 우정, 이젠 끝났다!”]


중국과 필리핀간의 따뜻했던 관계가 남중국해(서필리핀해) 분쟁으로 완전히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이젠 단순한 갈등의 차원을 넘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향해 “중국과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진핑과의 우정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하는 지경으로 이르렀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필리핀 현지의 ABS-CBN News 등은 중국의 필리핀 EEZ에 대한 끝없는 침범과 함께 필리핀 소유의 섬과 암초들에 대한 탈취 야욕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충돌이 있는 바로 그곳에 필리핀 군함을 보냈다”면서 “중국의 선박들이 물러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에 대해 영토 수호의 강력한 의지를 보내면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 2016년 대선 당시 “만약 중국이 우리의 섬이나 해역들을 침범해 온다면 내가 직접 제트스키를 타고 그들을 막아낼 것”이라고 선거 유세때 말했음에도 “중국과의 관계, 특히 시진핑과의 관계 때문에 필리핀 영토 수호 의지가 없는 듯 하다. 선거 유세때 발언은 농담이었는가?”라는 비판 공세들이 폭주하자 이러한 여론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집권하면서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대신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고, 심지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원조와 투자를 약속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친중국 정책으로 말미암아 중국으로부터의 주권 수호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로 인한 여론 악화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휫선리프 해역에 진을 치고 있는 중국]


지난 3월 접어들면서 휫선리프(Whitsun Reef) 해역에 200여척의 해양민병대 선박들을 보내 사실상 탈취작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필리핀 당국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저항에 일단 물러나는 듯 했다가 다시 휫선리프 인근 해역에 또다시 선박들을 정박시키면서 모종의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휫선리프 탈취 작전에 대해 필리핀 내 여론이 악화되지 두테르테 정부는 중국 대사까지 초치하면서 휫선리프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대사를 필리핀 외교부가 부른 것은 지난 2019년 6월 필리핀 선박이 리드뱅크(Reed Bank)에서 중국 선박에 의해 침몰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아직도 휫선리프의 선박들이 좋지 않은 기상으로 인한 대피라고 주장했지만 데오도르 록신 외교부장관은 “중국의 그러한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면서 “이들 선박의 즉각적 퇴거”를 거듭 요구했다.


록신 외교부장관은 지난 13일에도 “중국의 해양민병대 선박이 최근들어 이젠 300여척으로 늘어났다”면서 “중국에 대해 다시 강력한 외교적 항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격한 반응, 두테르테마저 흔들릴 정도]


이러한 중국의 행동에 대해 필리핀내의 반응은 뜨겁다. 필리핀 전직 대법관은 “중국이 지난 3월부터 휫선리프에 해양민병대 선박들을 보낸 것은 1995년 중국 정부가 미스치프리프(Mischief Reef)에서 그랬던 것처럼 군사기지 건설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의 S. 라자라트남 국제학교의 콜린 고 연구원도 11일 필리핀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한 미디어 포럼에서 “중국의 휫선리프 침탈 야욕에 대해 마닐라가 강력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중국은 과거 미스치프리프(Mischief Reef)처럼 휫선리프를 실질 점유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마닐라가 중국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면 언제든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콜린 고 교수는 “1995년 당시 처음에는 극소수의 중국 선박들이 드나들더니 나중에는 상당한 숫자의 선박들이 정박하면서 중국의 존재를 확고하게 해 갔다”면서 “그들은 그 후 목조 구조물을 만들었고 이를 점차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꾸어 갔다”고 했다. “결국 그들은 미스치프리프(Mischief Reef)를 인공섬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군용기를 착륙시키는 사태로 발전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콜린 고 교수는 “중국이 필리핀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휫선리프를 탈취하려는 것은 올해가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위해 시도하는 것”이라면서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전임자와는 달리 중국의 해양주권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한편 지난 4월 19일에는 필리핀 대학 교수들이 인근 남중국해에 무더기로 정박중인 중국 선박들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난하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필리핀내 여론을 강력하게 환기시켰다.


교수들은 우선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휫선리프 부근에 정박중인 중국 선박 200여 척이 주권과 영토 보전에 위협이 된다”면서 “필리핀 정부가 조속히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특히 “현 상황에서 주권 수호 및 자국 어부·해상자원 보호에 나설 경우 이는 전쟁 선언과 마찬가지”라는 정부 측 논리를 강하게 반박했다.


교수들은 이어 "중국이 우리 해상자원을 약탈하고 어부들을 위협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성명 동참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 중국 대응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원유와 광물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낼 준비가 돼있다"면서 국민 달래기에 나섰다.


[반발하는 필리핀, 계속해서 휫선리프 지역에 순찰 시도]


중국의 이러한 휫선리프 탈취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핀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 초에는 필리핀 군이 마닐라의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필리핀의 EEZ 상공을 날면서 중국 해양민병대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 이 기체가 휫선리프 인근 해역으로 접근했을 때, 중국 해양민병대 선박은 “떨어져라, 가까이 오지 말라”, “즉각 퇴거하라”는 등의 적반하장식 경고를 받았으나 당시 순찰기는 이를 무시하고 상공을 날았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무더기로 정박중인 중국 선박들에 대해 계속해서 해상 초계 활동을 벌이겠다면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도 경비함 2척을 파견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은 또한 이 지역내 필리핀의 영토 수호를 위한 적극적 군사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시릴리토 소베자나 필리핀군 사령관은 11일 “필리핀이 티투 섬에 선박의 연료 공급과 재공급과 선원들의 휴식을 허용하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군 당국이 해당 지역 정부와 물류 허브에 대한 자금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팔라완 섬에서 서쪽으로 4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티투는 스플래틀리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또한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9곳에 해병대와 해군 장병들이 추가로 배치됐다”며 “특정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CCTV 카메라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베자나 사령관은 지난 4월 22일에도 “필리핀은 그동안 영토 분쟁인중 섬이나 암초에 중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 아무런 시설물들을 세우지 않아 왔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영토 탈취 야욕이 강화된다면 필리핀도 실질 점유중인 섬들에 대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조물을 세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콜린 고 연구원도 “필리핀의 이러한 시도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면서 “분쟁지역에서의 방어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주요 거점에 물류 허브와 스톱오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만일의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필리핀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태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필리핀 당국의 중국에 대한 적극 대응 의지는 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서필리핀해 국가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를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필리핀은 심각하다. 해리 로케(Harry Roque) 대통령실 대변인은 11일 “중국의 서필리핀해의 지속적 군사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전쟁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대통령도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느냐?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러한 대통령실내부와 정부내의 대 중국 대응에 있어서의 혼란스러움에 대해 록신 외교부장관은 13일 “필리핀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나에게 전권이 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그는 “1967년부터 중국을 잘 알고 있다”면서 “외교부가 이 문제를 잘 풀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직설적인 표현을 즐겨하는 록신 장관은 지난 4일 트위터에 "내 친구 중국이여. 내가 어떻게 정중하게 말할 수 있을까? 가만 보자. 오, 제발 꺼져버려(GET THE F**K OUT)"라고 적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우정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며 "우리는 노력 중인데, 당신은 친구가 되려는 잘생긴 사람에게 억지로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일삼는 못생긴 멍청이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시 가까워지는 미국, 필리핀 보호 약속]


이러한 남중국해내 분쟁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상 민병대의 압박에 맞서는 우리의 동맹인 필리핀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한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지난 3월 28일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 4월에는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해 취소했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하기도 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휫선 암초에 머무는 중국 선박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미 국무부의 블링컨 장관과 필리핀 록신 장관은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체결한 상호 방위조약이 휫선 암초를 비롯한 남중국해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더불어 필리핀이 미국 군대의 주둔을 허용하는 협정을 지난 4월 연장했다. 이로써 미국은 요충지에 있는 전통 우군과의 불화를 잠재워 중국 견제를 위한 남중국해 전략에 힘을 더 쏟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이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고려를 위해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도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려면 필리핀에 주둔하는 게 필수적이다.


필리핀이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일본도 자위대의 인명구조 시스템을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필리핀군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자위대 운용 장비가 ODA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제공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지난해 8월 필리핀군에 방공 레이더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는 등 필리핀과의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는 “필리핀에 방위장비 수출에 이어 자위대 장비를 공여하고 운용 능력 구축까지 지원함으로써 중국 포위망 구축에 꼭 필요한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 체제를 정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직 남은 카드, 필리핀의 미국 지원 요청]


중국은 아무래도 때를 잘못 잡은 듯 보인다.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은 시진핑의 치적 앞세우기용으로 시작된 휫선리프 점령 계획은 친중(親中)인 두테르테를 곤혹스럽게 만들면서 두 나라와 두 지도자간의 우호마저 완전히 박살내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필리핀이 다시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남은 것은 필리핀의 경제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주의 연대국가들의 약속만 주어진다면 필리핀은 곧바로 중국을 적대국으로 등 돌리면서 중국과 전쟁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마지막 남은 카드는 바로 두테르테의 미군 지원 요청이다. 과연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록신 외교장관의 자신감은 과연 어디로부터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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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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